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증권 임원 자살<진실게임>

2009.11.10 09:26:53 호수 0호

잘나가던 증권맨 의문투성이 최후

도이치증권 임원이 투신자살해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 도심빌딩에서 몸을 던진 망자가 30대에 성공한 증권 전문가로 유명하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젊은 나이에 그것도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만큼 그가 죽은 이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그 진실을 좆아봤다.


외국계 증권사인 도이치증권 임원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달 29일 오전 6시30분쯤이다. 서울 중구 다동에 위치한 D은행 빌딩 앞에서 이 회사 리서치 부문 대표(상무)로 재직 중이던 최모씨가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빌딩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한창 주가 올리다…’



경찰에 따르면 CCTV 조사 결과 최씨는 이날 오전 6시7분 혼자 D은행 빌딩 정문으로 들어가 16층 옥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 신고자인 경비원은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나 건물 밖으로 나와 보니 최씨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유족들의 진술과 타살 흔적이 없는 점 등을 토대로 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몸을 던진 옥상 현장에서 휴대전화와 신발 등 소지품이 발견됐으나 유서는 없었다”며 “이런 사망 경위 조사 등을 통해 자살로 보고 지난달 30일 수사를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 만한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만큼 직접적인 최씨의 자살 이유는 명확치 않다. 정확한 자살 동기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 경찰은 최씨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지었다. 최씨는 사건 전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3시쯤에도 같은 빌딩 옥상에 올라가 투신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족들도 경찰 조사에서 “성취욕이 강한 최씨가 평소 과중한 업무로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자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불안과 압박을 받아 죽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고 진술했다.

올해 37세인 최씨는 상무 직책을 맡고 있을 정도로 젊은 나이에 성공한 주식분석 전문가로 유명했다. 그는 씨티그룹 한국 기술 연구원장과 메릴린치 서울지점의 주식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이후 홍콩 블랙스톤 A.M.N 어드바이저에서 매니징디렉터와 선임 애널리스트로 재직하다 지난 6월 도이치증권 리서치 부분 상무로 선임됐다.

유족들은 최씨가 이때부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까지 맡으면서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국내 증권사보다 연봉이 높은 대신 업무량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대부분 업무 결과를 따지는 철저한 성과주의는 물론 내부에서도 과도한 경쟁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30대 성공한 증권 전문가 서울 도심빌딩서 투신
업무 스트레스 이유 결론…직접적인 동기에 시선


그만큼 임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최씨가 새로 맡은 리서치 분야는 증권사의 투자 길잡이 역할을 하는 탓에 신상필벌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까다로운 부서로 평가된다. 증권사 한 임원은 “모든 직장이 그렇겠지만 증권사는 유독 실적 위주의 체계로 돌아간다”며 “증권사 중에서도 외국계는 더한데 소속 임직원들이 받는 업무 스트레스 또한 상대적으로 많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빡빡한’ 증권사 시스템을 모를 리 없는 최씨가 단순히 업무 과중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 운영에 있어 기준에 따른 능력 평가는 자연스러운 일로 최씨의 직책만 놓고 무조건 업무 스트레스로 몰고 가기엔 자살 동기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 채무설’과 ‘투자 손실설’ 등 그가 자살한 진짜 이유에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맨들 사이에서 남의 얘기 같지 않은 최씨의 자살이 최대 화젯거리로 회자되고 있다”며 “그의 사인을 놓고 추론이 분분하지만 막연하게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개인 채무설과 투자 손실설은 금융감독원의 자체 조사 결과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측은 “최씨를 상대로 한 고객과의 마찰이나 개인적인 채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경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도이치증권 내부에선 이 사건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다. 동료들은 최씨의 자살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눈치다. 적지 않은 억측과 뒷말을 자초하는 대목이다. 회사 한 직원은 “(최씨가) 이른 나이에 빠른 승진 등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었다”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지만 정확한 사인 등 내부 상황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회사, ‘쉬쉬’ 침묵

도이치증권의 공식 입장도 다르지 않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회사 측은 “(최씨의 자살 이유가) 경찰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로 조사되지 않았냐”며 “사건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고 말할 수도 없다”고 일체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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