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부르는 보험사기사건 전말

2010.01.12 09:23:03 호수 0호

“너만 사라지면 돈은 내 꺼야”

보험금 노리고 남편 살해한 중국동포 여성 덜미
가족 살해한 10대 소년 사건 등 갈수록 흉포화



보험금을 노린 범죄가 날로 흉포화되고 있다. 살인도 불사하는 판국이다. 최근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편을 살해한 중국동포 여성이 덜미를 잡혔다. 혼인신고 직후 남편 이름으로 10여 개의 보험에 가입한 이 여성은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남편을 살해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는 보험금에 눈이 먼 10대 소년이 어머니와 누나를 살해하는 패륜범죄도 벌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을 살펴봤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전화를 한 사람은 중국동포 안모(41·여)씨. 안씨는 자신의 남편 박모(42)씨가 귀가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들어오지 않는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신고전화를 했다.
경찰은 이에 안씨가 사는 집 근처를 수색하다가 집 앞 골목길에서 박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박씨가 누군가로부터 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용의자를 색출하기 시작했다.

전 남편과 공모해 범행

경찰은 이 과정에서 박씨 부부가 10개의 보험 상품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해 3월 혼인신고를 한 이들 부부는 한꺼번에 많은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드러나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리고 박씨가 사망함으로써 3억6000만원의 보험금을 탈 수 있었던 부인 안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안씨가 용의선상에 오를 만한 정황은 또 있었다. 결혼하기 전인 지난해 초, 안씨와 중국에 있는 전 남편 김모씨가 자주 통화를 했던 내역이 포착된 것. 여기에 지난달에는 김씨가 입국을 한 것으로 드러나 의심은 더욱 커졌다.


경찰은 이에 김씨와 안씨가 합작해 범행을 저지른 것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으로 도주하려 했던 김씨를 인천국제공항에서 검거해 추궁한 끝에 보험금을 노리고 함께 살인행각을 벌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상계동 집에서 김씨와 함께 박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집 뒤편 골목에 내다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 전남편 김씨는 범행 10여 일 전 입국해 모텔에 투숙하며 범행시기를 호시탐탐 노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보험금에 눈이 어두워 인륜을 저버린 범죄를 저지른 사건은 또 있다. 보험금을 받아 서울 강남에서 호화롭게 살고 싶어 어머니와 누나를 살해한 10대 소년의 사건도 일어나 충격을 준 바 있다.

사건이 일어난 시각은 지난해 10월10일 오전 4시46분. 이날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층에 불이 나 방에서 잠을 자던 모녀가 변을 당했다. 어머니 김모(당시 49세)씨와 딸(당시 19세)은 미처 집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전신에 고도화상을 입었다. 인근 병원으로 급히 옮겨진 모녀는 결국 숨을 거뒀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누군가가 일부러 불을 저질렀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현관 출입구와 거실에서 휘발유가 검출됐고 20m가량 떨어진 길가에 타다 남은 오리털 점퍼와 트레이닝 바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의선상에 올릴 만한 이들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자칫하면 미궁 속으로 빠져들 뻔했던 이 사건은 발생 한 달여 만에 전모가 밝혀졌다. 불이 난 집에서 15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방범용 CCTV에 범인의 모습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CCTV 화면에는 속옷 차림으로 도망치는 10대 소년의 모습이 녹화됐다. 경찰 조사결과 숨진 여성의 아들 장모(18)군의 친구 김모(16)군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경찰의 추궁 끝에 김군은 장군의 지시로 방화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군은 김군에게 “나의 가족들을 살해해 주면 보험금의 일부를 주겠다”며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돈 욕심이 났던 김군은 이 제안을 수락했고 패륜범죄가 시작됐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사건 당일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기도 했던 장군은 결국 철창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장군이 경찰에서 밝힌 살해동기. 장군은 “보험금을 타서 강남에서 살고 싶었다”며 태연히 살해동기를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모님이 생명보험과 화재보험 등에 가입한 것을 알게 된 장군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는 보험금과 유산을 노리고 30여 년간 자신을 길러준 양어머니를 청부살해한 비정한 아들도 덜미를 잡혔다. 돈에 눈이 멀어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던 이는 이모(35)씨.


경마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 이씨는 2008년 3월, 어머니 유모(당시 70세)씨에게 유산 중 일부를 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유씨는 “경마에 빠진 너에게 줄 재산은 없다.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에 격분한 이씨는 해선 안 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청부살인하고 재산을 가로채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전과자와 출소자의 쉼터’란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서 ‘시키는 일은 다 해 주겠다’는 글을 올린 박씨 등을 만나 1억3000만원을 건넨 뒤 “어머니를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이들의 범행은 성공했고 보험금과 유산 20억여 원을 타는 데 성공한 이씨. 그러나 완전범죄는 없었다. 범행 15개월 만인 지난해 8월 이씨의 행각은 낱낱이 밝혀졌다. 업둥이를 애지중지 키워 온 모정의 대가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으로 돌아오게 됐다.

가짜 화장식까지 연출

실제로 살인을 하지 않고도 보험금을 타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사망신고한 뒤 보험금을 받는 수법이다. 최근엔 화장식을 하는 연출사진까지 찍어 보험금을 타내려 한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인도네시아에서 오락실을 운영하던 안모(52)씨 일당이다. 안씨와 부인 정모(50)씨 등은 지난해 6월 10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안씨가 사망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사망 보험금 18억여 원을 타내려 했다.

그러나 범행이 성공하기엔 어설픈 부분이 많았고 보험사의 신고로 이들 일당의 계획은 모두 밝혀졌다. 경찰은 인도네시아 경찰과의 국제공조수사 끝에 서류 위조를 밝혀내고 안씨 부부를 붙잡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을 노린 강력범죄가 날로 늘고 있어 보험회사와 금융감독당국, 수사기관의 공조를 통한 강력한 대응으로 보험사기를 뿌리 뽑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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