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전략공천' 거센 후폭풍

2014.05.12 12:34:10 호수 0호

김한길·안철수 ‘그러다 잘 익은 떡시루 엎을라'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최근 광주(윤장현), 안산(제종길) 두 지역에 전략공천을 결정한 이후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김-안 공동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전략공천하며 경선조차 없이 낙천한 상대후보들이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탈당한 후보들을 지지하던 당원들의 탈당 도미노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화들짝 놀란 당 지도부는 뒤늦게 이번 전략공천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나섰지만, 되레 파문은 더 커져만 가는 형국이다.



새민련의 광주·안산 전략공천 결정이 심각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새민련은 지난 2일 6·4지방선거 광주시장 후보로 안철수 공동대표의 측근인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전략공천 했다. 또 다음날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백명의 학생들이 희생되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기 안산의 시장후보로 김한길 공동대표의 측근인 제종길 전 의원을 전략공천 했다. 이처럼 두 공동대표의 측근들이 사이좋게 전략공천 혜택을 받으며 무임승차하자 당 안팎에서는 '나눠먹기식 자기사람 심기가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략공천 역풍

특히 광주에서는 예비후보였던 강운태 광주시장, 이용섭 의원이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이들을 지지하는 당원 250여명도 집단으로 탈당했다. "밀실야합 공천" "낙하산 공천" "안철수 지분 챙기기" 등 거친 비난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이들은 무소속 후보단일화에도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에는 새민련의 심장인 광주에서 새민련 후보가 당선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윤 후보가 패하기라도 할 경우에는 김-안 공동대표의 리더십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역민심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전략공천 이전까지 강 시장과 이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모두 윤 후보에게 2배가 넘는 격차로 앞서며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게다가 새민련 지도부의 전략공천 결정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지난 8일 지역지인 <무등일보>와 <광주CBS>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 후보의 전략공천에 반대(33.3%)하는 의견이 찬성(24.8%)보다 8.5%p 더 높았다(조사기간 : 5월4~6일, 조사대상 : 광주·전남지역 성인남녀 각각 700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7%p).


앞서 지난 3일 다른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의 19세 이상 광주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48.5%) 의견이 찬성(35.8%)보다 12.7%p 더 높았다(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심지어 광주지역 기독교단체, 변호사모임, 상인대표단 등은 성명을 내고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은 철회돼야 한다"며 "시민의 의사가 반영된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경기 안산에서도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잠긴 와중에 이뤄진 전략공천에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제종길 후보의 경쟁상대였던 김철민 안산시장 측은 "상중에 상주를 바꿨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고, 김 시장의 지지자 수백명은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김 대표의 자택 앞까지 몰려가 항의집회를 열었다.

특히 김 시장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새민련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사고 후 진도 현장에 내려가 희생자 가족을 돌보는 사이 당이 기습적으로 다른 후보를 안산시장 후보로 전략공천 했다"며 "당이 잘못된 공천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단을 할 것"이라고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안산 지역의 한 중진의원은 "세월호 참사로 안산의 유가족과 온 시민이 참담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당 지도부의 이번 결정은 시민의 여론과 전혀 다른 결정"이라며 "안산 지역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안산만이라도 단체장을 무공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야권 전략공천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 진입은 외면
당 거물급 정치인도 비판대열 합류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자 새민련 지도부는 지난 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추가적인 전략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진화에 나섰다. 또 안 대표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성정치권 밖의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는 것이 전략공천"이라며 "윤 후보는 30년간 시민운동, 인권운동에 앞장선 시민운동가로 광주의 박원순이 될 수 있는 분"이라고 윤 후보 전략공천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나섰으나 되레 파문은 더 커져만 가는 형국이다.

이러한 행보는 오히려 새민련이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후 내세웠던 '개혁공천'을 스스로 뒤집는 셈이기 때문이다. 당장 당 지도부의 '더 이상 전략공천은 없다'는 결정에 따라 당초 여성 기초단체장 7곳 전략공천도 없던 일이 되며 여성 의원 및 여성 당원들은 '30% 여성 의무공천'을 이행하라며 농성에 들어갔다. 

여론조사에서 강운태-이용섭 예비후보에게 모두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뒤지던 3등 후보(윤장현)를 당 지도부에서 일방적으로 후보로 낙점한 것도 개혁공천이라 부르기 어렵다. 게다가 안 대표가 사태 진화를 위해 언급한 '윤장현이 박원순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은 박원순 시장이 민주당 후보(박영선 의원)와의 경선에서 당당히 승리해 야권단일후보로 서울시장 재보선에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어불성설이다.

강 시장 측 관계자는 "민주주의는 과정과 절차가 중요하다. 박 시장은 민주적 과정과 절차, 즉 투명한 경선을 거쳐 서울시장 후보가 된 분"이라며 "박 시장의 경우와 안 대표가 나눠먹기 밀실야합으로 공천장을 준 윤 후보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당의 거물급 인사들도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소상공인 토론회'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광주의 전략공천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전략공천을 해야 될 때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전략공천을 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해 정치참여 기회를 신장해야 하는 경우와 국민과 당원의 의사와 선택권을 뺏어서는 안 되는 경우가 어떻게 구분되는 지는 국민이 잘 안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연휴가 시작되는 밤중에 윤 후보를 전략공천함으로써 광주시민과 국민을 우롱한 결과로 나타났다"며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했다"고 비판했다.

잘못된 선택

이처럼 전략공천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논란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윤 후보 측은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소외된 자와 약자, 혹은 새로운 인물의 수혈을 위한 전략공천이 이뤄졌다"며 "그런 분들에 의해서 선택된 많은 분들이 지금 한국사회, 정치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새민련) 중앙당은 윤장현이라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정치지형을 광주에서 열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carpediem@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