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되는' 금융상품의 비밀-NH농협 하트적금

2014.03.14 17:41:39 호수 0호

‘고금리 유혹’에 빠졌다간 큰일

[일요시사=경제2팀] 시중은행 금리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우대금리 조건을 내건 NH농협은행의 '하트적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우대이율 최대 3%를 받으면 기존금리에 더해 6%대의 금리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대이율을 받는다면 웬만한 저축은행들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농협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사회공헌에 이바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트적금의 취지가 조건충족에 따라 변색되고 있는 분위기다.



"헌혈 당일 날 받은 봉사증과 기부권은 한꺼번에 우대금리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헌혈을 하셨으니 0.5% 우대금리 받으실 수 있고요."

하트적금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 NH농협은행을 찾은 이모씨는 허탈했다. 하트적금의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 때문이다. 지난해 이씨는 친구의 소개로 NH농협의 하트적금을 가입했다. 우대금리 요건을 채우기 위해 최근 헌혈을 했다. 헌혈 후 이씨는 헌혈증과 헌혈로 인한 봉사증과 헌혈기부권을 받았다. 이씨는 농협은행에 준비한 3종류의 서류를 내밀었지만 헌혈증에 대한 우대금리만 받을 수 있었다. 헌혈 당일 받은 헌혈증과 봉사증, 기부권은 한꺼번에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요건

이씨는 "가입을 추천한 친구는 헌혈증과 헌혈로 인한 봉사증, 헌혈 기부권을 인정받아 한꺼번에 우대금리를 받았는데 나는 헌혈만 인정받았다"면서 "겨우 3.2% 금리를 받으려고 헌혈까지 한 것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NH농협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 우대금리를 준다는 조건으로 '하트적금'을 출시했다. '하트적금'은 평소 금융상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트적금의 높은 우대금리 때문이다.


농협 하트적금의 기본금리는 2.6∼2.8%(3월 기준)로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우대이율 조건을 채운다면 기존금리에 더해 최대 6%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우대금리를 채우기 위한 조건은 빼곡하다. 가입자는 자신이 헌혈자, 사회봉사자, 사회기부자, 모범납세자, 국가유공자, 장기기증서약자, 다자녀가구세대주, 노부모부양 세대주 등이라는 것을 증명하면 각각 0.5% 우대금리를 챙길 수 있다. 우대이율은 최대 3%까지 받을 수 있다.

정기적금 가입 날 하트정기예금까지 동시 가입하면 0.1%를 받을 수 있다. 모든 우대금리를 합치면 기존 금리에 더해 최대 6%대까지 받을 수 있다. 하트적금의 가입기간은 1년 이상에서 3년까지다. 납입금액은 1만원 이상, 월 300만원 이내로 적립할 수 있다.

가입자들은 하트적금 우대금리를 비교적 쉽게 받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헌혈 한번으로 헌혈증, 봉사활동, 기부를 한꺼번에 인정받을 수 있는 '1타3피' 작전이 퍼져 있었다.

'1타3피' 작전은 이렇다.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한 후 헌혈증을 받는다. 헌혈 후 영화티켓이나 기념품이 아닌 '기부권'을 요구하면 후원금 납입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헌혈증을 대한적십자 사이트에 등록하면 헌혈증 1개당 봉사시간 4시간이 나와 봉사증을 받을 수 있다. 한 번의 헌혈로 세 가지 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시중금리 곤두박질에 우대금리 내걸어 각광
까다로운 조건에 난감…'1타3피'꼼수 등장

그런데 지난달 농협이 하트적금의 우대금리 조건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은 홈페이지를 통해 우대이율 조건에 “1회 헌혈한 경우 1개 항목에 대해서만 적용 가능 (성명과 일자를 확인할 수 있는 헌혈증, 사회복지자원봉사실적인증서, 헌혈기부권 중 1개에 한하여 적용)”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한 번의 헌혈을 이용해 한꺼번에 우대금리를 받는 가입자들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까지는 가입자들이 헌혈증과 함께 (헌혈로 받은) 봉사활동 실적, (헌혈로 받은) 헌혈 기부권을 각각 인정해 한꺼번에 우대금리를 줬지만 올해부터는 증명서를 따로 구분해 놓은 것이다.
 

농협은 우대금리 조건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 조건이 변경된 게 아니고 애당초부터 헌혈 당일 받는 헌혈증과 봉사활동, 기부증은 한꺼번에 인정되지 않는다"며 "(작년에는) 일부 고객들이 헌혈과 함께 받는 봉사활동, 기부증을 한꺼번에 증명서로 제출해 우대금리를 (한꺼번에)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알고 있지만 일부 지점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조건을 높인 것이 아닌 헌혈증을 이용한 가입자들의 꼼수를 막기 위해 추가로 설명했다는 부연이다.

농협의 입장에서는 가입자들이 우대금리를 쉽게 받기 위한 꼼수를 막고, 본연의 취지를 살려보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농협이 우대금리 조건을 변경해 벽을 높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농협이 우대금리 조건을 높일수록 소비자들의 꼼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가입자들은 또다시 봉사활동증명서를 쉽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분위기다.

농협 하트적금 한 가입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헌혈증과 헌혈로 인한 봉사증, 헌혈기부권까지 한꺼번에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데 올해부터는 조건이 까다로워진 것 같다"면서 "귀찮더라도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 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 봉사활동과 기부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고백했다.


일부 가입자들은 "선플운동본부에서 선플 20개를 달면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며 "ARS 같은 곳에서 1000원 기부하고 기부증명서를 받으면 될 것"이라고 손쉬운 방법을 제시했다. 하트적금 가입자들의 꼼수를 막기 위한 취지는 또 다른 꼼수를 만들어내는 모습이다.

잘못된 발상

전문가들은 농협의 하트적금에 대해 잘못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농협의 마케팅 기법이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애초에 사회공헌 활동을 마케팅에 끌어들였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라며 "초기에 6%대의 고금리를 준다고 상품을 광고해놓고 이러저러한 옵션을 달아놓는데, 사회공헌 활동을 금융상품과 연계했다는 것 자체가 씁쓸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사회활동의 진정성을 흐려놓는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누가 우대금리를 받겠다고 헌혈도 하고 직접 봉사활동을 하고, 인체기증, 기부까지 하겠느냐"며 "그렇게 착한 사람들이 이런 상품을 알기나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솔직히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금융상품에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며 "금융 상품을 빠삭하게 꿰고 있는 사람들이 악용할 가능성만 크다"고 지적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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