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에이즈 치료 “이대로는 안 된다”

2009.12.08 10:59:24 호수 0호

20대 초반에 에이즈 양성판정을 받은 김모(여)씨는 치료를 받고자 개인병원에 갔는데 담당의사는 치료하기를 거부하며 신고하겠다고 윽박을 질렀다고 한다. 그 충격에 김씨는 이후로 3~4년 동안 다른 병원에서도 치료받기를 거부하고 살아오다 얼마 전 사망했다.
반면 20대 초반인 최모(남)씨는 18세에 에이즈 양성 확진반응 검사를 받은 후 학업을 중단하고 방황의 나날을 보냈지만 전문의와 가족의 격려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진학했다.
에이즈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라면 김씨나 최씨처럼 충격을 받는 동시에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대해 두려워하기 마련이고 심지어 인생을 포기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 그때 전문의와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다.



HIV 잠복기 동안
건강관리 어떻게?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는 HIV의 잠복기 동안 병을 숨기면서 건강관리를 방치하기보다 병원에 와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HIV에 의해 감염되면 3~6주 후 감기 몸살같은 증세를 1~2주 정도 앓다가 회복되며 그 후 증상없는 잠복기가 8~10년여 간 지속된다.
긴 잠복기 동안 바이러스가 감염자의 면역 세포를 파괴하면서 지속적으로 증식하기 때문에 환자의 면역 기능이 점차 손상돼 잠복기 말기에 에이즈 증상이 나타난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는 “HIV 감염이 확인된 환자는 임상적으로 무증상군과 증상군으로 나눌 수 있다”며 “에이즈 증상 및 아구창, 2주 이상의 불명열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면역상태와 바이러스 상태에 대해 검사를 시행하고 감염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며 독감예방접종 등 때에 따라 필요한 예방접종을 시행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에이즈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으로 하나의 증상이 아니라 면역저하로 인해 여러 질환이 발생하는 ‘무리’이기 때문에 감염내과 의사 혼자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여러 가지 진단검사 기법, 진단검사를 판독하는 의사의 수준, 감염내과 의사, 간호사 수준, 에이즈에 수반되는 여러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의 수준 등 의료계의 모든 부분과 연결돼 있다.
결핵 등 면역저하로 인한 기회 감염증으로 병원에 방문해 에이즈로 진단받은 경우 우선 기회 감염증 대한 치료를 시행하고 적절한 시기에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시작하게 된다.

면역저하로 인한 결핵, 곰팡이, 기생충, 바이러스 등의 감염이 동반돼 있는지 확인하고 3가지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조합해 환자에게 투여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 치료받는 에이즈환자에게는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 효소 억제제(NRTI) 2가지와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산 효소 억제제(NNRTI)나 단백효소 억제제(PI) 중 하나를 조합해 3가지 약제를 투여하고 있다.

여러 약제들 중에서 어떤 약제 3가지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환자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예컨대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자 환자에게는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약제로 3가지를 조합해 투여하게 된다.

이미 진행된
환자의 치료는?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감염내과 전민혁 교수는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내성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감염내과 의사가 진료를 할 때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약을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약제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도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 외에 다른 약제를 처방할 때도 상호작용을 잘 따져서 처방하고 있으며 환자들에게도 임의로 약을 추가해 복용치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임상 의학 수준이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결코 뒤쳐지지 않지만 여건상 몇몇 좋은 약제들의 국내유입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1997년 처음 도입된 칵테일 요법이 실시된 지 13년째로 전 세계에 개발된 30여 종의 에이즈약 중 우리나라에 절반만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또 2000년 이후 세계에서 개발된 에이즈 신약은 많지만 국내에 유입된 신약은 겨우 두 종류뿐이다.

오늘날 에이즈 치료의 ‘장벽’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내성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다른 약제들의 조합으로 변경하게 되지만 장기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내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김준명 교수는 “이미 많은 환자들이 기존 약에 내성을 보이기 시작했고 어떤 약제를 써도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약의 부작용 때문에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국내에 유입된 15종만으로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특히 NRTI 2가지와 NNRTI나 PI 중 하나를 조합해 3가지 약제를 투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NRTI가 집중적으로 유입되지 않은 게 문제”라며 “수익면에서 매력이 없다하더라도 정부는 다국적 기업을 설득해 신약이 유입되도록 하거나 중개사를 통해서라도 신약유입에 힘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김지영 국장은 “편견과 차별이 에이즈환자를 음지로 때론 자살로 내몰아 스스로 죽는 병으로 만들었다”며 “HIV 양성 확진이 됐거나 에이즈에 감염됐을 경우 센터로 나와 자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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