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루엔자

2009.12.08 13:30:06 호수 0호

소비주의 감옥에 갇힌 신인류 보고서


올리버 제임스 저, 윤정숙 역 / 알마 펴냄 / 2만5000원




감정적 위로가 아닌 사회적 원인 철저한 분석
각 사례가 의미하는 바를 설명 설득시키는 방식


전 세계로 퍼진 ‘부자병’에 대한 보고서 <어플루엔자>. 이 책은 다채롭고 흥미로운 묘사를 통해 어플루엔자의 확산에 의한 소비주의, 양육, 외모, 부동산 열풍, 남녀의 갈등과 같은 문제들이 각기 다른 정부, 가치, 신념, 전통을 지닌 여러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밝힌다. 또 이런 사실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즉 이 질병의 확산을 막아줄 백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 시대는 개인의 정서적 좌절과 고통(우울증, 불안 등)을 과거와 같이 개인에게서 원인을 찾고 해결할 수 없는 시대다. 현대인이 경험하고 있는 정서적 좌절과 고통은 개인의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상호 작용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정확히 그 지점을 출발점으로 해 현대 사회의 어떤 특성이 우리를 정서적인 고통으로 이끄는가를 탁월하게 분석한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소비지상주의와 능력지상주의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 책의 원제인 “어플루엔자(부자병)”는 1970년대 초반 휘트만(F. C. Whitman)이 처음 쓰기 시작한 단어로서 ‘풍요’라는 의미의 Affluence와 ‘유행성 감기(질병)’를 뜻하는 Influenza가 결합된 조어다. 풍요가 오히려 병이 되어버린 모든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사람들은 부유(浮游)하고 있다. 대규모의 산업 구조 속에서 철저히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숨긴 채 구조 속으로 편입되어야 하고, 극심한 경쟁 관계를 헤쳐 나가야 하는 사람들은 불안과 스트레스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외부적인 요인으로 곧 허물어지고 말 거짓 정체성을 만든다.

이것은 주로 소비를 통한 소유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강박적이고 허세적이고 경쟁적인 영어권 세계를 휩쓸면서 사람들을 우울, 불안, 약물 중독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그런데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이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저자는 3년에 걸쳐 싱가포르, 모스크바, 코펜하겐 등 20여 개국의 여러 도시를 직접 방문해 각 사회별로 사람들에게 이 어플루엔자가 전파되는 모습을 낱낱이 기록했다.

이 책은 어플루엔자의 확산에 의한 다양한 문제들이 각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우리 자신은 현재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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