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미완의 대권플랜' 엿보기

2014.07.07 11:12:55 호수 0호

국민 속에서 '성찰의 시간' 득 될까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8년간의 도정을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왔다. 주변에서 새누리당 7·14전당대회, 7·30재보선 출마 권유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야인으로 돌아가 그간의 정치생활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 전 지사의 이번 선택은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로 분석된다. 그러나 그의 선택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김 전 지사의 미완의 대권플랜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30일 별도의 퇴임식 없이 경기 의정부에서 무료 급식봉사를 하는 것으로 지난 8년간의 도정을 마무리했다. 김 전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지난 2010년 7월1일 열악한 경기북부의 발전에 힘쓰겠다고 다짐하면서 새 임기를 시작한 곳에서 마침표도 찍은 것이다.

야심찬 승부수

당초 정치권에서는 김 전 지사의 도백 퇴임 후 행보를 놓고 새누리당 7·14전당대회, 서울 동작을 7·30재보선 중 한 곳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당내 세력이 약한 김 전 지사가 당 지도부 입성 또는 수도 서울의 국회의원으로 원내에 재진입해 당내 세력 확장에 힘을 쓰는 것이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최적의 행보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전 지사 퇴임을 앞두고 주변과 당 안팎에서는 전대, 재보선 출마 요청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화려한 퇴임식, 퇴임사도 없이 국민 곁에서 8년간의 도백 업무를 마친 김 전 지사는 전대나 재보선에 불출마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야인으로 돌아가 국민들 속에서 지난 18년간의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성찰의 시간'을 가질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 27일 충남 아산 현충사를 방문해서 '백의종군'이라는 글귀를 남겼고,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정치라는 것이 100% 이것이라고 말은 못 하지만 저는 정말 민심을 듣고 미래를 구상하겠다"고 전대나 재보선에 출마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인사는 "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김 전 지사는) 지금 당장 여의도 정치권에 복귀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기 쇄신과 혁신을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 전 지사는 3선 의원과 재선 경기지사를 하는 18년 동안 쉼 없이 일해 왔다"며 "당분간은 국민 속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여의도의 찌든 때든, 공직사회의 찌든 때든 그런 때를 벗기 위한 자기 혁신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당내 일각에서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김 전 지사가 전대, 재보선 불출마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서청원·김무성 의원이 굳건한 양강체제를 형성한 전대에서 김 전 지사가 설 공간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서울 동작을 재보선 출마는 경기지사 재선을 지낸 김 전 지사에게는 명분도 약할뿐더러, 최근 야 성향이 눈에 띄게 강해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당선 가능성도 장담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이에 대해 앞서의 측근인사는 "김 전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거주지나 본거지도 아닌 서울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치적 상황 때문에 (김 전 지사가) 경기도를 떠나 보궐선거에 참여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선, 전당대회 불출마 가닥"
열악한 당내 기반 보완책 있나?
특유의 방식으로 차기 대선 준비

하지만 아직도 당 안팎에서는 김 전 지사의 서울 동작을 재보선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잇단 인사 참사로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하며 재보선 참패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거물인 그를 내세워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사무총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김 전 지사의 (서울 동작을) 출마를 요청할 것"이라며 끈질긴 재보선 출마 요청을 예고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출마를 거듭해서 요청할 경우 결국 김 전 지사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자칫 '선당후사'를 않는 중진 정치인으로 낙인이 찍힐 경우 가뜩이나 당내 세가 약한 김 전 지사로서는 차기 대선 경선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당의 강력한 요청과 당내 기반 확보라는 과제에도 불구하고 전대, 재보선을 포함해 당분간 정치권과의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일 측근들에게 "당의 요청이 있다고 해도 내 생각은 전혀 변함이 없다"며 "지금 내가 할 일은 국민을 위한 마지막 한 번의 봉사를 위해서라도 잠시 멈추어 나를 되돌아보고 자기 쇄신과 혁신의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며칠 동안 한 게 아니라 경기지사를 마무리하며 숱한 시간을 보내면서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당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국민 곁에서 차기 대선 준비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과 거리

결국 김 전 지사는 퇴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지난 4일 전남 고흥 소록도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그는 재보선 후보등록이 마감되는 11일 이후 돌아와 그간 꾸준히 해왔던 택시운전 등을 하며 민심을 살피고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최근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마련한 사무실을 중심으로 통일문제 등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정책적 준비도 차근차근 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곁에서 차기 대권을 준비하겠다는 김 전 지사의 다소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미완의 도전이 차기 대권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문수, 여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여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달 23~27일 여론조사에서 김 전 지사는 전주 대비 3.0%포인트 상승한 12.1%를 기록, 정몽준 전 의원(11.1%)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김 전 지사의 여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는 지난해 7월말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어 3위는 김무성 의원(8.4%), 4위는 남경필 신임 경기지사(7.8%), 5위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6.3%), 6위는 홍준표 경남지사(6.0%), 7위는 원희룡 제주지사(3.9%)가 차지했다. (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2500명, 조사방식 : 유·무선 병행 RDD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전화 방식,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 2.0%포인트)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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