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 돈잔치 논란

2014.04.14 11:14:56 호수 0호

‘오리온→아이팩→담철곤’ 수상한 돈흐름

[일요시사=경제1팀] 속속 공개된 재계 오너들의 연봉이 화제다. 수억에서 수백억에 이르는 돈에 서민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욕을 먹는 '회장님'이 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다. 담 회장은 속보이는 '돈잔치'를 벌여 귀가 간지럽게 됐다.

오리온 담철곤·이화경 부부가 지난해 100억원에 이르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철곤 회장은 연봉 54억원을 받았다. 식음료 업계에서 1위다. 그 다음은 부인 이화경 부회장. 이 부회장은 연봉 44억원을 받았다.



사실상 개인금고

여기에 이들 부부는 거액의 배당금도 챙겼다. 오리온은 지난해 주당 30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총 158억원(배당성향 144%). 이에 따라 오리온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는 오너 일가는 배당금 51억원을 챙겼다. 이 부회장(14.5%·86만5204주)은 26억원을, 담 회장(12.92%·77만626주)은 23억원을 받았다. 이들의 자녀인 경선·서원(각각 0.53%·3만1669주)씨도 각각 1억원씩 수령했다.

오리온은 매출이 2012년 8207억원에서 지난해 7922억원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58억원에서 109억원으로 늘었다. 때문에 주주들이 배당금을 충분히 받을 만 했다는 평가다. 오리온은 2012년에도 주당 30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었다.

문제는 자회사에서 벌인 '돈잔치'다. 담 회장은 실적이 좋지 않은 데도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다. 논란의 회사는 '아이팩'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아이팩은 지난해 주당 8만2000원씩 총 151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이 607%나 되는 고배당이다. 이 돈은 모두 담 회장 주머니로 들어갔다.

담 회장은 아이팩 지분 53.33%(18만4000주)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46.67%(16만1000주)는 아이팩의 100% 자회사인 프라임링크인터내셔널(PLI)이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담 회장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다. 아이팩은 상호출자회사인 PLI 지분에 대해선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151억원을 몽땅 담 회장이 챙겼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우선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순이익의 6배가 넘어서다. 아이팩은 지난해 매출 40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억원, 25억원에 그쳤다. 그나마도 계열사들이 일감을 밀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순이익 6배 넘는 151억원 배당
모두 담 회장 주머니로 '쏘옥∼'

아이팩은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대표적인 회사다. 오리온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매출의 70% 이상을 '집안'에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과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등은 아이팩으로부터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납품받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이팩의 배당은 처음이 아니다. 아이팩은 2011년 201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 역시 모두 담 회장이 챙겼다. 배당성향이 무려 2121%의 초고배당이었다. 당시 아이팩 매출은 431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7억원, 9억원에 불과했다. 아이팩은 2000∼2005년 매년 11억원씩 배당한 데 이어 2006년과 2007년 각각 8억원, 3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담 회장은 2011년과 지난해 아이팩에서만 352억원을 챙겼다. 공교롭게도 이는 담 회장이 회사자금 유용액을 회사에 돌려준 금액과 비슷하다. 그래서 업계에선 아이팩의 배당을 두고 담 회장을 위한 돈잔치란 뒷말이 나오고 있다. 변제금을 배당으로 되돌려 받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담 회장이 석방된 것은 2012년 2월. 담 회장은 회사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 등 총 3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2011년 9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란 비판이 일었다. 사법부가 서민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반면 재벌에겐 너무 관대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인지 이후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법정에 선 총수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3년간 352억 빼가
횡령 변제금 보존?
 

당시 재판부는 담 회장이 횡령·배임한 금액을 개인 재산으로 거의 변제했다는 점을 정상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담 회장 측은 "범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변제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조계에선 담 회장이 무거운 형을 피하려는 의도로 횡령액을 갚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아이팩은 '비자금 창구'로 지목됐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아이팩 차명 소유주와 임원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아이팩의 회사돈으로 '포르쉐 카레라'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벤츠 CL500' 등 고급 외제차를 리스해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와 아이팩의 중국 자회사 자금 횡령 및 헐값 매각, 아이팩 소유 대지 유용 등의 수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입힌 의혹도 받았다.

전 아이팩 대표인 김모씨는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아이팩은 오리온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1981년 설립된 아이팩은 제과, 음료 등 식품류 포장지와 골판지상자 제조업체로 부동산임대업도 하고 있다. 본점은 경기 안산시 원시동 반월공업단지에, 전북 익산시 신흥동에 공장을 두고 있다. 처음 신영화성공업이란 회사였다가 1991년 신농으로, 1999년 다시 현 상호로 변경했다.

검찰은 "오리온그룹은 아이팩을 1988년 인수해 위장 계열사의 형태로 운영해왔다"며 "비상장 회사를 통해 비자금 조성을 쉽게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막 퍼간다"

동양창업투자와 김모씨, 박모씨 등이 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 등재됐으나 실제론 담 회장 소유의 차명지분으로 밝혀졌다. 2009년과 2010년 아이팩의 주요주주는 PLI(35.78%·16만1000주), 김씨(20.96%·9만4300주), 동양창업투자(16.67%·7만5000주), 박씨(11.49%·5만1700주) 등이었다. 담 회장이 갑자기 최대주주로 등재된 것은 검찰 수사가 끝난 2011년이다. 그리고 돈잔치를 시작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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