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세종시 대격돌’ 맞장 대담

2010.02.02 09:12:24 호수 0호

“난 그저 보스가 하라고 해서 했을 뿐이고”

1월 말에서 2월로 접어들면서 ‘세종시 입법정국’이 도래했다. 지난달 27일 세종시 입법예고와 3월 국회 법안제출, 4월 국회 표결의 일정을 잡고 있는 것. 따라서 2~3월엔 한나라당 당론 수정을 해야 한다. 이에 당·정·청은 입법예고안을 확정하고, 세종시 수정 여론몰이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국회 표 다지기에 들어간다.
아울러 2일부터 6·2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고 임시국회가 있는 2월 정국이 되면 ‘세종시 입법 전쟁’은 불타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시 이슈는 6·2 지방선거에 최대 이슈이기 때문이다. 대권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세종시 입법’은 그 폭발력에 있어서 여느 이슈와 비견될 수 없다. 정국은 바야흐로 ‘세종시 정치빅뱅’에 돌입한다. 이에 <일요시사>는 친이계 김용태 의원과 친박계 유정복 의원을 만나봤다.

세종시 원안 고수, 진정한 국가 백년대계 맞나
수정안 선택, 정치인 아닌 오직 충청도민의 몫일 뿐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한나라당이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당내의 양대 계파인 친이계와 친박계가 이 문제를 놓고 정치생명을 건 투쟁에 들어갔다.
친이계면서 친이재오계 핵심 의원인 김용태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친박계 핵심 의원인 유정복 의원이 세종시 문제를 두고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다음은 김용태 의원과의 일문일답.



-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세종시 문제를 두고 친이·친박의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나.
▲ 현실적인 난관은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충청도민과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것이다. 정당이 무엇이고 정치가 무엇인가. 국민들의 의견을 이끌고 수렴하는 것 아닌가. 충청도민과 국민이 안 된다고 하면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충청도민과 일반 국민 사이에서 대안의 수용 분위기가 점차 커지면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물꼬가 터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 2005년 당시 ‘세종시 원안’이 한나라당의 당론이 아니었다고 친이계에서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에서는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이미 언론에 공개됐 듯이 이당시 ‘세종시 원안’의 가결을 두고 12명의 의원만이 표결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당론인가.
▲ 세종시는 지난 대선에서 수차 충청도민에게 약속한 것이 맞다. 신뢰를 깨는 것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문제는 그 당시 박 전 대표를 위시한 한나라당 지도부나, 이명박 대선후보나 충청표를 겨냥해 억지 춘향식으로 약속했던 데 있는 것이다. 잘못됐으면 충심으로 사과하고 최선을 다해 잘못을 고쳐야 한다. 
사과를 받아들이고 대안을 수용하느냐의 여부는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충청도민과 국민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시작된 세종시 논란은 2004년 당시에도 수도분할 논란으로 불거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극심한 반대가 있었다. 또한 이 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는 등 ‘세종시 법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과 박 전 대표 측은 ‘세종시 원안은 수도분할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데.
▲국회 제정법은 정부에서 성실히 집행하고 있으나, 집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우려될 경우 이를 개정하기도 한다. 국가경쟁력 못지않게 국가균형발전 역시 중요하다. 막대한 행정비능률을 야기할 행정기관 분리는 재검토하되 현 계획보다 더 좋은 균형발전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중앙집권의 낡은 틀을 그대로 둔 채 행정기관을 쪼개어 이전한다고 해서 지방이 골고루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원희룡 의원이 일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골자로 한 ‘세종시 수정안 조율론’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는 그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본다. 수도분할의 비효율을 극복하면서 대한민국 미래성장동력의 전진기지를 만든다는 큰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무엇이 충청도민과 국민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치열하게 토론하면, 그 과정에서 좀 더 좋은 방안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 ‘세종시 수정안’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 이번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경제도시안은 차제에 대한민국 미래성장동력의 전초기지를 건설하자는 차원에서 50만 명 규모로 기업, 과학, 교육, 친환경 4대 핵심축을 집어넣은 것이다. 70년대 울산, 포항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 것처럼 2020년 이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핵심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세종시 문제를 두고 회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필요성이 있는가.
▲ 만나야 한다. 대통령께서 박 전 대표는 물론 누구라도 만나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건의할 생각이다.

-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충청 민심이 변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충청민심이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 아직 초반이기는 하지만 몇 개의 여론조사를 보면 적게는 5%, 크게는 10% 안팎까지 민심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해서 정부 관계자들이 전심전력해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지고 그 대안의 내용을 설명 드리면 유의미한 여론의 변화가 본격화되리라 기대한다.

-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진두지휘했다. 최근 세종시 여론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 총리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며, 정부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는 것이 나을 듯하다. 우선, 충청도민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정서적인 면을 어루만지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제시된 대안을 차분하고 지속적으로 설명해 그 내용 자체를 잘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끝으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분열을 걱정하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 당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한나라당이 국민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이 믿고 나라의 미래를 맡길 만한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세종시를 어떤 성격의 도시로 만드느냐 하는 문제는 명백하게 정부의 중요 정책사항이다. 현재 세종시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각 정치세력이 세종시 문제를 국익 차원보다는 지방선거 또는 차기 대선과 결부해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이 계파간의 정쟁으로 비치지 않고, 국민이 안심하고 나라와 자신들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정당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원안 고수 국민과의 약속…신뢰와 형평성 어긋나
한 지붕 두 가족 아니다…다만 보스가 다른 뿐


다음은 유정복 의원과의 일문일답.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세종시 수정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박 전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중시하고 원칙과 신뢰를 대단히 소중한 가치로 생각한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도 약속을 했고, 한나라당이 약속을 했다. 또 박 전 대표도 지원연설을 통해 차질 없이 추진된다는 것을 약속했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약속을 하고 이것을 실천하는 과정인데 이렇게 수없이 약속한 것을 어긴다면 어떻게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국가 백년대계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 2005년 당시 ‘세종시 원안’이 한나라당의 당론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당시 ‘세종시 원안’의 가결을 두고 12명의 의원만이 표결을 했는데, 일각에서는 이것이 어찌 당론으로 채택했는가라고 비판하고 있다.
▲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있을 때 민주적 당 운영을 천명하고 실천했다. 그래서 중요한 의사 결정은 반드시 의원총회 등을 통해 의원들이 결정하도록 했다.
당시 세종시 건설을 위한 여야 합의안도 2005년 2월 한나라당 의총에서 찬성 46표, 반대 37표로 가결됐던 내용이지, 박 전 대표 개인이 결정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시작된 세종시 논란은 2004년 당시에도 수도분할 논란으로 불거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극심한 반대가 있었다. 또한 이 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는 등 ‘세종시 법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도 ‘세종시 원안’이 수도분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수도이전이 위헌 판결을 받은 후에 엄청난 충격이 정치권에 닥쳐왔다. 정치권에서 수도이전 무산에 따른 후속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고 여야가 논란 끝에 지금의 세종시건설법 제정을 처리하게 됐다. 이 후속대책은 헌재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판명이 났다. 그리고 지금 정부 부처 이전의 내용은 과천에 있는 7개 부처가 연기, 공주로 가는 것이다. 여기에 2부2처2청이 더해지는 것인데 정부가 세종로와 용산, 과천, 대전에 있으면 수도분할이 아니고 KTX로 40분이면 가는 연기·공주로 가면 수도분할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다.

- 박 전 대표의 세종시 반대를 두고 차기 대선 전략이라는 말이 있다. 일각에서는 미리 ‘줄 세우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 동의하지 않는다. 박 전 대표는 사심 없이 국가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다. 이 문제도 흔히들 누구는 신뢰를 주장하고 누구는 국익을 주장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 지금 수정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제시한 사업계획안에 전부 들어가 있는 것들이다. 새롭게 만든 안이 아니다.
이번에 정부에서 무리한 인센티브제를 주고 있는데 기업에게 토지를 공급하면서 조성 원가가 평당 227만원인 것을 38만원에 공급하는 원형지 개발 방식을 적용하고 앞으로 혁신도시에도 이렇게 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현재까지의 모든 공공 토지 공급의 기본 원칙을 깨고 또 형평성 시비를 가져오게 된다.

-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세종시 문제를 두고 회동을 추진한다면 성사될 수 있나.
▲이미 다 알려진 대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 두 분이 갖고 있는 문제는 내용을 모르거나 이해 부족에서 온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더 중요하냐는 기본 인식과 정치철학이 매우 다른 상황에 있기 때문에 과연 이 상황에서 만나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겠느냐 하는 생각이다.

- ‘세종시 논란’을 두고 친이·친박계로 나뉘어 끝없는 갈등을 할 경우 분당설까지 나돌고 있다.
▲정치인이 다 각자가 개인의 정치적 소견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어떤 정책 사안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고 다 분당하고 탈당해서야 되겠나. 한나라당의 오늘날을 만든 이가 박 전 대표인데 그의 탈당이나 분당을 얘기하는 것은 잘못 알고 하는 말들이다. 그리고 어떤 정책에 대해서 의견이 대립되고 서로 논쟁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서로 당을 달리해야 될 그런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 충청 민심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우호적으로 바뀐다면 그때도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할 것인지. 박 전 대표의 입장 변화 가능성은 없는가.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 물론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세종시 원안에서 부처이전만 뺀 것이기 때문에 사실 여론이 반전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리고 여론의 문제를 떠나서 이 현안을 보는 시각, 그 정치적인 철학을 분명히 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바꿀 사항은 없다고 본다.

-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여론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 총리는 사실 이 문제 해결의 당사자가 아니다. 이 법이 제정될 때 관여한 바도 없고 의견을 낸 바도 없다. 얼마 전에는 정 총리가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되면 나라가 거덜날 거라고까지 말했는데, 정말 총리로서는 할 수 없는 심한 말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한나라당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이 있다면.
▲세종시수정론 제기 자체가 국론 분열과 국력 낭비를 가져온다. 그래서 이것이 장기화된다면 그 폐해가 커질 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지 무리하게라도 이것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결국 그 후유증만 커지게 되고 대통령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고 또 그 피해는 국민에게 올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현명하게 판단해 수정안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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