광주 송정동 재개발사업<성공비결>

2010.02.09 10:00:00 호수 0호

“대화와 타협으로 아름다운 결실 맺었다”

최근 우여골절 끝에 끝을 맺은 용산참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재개발사업 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제2, 제3의 용산참사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우려를 낳고 있다. 재개발사업이 일어나는 곳이면 어김없이 분쟁이 벌어지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민관의 협력으로 슬기롭게 재개발문제를 해결한 지역이 있어 화제다. 경기도 광주가 그 주인공. 대화와 타협으로 공권력 투입 없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유광선 주목종합건설 사장을 만나 재개발사업의 새로운 장을 연 ‘송정동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권력 투입과 잡음 없이 재개발 해결된 송정동 화제
이주민과 광주시, 건축업체 양보로 아름다운 마무리


“이번에 해결된 송정동 밀목 이주민문제가 모범사례가 되어 다른 지역의 재개발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
30년간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수없이 재개발사업에 뛰어들었던 유 사장에게 이번 송정동 사업은 남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철거민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했던 여타 재개발사업과는 많은 부분이 달랐기 때문이다.

철거민 위해 한발 양보



3년여의 노력 끝에 아름다운 결실을 맺은 이번 송정동 재개발사업의 시초는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밀목 지역에서 살던 주민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국유지인줄 알았던 이 지역의 땅을 해남윤씨 귤정공파 종친회가 소송으로 되찾으면서 주민들의 시련은 시작됐다. 토지 매각을 총회에서 의결한 종친회가 2007년 6월 해당마을 22가구에 자신들의 땅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주민 200여명은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대부분 고령인데다 빈곤층이었던 이들 주민은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시작했다. 조용한 시골마을은 플랜카드와 현수막이 난무하는 전쟁터로 변했다.
주민들은 없는 돈을 모아 변호사비까지 마련하며 생사를 건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법은 이들의 편이 아니었다. 이미 땅은 종친회의 손에 넘어갔고 이를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여느 재개발지역처럼 철거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이 뒤따를 것으로 보였던 이때 한 줄기 빛이 비췄다. 조억동 광주시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사태해결에 나서면서부터였다.
유 사장은 “그때부터 3년여 간 조 시장이 기울인 노력은 눈물겨웠다. 주민들과 종친회, 그리고 그 지역 땅을 구매한 나와의 사이에 100여 번의 모임을 주선하면서 해결책마련에 부심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민원해결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던 조 시장에게 송정동 재개발 사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는 시장직을 걸고라도 중재를 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이번 문제에 뛰어들었다.
조 시장의 끈질긴 노력은 모두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국 주민들의 딱한 사정을 모른 채 할 수 없었던 종중과 유 사장은 결단을 내렸다. 주민들을 위해 땅을 기부하기로 한 것. 이에 종중은 약 1256m²의 땅을, 유 사장은 약 148m²의 땅을 이주민들에게 내놨다. 시가로 따지면 25억원 정도의 가치다.

유 사장은 “IMF 당시 부도를 맞아 갖은 고생을 해 본 나에게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정은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았다”며 “작은 땅이나마 주민들에게 줄 것이 있어서 기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때부터 모든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유 사장의 재개발경험이 빛을 발했다. 재개발에는 문외한이었던 주민들과 광주시에게 유 사장이 가진 노하우가 큰 힘을 가져다 줬던 것.

모범사례로 남을 것

그의 진두지휘로 이주 작업은 채 석 달도 안 걸려 정리가 됐다. 지난 3년간 주민들과 광주시측이 흘린 눈물이 헛되지 않은 순간이었다. 현재 송정동 땅은 고급 빌라식 건물을 짓기로 결정돼 건축 허가까지 나온 상태다.
이처럼 모두의 노력이 모인 끝에 송정동 재개발사업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연말에는 이번 사업에 구슬땀을 흘렸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8일 광주시의 한 복지회관에 조 시장을 비롯해 귤정공파 종중, 이주 주민들이 참석해 지난 3년을 회상했다.
유 사장은 “무엇보다 이주민과 재개발조합, 시 등 모든 관련자들이 조금씩 양보한 것이 해결의 실마리를 가져왔다”며 “송정동 재개발사업의 해결과정이 다른 지역의 재개발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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