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그룹 수상한 대물림 내막

2014.04.30 18:02:35 호수 0호

회장님의 아들 사랑 ‘유별나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장남을 각자 대표로 선임 → 쿠쿠홈시스의 잇따른 쿠쿠전자 지분 매입 →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의 합병 → 쿠쿠전자의 IPO' 밥솥기업 쿠쿠그룹의 지난 8년간 움직임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가업승계는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고 상속·증여세는 한 푼도 들지 않았다. 편법승계 의혹이 드는 이유다.



쿠쿠전자가 기업공개(IPO)에 시동을 걸었다. 쿠쿠전자는 지난달 1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쿠쿠전자의 상장 예정일은 오는 7월이다. 쿠쿠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4998억원에 당기순이익 512억원을 올렸다. 업계는 쿠쿠전자의 상장이 성공하면 시가총액이 8000억∼1조원선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짜여진 각본대로

업계는 몸집이 커질 쿠쿠전자보다 쿠쿠그룹의 가업승계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물림이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지만 상속·증여세가 한 푼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쿠그룹은 지난 8년간 착실(?)하게 승계 수순을 밟아 왔다.

첫 걸음은 장남의 각자 대표 선임이었다. 구자신 쿠쿠그룹 회장은 지난 2006년 그룹 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장남 구본학 대표에게 쿠쿠홈시스의 각자 대표직을 맡겼다. 구 회장은 지분율도 24.84%로 떨어져 2대 주주의 자리를 내줬다. 쿠쿠홈시스는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하는 자회사다. 쿠쿠홈시스의 지분은 구 대표와 차남 본진씨가 각각 53%, 47%씩 소유하고 있었다.

이후 '쿠쿠' 브랜드가 국내 밥솥 업계 1위로 자리매김 하면서 자연스럽게 쿠쿠홈시스의 실적이 성장했다. 여기에 쿠쿠전자의 '힘'이 더해지면서 몸집은 커져만 갔다. '쿠쿠'라는 자체브랜드로 밥솥 시장에 뛰어든 2000년대 이후 쿠쿠홈시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90%를 넘나들었다.


실제로 2001년 81.70%(798억원 중 652억원)던 내부거래 비중은 2002년 85.50%(1180억원 중 1109억원), 2003년 87.87%(1328억원 중 1167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04년 95.72%(1309억원 중 1253억원)으로 90%를 돌파했으며 2005년 93.99%(1616억원 중 1519억원), 2006년 93.10%(1929억원 중 1796억원), 2007년 92.67%(1965억원 중 1821억원), 2008년 92.47%(2020억원 중 1898억원), 2009년 92.26%(2096억원 중 1933억원), 2010년 91.47%(2428억원 중 2221억원)로 7년 동안 매출의 90% 이상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2011년에는 89.29%를 기록했다.

그룹의 힘을 받은 쿠쿠홈시스는 쿠쿠전자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였다. 2001년 27.09%던 지분율은 2002년 35.01%로, 2005년 37.17%로 늘어갔고 2008년에는 33.86%로 7년 동안 무려 17%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쿠쿠홈시스는 쿠쿠전자에 흡수합병됐다.

구 대표는 통합법인 지분을 33.10% 보유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본진씨도 29.36%로 2대 주주에 올랐다. 쿠쿠홈시스가 보유하던 쿠쿠전자 지분 16.84%는 자사주가 됐고 구 회장 지분율은 9.32%로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경영권과 지분이 2세들에게 승계된 것. 전형적인 편법 상속방식이다.

상속·증여세 안 내고 승계 마무리 수순
8년 준비 드디어 결실?…편법승계 의혹

IPO는 마지막 단계다. 업계는 쿠쿠전자의 IPO 이유를 쿠쿠홈시스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사주를 털어내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상장 이후 자사주가 출회되면 주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쿠쿠전자의 IPO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관리·감독하는 이사회가 또 다른 이름의 가족회의였기 때문이다. 쿠쿠전자 이사회는 지난해까지 구자신 3부자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이사회를 감시하는 감사 자리도 구 회장의 친인척인 구자혁씨가 맡았다. 회사 배당금 규모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대주주 일가로만 구성됨에 따라 대부분의 배당금이 구씨 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실제로 쿠쿠전자는 2012년 주주들에게 73억60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72% 가량인 약 53억원이 구 회장 부자에게 배당됐다. 쿠쿠홈시스도 합병 전인 2011년 배당한 80억원 모두를 본학·본진 형제가 챙겼다.

물론 현행 상법은 회사 자본금 규모에 따라 이사회 구성 최소 인원을 정해 놓고 있을 뿐 대주주 일가의 이사회 장악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IPO를 준비하고 있는 쿠쿠전자의 경우는 다르다. 상장 기업에 걸 맞는 내부 견제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쿠쿠전자도 이를 의식한 듯 올 초 재무책임자(CFO)를 새롭게 영입하고 IR 조직을 구축하는 등 조직 체계 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여의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급조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거래소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장남을 각자 대표로 선임하고 자회사 덩치를 불려 합병을 하는 등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대로 이뤄진 경영권 승계작업은 편법 승계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쿠쿠전자 관계자는 편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합병은 쿠쿠전자가 밥솥뿐 아니라 전기 그릴, 식기 건조기, 믹서기, 공기청정기, 비데, 가습기 등을 생산하는 데도 밥솥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종합 생활가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IPO만 하면 '끝'

이 관계자는 또 "기업공개를 준비하면서 경영 투명성을 갖추기 위해 재무책임자를 새롭게 영입하고 조직 체계 정비를 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구 회장은 범 LG가의 일원이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10촌 간으로 이 같은 인연을 토대로 쿠쿠전자는 1978년 설립부터 1998년 쿠쿠브랜드 출시까지 20년간 LG전자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밥솥을 납품했다.

이후에는 쿠쿠 브랜드를 만들어 2010년 11월 국내 밥솥 누적 판매량 2000만대를 돌파했고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사 리홈과 쿠첸을 제치고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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