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원성사는 내막<현장>

2010.02.02 09:25:57 호수 0호

“위험천만 지옥철을 믿고 타라고요?”

시민의 발 지하철이 말썽이다. 걸핏하면 고장이 나 발이 묶이기 일쑤다. 시민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수명이 다한 기계장치가 절반 이상 교체되지 않아 지하철 이용객들이 늘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지하철은 매일 같은 시각 운행을 반복하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고장이 날지 모르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슬아슬한 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지하철역을 찾았다. 
 
출·퇴근길 지하철 운행 중단으로 불편 가중 “시민의 발 맞아요?” 
수명 다한 기계장비로 잦은 고장, 사용기한 15년 넘긴 장비 쓰기도


지난달 27일 오후 7시 신도림역.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선 시민들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1호선과 2호선에서 쏟아져 나온 시민들로 인해 환승구간은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들은 어깨를 부딪치며 좁을 공간을 빠르게 헤쳐 나가고 있었다.

 ‘짐짝’ 되고 땀 ‘범벅’ 되고

복잡한 역사 안에서 줄을 서 전동차를 기다리고 있는 한 시민에게 다가갔다. 지난달 20일 저녁 8시쯤 2호선을 탔다가 갖은 고생을 했다는 회사원 서모(33)씨는 그날을 악몽으로 기억한다. 앞차의 간격조정으로 몇 번씩이나 가다 서다를 반복해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던 것. 때문에 추운 겨울 저녁 땀에 젖은 채 퇴근을 했다고 한다.

서씨는 “집에 와 뉴스를 보니 선로를 조정하는 선로 전환기 내부에 있는 기어 부분이 마모될 정도로 낡아 고장을 일으킨 것이라고 했다”며 “고장 날 때마다 일부 부품만 교체하는 땜질식 수리로 지금껏 버텨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금과 교통비를 거둬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라고 씁쓸해 했다.
같은 날 신도림역에 있었다는 송모(31)씨는 “한 시간 넘게 역사 안에서 지하철을 기다렸지만 안내방송은 뒤늦게야 나왔다. 안내방송이 나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하나,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하나 고민했다. 방송을 좀 더 일찍 해줬으면 승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칸에서 전동차를 기다리고 있는 김모(29·여·회사원)씨도 지난달 24일 10시40분쯤 약속장소로 향하다가 아연실색했다며 그날을 떠올렸다. 김씨는 “고속터미널역에 있을 때였다. 천장에 있는 전력 공급선 부위에서 불이 나는 것을 봤는데 전동차 4대가 수서 방향으로 그대로 통과하더라. 연기가 피어오르는 데다 소화기 분말가루가 날려 승강장이 자욱했는데…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생각하는 이런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에 살다 서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지하철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진모(30·여)씨는 “버스 노선을 잘 몰라 지하철에 말썽이 생겼다는 말을 들을 때면 막막하다. 출퇴근 때는 인파에 치여 불쾌감도 생겨 하루를 모두 망친 기분이 든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진씨는 “지난달 6일 저녁 8시30분쯤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에 있었다. 그때 성북역 방향으로 가던 전동차가 갑자기 멈춰버렸다. 영하의 날씨 속에 1시간 가까이를 떨면서 기다렸는데 너무하다 싶었다. 그때 전동차 배터리가 방전됐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후속열차와 도킹작업을 통해 고장 전동차를 밀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부천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한다는 유모(39)씨는 “간혹 출입문이 잘 안 닫히는 고장이 나 지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하철 잔 고장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불편한 출근시간에 지하철 고장까지 나 짜증이 나면 하루 종일 피로감이 더 한 것 같다”고 불평했다.
대학생 이모(21)양은 “지하철 1~4호선은 서울도시철도 차량에 비해 낡아 탈 때마다 불만이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 하루가 멀다고 고장이 나는 걸 보면 차량이 낡은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며 “겨울이 지날 때까지는 될 수 있으면 1호선이나 2호선은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교통전문가 최모(45)씨를 만나 서민들을 괴롭히는 지하철 고장의 원인에 대해 물었다. 최씨는 “2호선이 개통한 지 30년이 되면서 장비나 시설의 3분의 1이 내구연한이 지나다 보니 언제 어디서 고장이 날지 알 수 없다”며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하철 1호선에서 4호선까지 내구연한이 지난 오래된 선로 전환기는 전체 52%에 달한다. 전체 500여 개 선로 전환기 중 반 이상이 기한이 지난 상태여서 비슷한 사고 위험은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하철 고장의 경우 시민의 불편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오래된 기계들은 필수적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장애 발생 이유가 운전 부주의 같은 인적요인보다는 선로 전환기의 접촉 불량 등 기계 자체의 결함이 월등히 많은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서울메트로 측의 입장은 어떨까. 서울메트로 한 관계자는 “예산 부족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내구연한이 되면 바로바로 교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최근 스크린 도어 설치나 역사 환경 개선 등으로 인해 투자비용이 많이 늘어서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하기에는 여력이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어 “내구연한이 지난 기계 장비를 교체하는 데 1조200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금도 매년 적자운영에 허덕이고 있다. 따라서 장비교체는 당장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내구연한 지난 기계 교체해라”

최씨는 “현재 서울 지하철은 잇따라 발생하는 사고에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낡은 기계와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하철 안전불감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내구연한이 지난 기계들은 필수적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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