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취재 LG의 두 얼굴 제1탄> LG전자 세탁기 화재 수수께끼

2010.01.05 09:32:56 호수 0호

삼성전자와 너무 다른 ‘간 큰 대처’

LG전자의 세탁기에서 화재가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품을 판매한 회사로선 여간 부담스럽고 예민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LG전자는 어찌된 일인지 느긋하다 못해 여유롭다. 그동안 세탁기 화재 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서둘러 사고를 덮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여러모로 얼마 전 냉장고 폭발 사고 때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대처와 비교되는 LG전자의 안일한 태도를 꼬집어봤다.

‘트롬세탁기 갑자기 불탔는데’ 느긋하다 못해 여유
화재 피해 호소 잇따라…일본에선 5건 발생 ‘리콜’

LG전자의 드럼형 세탁기가 화염에 휩싸인 것은 지난해 12월21일. 일부 언론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의 한 가정집에서 LG전자 세탁기가 작동 3분 만에 연기가 치솟으면서 불이 붙었다. 이 불로 세탁기 덮개가 그을리고 배선 주변이 열기로 녹아내렸다.

피해자 양모씨는 “세탁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세탁기 앞부분을 떼어낸 뒤 15분가량 호스로 물을 뿌렸지만 불이 잘 안 꺼졌다”며 “불은 20분 만에 꺼졌지만 세탁기 안에 있던 빨래가 타고 세탁기도 순식간에 흉물로 변했다”고 말했다.

불이 난 기종은 2005년 LG전자 창원공장에서 만든 용량 10㎏짜리 트롬세탁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씨는 곧바로 LG전자 서비스센터에 화재 신고를 했고 이를 접수한 직원들이 사고 다음 날 불에 탄 세탁기를 수거했다. 당시 LG전자 직원들은 양씨에게 제품의 결함을 인정하고 보상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사 중” 말만 반복

문제는 LG전자의 대처다. 사고 발생 일주일 후인 28일 뒤늦게 자체 파악에 나선 LG전자는 화재 사고가 터진 지 10일이나 지난 12월31일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물론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구체적인 사고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채 ‘조사 중’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제품 결함이란 결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보상이나 무상 수리, 리콜 여부도 답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의 한 가정집에서 지펠 양문형 냉장고가 폭발했을 때 삼성전자의 발 빠른 움직임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폭발 사고가 터지자마자 즉각 21만 대에 달하는 해당 모델의 리콜에 나섰고 담당 사업부장은 옷을 벗은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자체의 결함과 소비자의 사용 부주의, 누전 같은 외부적 요인 등 여러 가지 화재 원인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하고 있다”며 “다만 보통 습기와 물이 많은 곳에 세탁기가 설치되는 점에서 제품 결함보다 외부적 환경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탁기 화재 사고가 처음이고 연말 연초라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철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사 측의 해명과 달리 LG전자 세탁기 화재는 처음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등 국내 소비자단체에 LG전자 세탁기에서 불이 났다고 민원을 제기한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

김모씨는 “2006년 8월 집으로 들어왔는데 LG전자 세탁기에서 화재가 나서 욕실이 그을리는 등 집안이 완전 쑥대밭이 됐다”며 “LG전자 직원들이 소방서에서 화재사실확인서를 받으면 제품 결함을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소방서 조사팀에서 세탁기 내부전선 합선으로 인한 화재 추정으로 결론내자 나중에 ‘추정’이란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발뺌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모씨는 “2009년 3월 구입한 지 4년이 지난 LG전자 트롬세탁기에서 화재가 났지만 다행히 제품 내부만 탔기에 망정이지 큰 불로 번졌으면 큰일이 날 뻔했다”며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세탁기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이건 모터고장처럼 일상적인 고장이다. 수리하는 데 비용이 들어간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해 또 한 번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2005년 34건, 2006년 29건, 2007년 45건 등 총 108건의 국내 세탁기 관련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화재’가 41.7%(45건)로 가장 많았다”며 “세탁기 화재 발생 시 소방서, 경찰서, 국과수 등 국가기관에서 제품 결함으로 결정하면 제조사에 피해 및 손해배상 요청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 화재 원인 파악이 쉽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LG전자 세탁기 화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말썽이 된 적이 있다. 눈에 띄는 점은 LG전자가 비슷한 사고를 두고 국내 소비자들과 달리 해외 소비자들에겐 굉장히 ‘친절’하다는 사실이다. LG전자는 세탁기 화재와 관련 국내에서 단 한 차례도 리콜 조치를 내린 전례가 없지만 해외에선 그렇지 않다.
일본 아사히신문과 도쿄 소방청에 따르면 LG전자의 드럼식 세탁기에서 출화한 화재가 지난해 7월 도쿄에서 2건이 발생했다. 7월28일 오전 10시 토시마구의 맨션 1층의 방에서 LG전자 세탁기 브레이커가 타 주위의 벽도 탔다. 다음 날인 29일 오전 11시엔 타이토구의 빌딩 1층 진료소에서 LG전자 세탁기에 불이 났다.

2008년 2월과 2009년 4월 각각 생산된 2대 모두 일본 내 전용 모델인 ‘WD―E52WP’(백색)다. 같은 기종의 색깔만 다른 ‘WD―E52SP’(은빛)는 앞서 도쿄, 치바, 미야기에서 3건의 화재가 일어나 LG전자가 지난해 7월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한국 소비자 ‘무시’

도쿄 소방청은 “2건의 화재 모두 접속 불량으로부터 과대한 전기 저항이 생겨 발화했다”며 “사고 모델은 3건의 화재로 이미 리콜된 제품으로 중대한 화재로 연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빨리 교환을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LG전자는 2005년 9월 호주에서 시판한 세탁기 1개 모델(WD-8013F)에 대해서도 리콜 조치하기도 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공정거래부는 당시 “문제의 LG전자 세탁기에 사용된 제어회로판의 납땜 불량으로 인해 과열 및 연기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리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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