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400만 시대<요지경세상>

2010.01.26 09:57:57 호수 0호

취업률 ‘뚝뚝’ 범죄율 ‘고공행진’


백수 400만 시대다. 경제활동 가능 인구의 10%가 실업자인 셈이다. 구직을 아예 포기한 구직 단념자의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실업급여 신청자 수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시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업자와 관련된 각종 범죄들도 횡행하고 있다. 교도소에 가기 위해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 고리이자를 뜯어먹고 사는 사채업자 범죄, 알바를 구하려는 여대생들을 노린 범죄 등이 그것이다.


정부 추산 ‘사실상 백수’ 400만명 ‘충격’
경제활동 가능 인구 10% 집에서 노는 신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나는 가운데 비관적인 통계자료가 발표됐다. 사실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노는 백수가 무려 400만명에 달한다는 것.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연간 고용 동향 자료’에 따르면 공식 실업자만 88만9000명으로 조사됐고 여기에 취업 준비자와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쉬는 사람을 포함하면 408만명이 일자리를 갖지 못한 백수로 드러났다.

10명 중 1명 백수
취업단념자도 증가


돈을 벌 수 있는 15세 이상 남녀 10명 중 1명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도 지난해 1569만8000명으로 조사돼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중 여자가 1042만명으로 남자 527만8000명의 2배에 달해 여성 취업 현실을 보여줬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15세가 넘은 인구 중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일할 의사가 없어 경제활동을 포기한 인구로 육아·가사를 전담하고 있는 주부, 취업 준비 중인 학생, 휴·폐업한 자영업자 등이 포함된다.

실업급여 신청자 수도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107만4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신청자에 비해 28% 증가한 수치다. 실제로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도 130만1000명으로 2008년보다 31.4%가 늘어났다. 이들에게 들어간 실업급여는 4조1164억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로 조사됐다.

이처럼 경기회복의 조짐을 무색케 하는 실업자의 현실은 관련 사건과 범죄들을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먹고 살기 힘든 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범죄나 이들을 노린 파렴치한 범행이 그것이다. 그중 하나는 엄동설한에 잘 곳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교도소행을 택한 이들이 벌이는 생계형 범죄다. 칼바람을 맞으며 노숙생활을 할 바에야 지붕이 있는 감옥에서 겨울을 나보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일이다.

평생 전과자로 낙인이 찍힐지언정 눈앞에 놓인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인 절박한 사람들의 선택인 것이다. 지난 17일에는 교도소에 가기 위해 연속해 범행을 저지른 30대 남성이 덜미를 잡혔다. 강원도 양구경찰서는 농가에 침입해 흉기를 휘두르고 할인점에서 강도짓을 한 혐의(살인미수 등)로 윤모(30·무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교도소 가려 일부러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 잇달아 발생
취업난에 알바 구하려는 여대생 노린 파렴치한도 극성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15일 오후 5시쯤 양구군 해안면 현리 서모(55)씨의 집에 침입해 혼자 있던 서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서씨는 윤씨가 휘두른 흉기를 피해 달아나다 2m 난간 아래로 추락해 크게 다쳤다. 윤씨의 범행은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각 또다시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40분쯤 인근에 있는 마트에 가 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해 돈을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쳤다.

또 주민 박모(51)씨의 집 마당에 주차된 화물차를 훔쳐 혈중 알코올농도 0.103%의 음주 상태로 5㎞가량을 운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하루 동안 연속해 범행을 저지른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 교도소에 가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씁쓸함을 남겼다. 지난 14일에도 교도소행을 꿈꾸며 범행을 저지른 20대가 경찰에 잡혔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또 다른 윤모(27)씨가 그 장본인. 윤씨는 이날 오전 5시30분 전남 광주시 서구 금호동 모 편의점에 들어가 혼자 있던 종업원을 협박해 현금 2만원을 빼앗았다. 여느 범죄자라면 범행이 끝나자마자 현장을 빠져 나갔겠지만 윤씨는 달랐다. 그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강도짓을 했는데 자수하고 싶다”며 자신의 범행을 신고했다. 경찰에서 윤씨는 “교도소에 가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교도소에 가는 방법은 이뿐만 아니다. 벌금을 내는 대신 노역을 택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벌금을 낼 돈조차 없어 교도소 생활을 자처하는 이들의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6년 3만4019명, 지난해 3만3571명이던 전체 노역수형자 수가 지난해 7월까지 2만7020명에 달했다.

사채업자 횡포 극성
7200% 이자까지 뜯어

하루 평균 수용자수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노역장에 수용되는 사람의 수는 평균 2086명으로 2008년 1797명에 비해 12.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막노동으로 일가족을 벌어 먹이던 A(50)씨도 벌금 대신 노역을 택했다. 지난해 지나가는 행인과 시비가 붙어 싸움을 벌이다 상해죄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A씨.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A씨에게 100만원은 가족의 생계가 걸린 큰돈이었고 A씨는 결국 교도소에 가는 것을 택했다. 죗값을 치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던 교도소가 생계를 꾸리기 힘든 이들에게 잠을 잘 공간과 하루 세 끼를 제공하는 장소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부러 감옥살이를 하려는 사람들이나 노역형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국가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이 될 노력조차 하지 않는 이들이 증가해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채업자들의 횡포도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의 절박한 심경을 이용해 장사하는 사채업자들은 비상식적인 이자를 뜯으며 배를 불리고 있다. 최근에는 무려 3600%의 연이율을 매겨 수억원을 벌어들인 사채업자가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 3월 D(29·여)씨는 급전이 필요해 사채업자 박모(45)씨의 사무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D씨는 150만원을 빌렸다. 선이자로 뜯어간 돈은 75만원. 월 300%의 이자를 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빌린 D씨가 박씨에게 갚은 돈은 무려 1300만원이었다. 빌린 돈의 10배 가까이 되는 돈을 빼앗긴 것이다. C(22·여)씨는 무려 7200%의 이자폭탄을 맞았다. 생활정보지에 실린 대출 광고를 보고 박씨를 찾은 C씨는 30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박씨가 C씨에게 요구한 이자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자를 갚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C씨는 박씨를 피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박씨가 재산 포기각서와 가족 신상명세서까지 받아간 뒤 “돈을 갚지 않으면 가족들을 찾아 가겠다”고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수법으로 박씨 일당이 벌어들인 돈은 무려 7억여 원. 2008년 8월부터 320명에게 총 1억9000만원을 빌려주고 평균 3600%의 연이율을 적용해 벌어들인 수익이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 일당은 대전, 부산, 서울 등 전국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 대덕경찰서는 지난 17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김모(27)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실업의 그늘은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졸업을 유예하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대학생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가운데 돈 되는 알바를 위해 기꺼이 몸을 파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다. 이른바 ‘마루타 알바’라 불리는 생동성 실험 알바에 뛰어든 대학생들이다. 대학생 이모(27)씨도 약 6개월 전부터 각종 생동성 시험 알바에 참여해 용돈과 등록금벌이를 하고 있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에 졸업을 미룬 이씨는 원룸 월세라도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알바 자리를 구하는 것은 어려웠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과외자리는 꿈꾸는 것조차 어려웠고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의 알바는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이들의 몫이었다. 사무직 알바의 경우에도 남자보다는 여자를 선호했다. 남은 것은 대리운전이나 유흥업소 등 밤이슬을 맞고 일하는 알바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씨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생동성시험 알바였다. 출시도 되지 않은 약품을 먹는 실험에 참가하는 것이 마치 실험용 쥐가 된 듯한 께름칙한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저것 잴 여유가 없었다. 결국 정씨는 1박2일 일정으로 실험에 참가했다. 과정은 비교적 간단했다. 채혈 후 약물을 투약하고 하룻밤을 잔 뒤 다음 날 한 번 더 채혈하는 것이 업무의 전부였다.

실험에 참가하기 전 10시간 동안 금식을 한 것 말고는 특별한 노력도 필요 없었다. 알바비도 비교적 센 편이었다. 한 번 시험에 참가하고 받는 돈은 35만원. 힘든 노동이나 머리싸움 없이 받는 돈 치고는 거액이었다. 정씨는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만 떨친다면 어떤 알바보다 쉬운 알바였다”며 “몸을 팔아서까지 돈을 벌어야 되느냐는 자괴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높은 시급 때문에 그 후에도 일자리가 나는 대로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자 대학생들에게 생동성 실험 알바가 높은 시급을 주는 알바라면 여자 대학생들에게는 각종 유흥업소가 대표적인 고수익 알바다. 유흥업소가 많은 서울 강남에서 일하기 위해 방학기간 동안 방을 얻는 ‘단기임대’란 용어도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알바를 구하는 여대생들을 상대로 한 각종 범죄들이 횡행하고 있어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노래연습장에 면접을 보러 간 김모(20·여)씨는 알바를 구하기는커녕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 모 노래방 종업원 권모(21)씨는 지난달 2일 밤 11시쯤 자신이 일하는 노래연습장에 일자리를 구하러 온 김씨에게 술을 먹여 잠들게 한 뒤 인근 여관으로 업고가 성폭행하려다 잠에서 깨어난 김씨의 반항으로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알바 구하러 유흥가로
여대생 노린 범죄 증가

그런가 하면 지난 20일에는 과외교사를 구할 것처럼 속여 여대생을 유인한 뒤 금품을 빼앗으려 한 혐의로 왕모(29)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인 왕씨는 지난 19일 오후 7시40분쯤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 모 주유소 앞에서 생활정보지에 과외교습 광고를 낸 여대생 이모(21)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한 뒤 이씨 가 나타나자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빼앗으려다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왕씨는 생활정보지에 난 과외교습 광고를 보고 범행대상을 골라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의 과외교사를 구하는 것처럼 속여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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