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정세균 조기전대 이심전심 사연

2010.01.12 09:17:59 호수 0호

흔들리는 당권도 서러운데 대권까지?


여야 대표들이 내우외환에 처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정운찬 총리에게 세종시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긴 지 오래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당 밖에 있는 정동영 의원의 복당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 의원이 복당했을 시 미칠 정치적 파장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내에서 일기 시작한 조기전대 움직임은 정몽준 대표와 정세균 대표의 목을 조르고 있다. 각각 여야 대표를 맡고 있다는 것 외에도 대권을 노리는 그들에게 조기전대는 리더십의 위기상황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진다는 이유에서다.


정몽준, 정세균 대표 술렁이는 조기전대론 거센 파도
본격화되는 당권 전쟁 직격탄에 리더십에 큰 상처


한나라당과 민주당 안팎에서 조기 전당대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 대표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조기전대 주장이 현 대표 체제로 6월 지방선거를 치루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0월 재보선에 즈음에 당 대표직을 승계 받았다. 10월 재보선에서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당내 영향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탓이다.

여야 당 대표 ‘위태위태’



또한 정치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이슈 선점에서도 밀렸다.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을 두고 여당 대표로서의 역할이 기대됐지만 세종시는 정운찬 총리에게, 4대강 사업은 친이계에 자리를 내줬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기전대 주장에 정 대표도 일견 동조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이 썩 마뜩잖기는 하지만 “조기전대를 해서 ‘승계 대표’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답답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조기전대 주장은 연말 예산안 정국이 고비가 됐다. 예산안 정국에서 패하면서 당 지도부에 대한 쇄신론이 거세진 것. 당 한 관계자는 “정 대표가 당을 맡고 제대로 성과를 낸 것이 뭐가 있냐”며 “수차례 기회가 왔음에도 어느 것 하나 이렇다 할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고 날 선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도 민주당을 목적지 없이 표류하는 ‘난민정당’에 비유하며 “전두환 시절 어용야당이었던 민한당 이래 이렇게 무기력한 야당은 없었다.

대표와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이번 전당대회는 언제 개최가 되든 향후 정국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새 당 대표의 임기 중인 2012년에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누가 당권을 잡느냐가 대권판도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 때문에 정가 안팎에서는 정몽준 대표와 정세균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하지만 조기전대론은 정몽준, 정세균 대표의 구상을 흔들고 있다. 조기전대 주장 자체가 현재 당권을 쥐고 있는 여야 대표에 대한 질책을 담고 있는데다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당내 경쟁자들의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모두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이들의 명단이 구체화된 상태다. 한나라당에서는 안상수 원내대표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홍준표 의원과 친박계 진영·허태열·김무성·홍사덕 의원, 중도개혁 성향인 남경필·권영세 의원의 도전이 점쳐지고 있다. 

하반기 국회의장과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는 안 원내대표는 4대강 예산안을 확보하고 노동법을 국회에서 처리해낸 후 주가가 상승 중이다. 이 위원장은 7월로 예정된 서울 은평을 재보선 출마와 당권 도전 가능성이 있다. 안 원내대표와 이 위원장 모두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라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몽준 대표를 크게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친박계를 등에 업고 있는 친박 의원들이나 중도개혁 성향 의원들도 당내 지지기반 측면에서는 정몽준 대표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정세균 대표의 연임 도전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는 지난 한 해 춘천에서 칩거했지만 지방선거 전 정치권 복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당 논의가 진행 중인 정동영 의원도 계파 의원 혹은 민주당 비주류와의 교류를 확대해가고 있다. 여기에 386 맏형 격인 송영길 최고위원, 구 민주계인 박주선·김효석 의원, 동교동계 핵심인 한화갑 상임고문과 박지원 의원,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천정배, 추미애 의원 등도 자천타천으로 예비후보군에 포함된다.
 
대권가도까지 흔들릴까

차기 당권 도전자들이 정몽준, 정세균 대표와 각 세우기를 본격화할 경우 당권뿐 아니라 대권까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정몽준, 정세균 대표의 실책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을 대표할 수 있는 차기 대권주자로 성장하지 못한 두 대표에게 이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에는 강력한 대권주자로 자리 잡은 박근혜 전 대표가 있고 민주당에는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당권을 쥐고 있을 때 자신의 정치력을 인정받아야 대권 도전도 수월해진다”면서 “대권가도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권마저 위협받게 되면 반전의 기회도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지 않냐”는 말도 두 당 대표의 ‘동병상련’을 짚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