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남 토막살인 '충격' 전말

2014.06.09 11:14:51 호수 0호

칼로 난도질하고 전기톱으로 절단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 인근 도로변 골목길에서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됐다. 검정색 여행용 가방에는 피투성이가 된 한 남성의 상반신이 담겨 있었다. 너무나도 끔찍한 모습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조사에 착수한 결과, 30대 여성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5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전기톱으로 두 다리를 토막 낸 것으로 밝혀졌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잔인한 영화가 우리 주변에서 현실로 일어났다.

 


지난달 31일 오전, 인천 남동공단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인부는 야간작업으로 인해 몸이 녹초가 된 상태였다. 이 인부는 여느 때처럼 작업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담배 한 대를 태우기 위해 공장 밖으로 나와 골목길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상쾌한 아침 공기와 담배 한 모금으로 피로를 달래려던 찰나, 공장 담장 옆에서 수상한 검정색 여행용 가방을 발견했다. 그리고 호기심에 가방 지퍼를 내렸다.

칼 들고 조건만남
 
뻑뻑한 지퍼는 생각보다 잘 내려가지 않았다. 오기가 발동해 힘주어 끝까지 내려 결국 가방 속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용물이 심상치 않았다. 사람 머리와 비슷한 물건이 있었던 것.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 머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동하는 악취에 내용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 남성의 머리였던 것. 시신은 다리가 없는 상태였다. 휴식을 취하러 나왔다가 봉변을 당한 이 인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즉각적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길가에 수상한 가방이 있다’는 남동공단의 한 공장 인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사건 초기에 경찰은 가방에 담긴 시신이 몽골인 노동자라고 추정하고 정확한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강제 성관계…흉기로 살해

우발적? 무려 30여곳 찔러

토막 난 시신은 몽골인이 아닌 인천시 서구에 사는 조모(50·남)씨로 밝혀졌다. 이 소식을 접한 살인 피해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믿기 어려운 토막살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건의 진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한 경찰은 지난달 27일 미귀가 신고가 접수된 조씨임을 확인했다. 이후 시신이 발견된 남동공단 인근 CCTV화면 분석을 토대로 조씨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고모(36·여)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지난 2일 고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씨와 조씨는 지난달 26일 한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났다. 이들은 이날 밤 경기도 파주시 통일전망대 인근 무인모텔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모텔에 들어가기 전에 핸드백에 미리 흉기를 챙겼다. 고씨는 30cm 길이의 흉기로 조씨의 목과 가슴 등 30여 곳을 찔러 모텔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조씨를 끔찍하게 살해한 고씨는 이후 모텔을 나와 인근 상점에서 전기톱·비닐·세제 등을 구입했다. 그리고 욕실에서 조씨의 두 다리를 절단한 뒤 세제 등으로 모텔 내부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살인의 현장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경찰은 “모텔에 도착할 당시 방 내부는 육안으로 매우 깔끔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고씨는 조씨를 살해한 후 자신의 외제차를 몰고 조씨의 두 다리를 비닐에 싸 파주시 농수로에 버렸다. 그리고 몸통 부분은 여행용 가방에 담아 인천 남동공단의 한 공장 골목길에 유기했다.
 
혼자 사는 미혼여성 고씨는 범행 며칠 전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조씨를 범행 당일 처음 만났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려 해 저항하던 중 호신용 칼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며 “시신을 옮기기 무거워 훼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몸통 인천 남동공단 골목에
다리는 파주 농수로에 유기
 
별다른 직업이 없는 고씨는 도로교통법 위반 외에는 전과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고씨가 조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점에 주목하고, 원한관계 여부도 조사했지만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고씨가 조씨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핸드백에 미리 흉기를 챙긴 점으로, 계획적인 살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거워 시신 훼손
 
경찰은 모텔 CCTV 분석 결과 고씨, 조씨 외에는 다른 일행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고씨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고씨의 외모는 여느 30대와 다름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상태라고 전해진다.
 
고씨는 혼자 사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가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신병력 등 기타 문제는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씨가 조씨의 다리를 절단할 당시 사용한 전기톱은 국과수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가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조씨에게 돈이 있는 줄 알고 접근했다가 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살해한 것 같다”며 “고씨의 차량에서 숨진 조씨의 휴대전화와 카드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살해 동기와 공범 여부 등에 대해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기사 속 기사> 살인 부르는 ‘리셋증후군’은?
 
토막살인까지 불러오는 ‘리셋증후군’이란 컴퓨터의 리셋 버튼처럼 범죄를 저지른 후 현실도 리셋할 수 있다고 믿는 일종의 정신질환 증상이다. 특히 리셋 증후군에 걸린 학생들은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혼동한다.
 
리셋 증후군은 지난 1997년 5월 말 일본 고베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인 중학생이 컴퓨터 게임광이었음이 밝혀지면서 널리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말부터 경찰백서에 이 용어가 등장했는데, 현재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리셋증후군을 인터넷 중독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리셋증후군의 대표적인 특징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리셋증후준을 가진 사람은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인다. 심할 경우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그것이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행위를 단지 게임의 일종으로 여기고 ‘리셋’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리셋증후군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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