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전문건설협회장> 돌연 ‘취임식 취소’왜?

2009.11.03 10:06:12 호수 0호

‘돌발 변심’ 자의일까 타의일까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이 취임식을 돌연 취소해 그 이유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협회장직에 재선된 박 회장은 당초 이달로 예정됐던 취임 행사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왜 일까. 초청장까지 돌린 상태에 이례적인 만큼 억측이 난무하고 뒷말도 무성하다. 박 회장이 ‘변심’한 까닭을 짚어봤다.

‘초청장까지 보냈는데’이달 취임행사 갑자기 뒤집어
전국지회 내홍 심화… 조직 어수선 상황서 부담 관측


박덕흠 회장이 대한전문건설협회장직에 재선된 것은 지난 9월9일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KOSCA·이하 전건협)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제9대 협회장에 박 회장을 재선출했다.
박 회장은 단독으로 입후보해 이사진의 만장일치로 추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전건협 서울시회 회장을 역임한 뒤 2006년 제8대 협회장에 당선된 박 회장은 이번 재선으로 오는 11월부터 4년 동안 협회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지난 9월 재선출 원화건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 회장은 모교인 서울산업대학교 발전후원회장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또 전건협을 비롯해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등 18개 건설 관련 단체로 구성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부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6월 ‘건설의 날’행사에서 기업인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4만여개 전문건설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전건협은 박 회장 재선출에 대해 “박 회장이 지난 3년간 협회장으로 재임 하면서 대내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중소 전문건설업계의 발전을 위해 많은 성과를 냈다”며 “주계약자공동도급제와 직할시공제, 하도급대금 직불제, 하도급대금 지급확인제 등 업계의 굵직굵직한 숙원사업들을 일궈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총회에서 “현재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업계의 현안들이 빠른 시일내 전면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전건 협도 업무의 능력을 제고하고 조직의 슬림화를 통해 인력과 예산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회장은 곧바로 협회장 취임식을 준비했다.

‘어제의 경험을 디딤돌로 하여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 지금, 다시 한 번 뛸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첫발을 내딛는 이 설레는 자리에 귀하께서 함께하시어 격려해주신다면 더 힘찬 출발을 할 수 있는 큰 힘이 되겠사오니 부디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시기 바랍니다.’ 전건협 측은 이같은 박 회장의 취임식 내용과 행사장 약도 등을 담은 초청장을 마련해 회원사 및 각계인사들에게 발송했다. 박 회장 명의로 발신 처리된 초청장에 따르면 박 회장의 취임식은 11월3일 오전 11시 전문건설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돌연 취임식을 취소했다. 당초 갖기로 했던 취임 행사를 열지 않기로 결정한 것. 전건협은 지난달 20일 역시 박 회장 이름으로 행사 취소 안내문을 ‘손님’들에게 재발송했다.
‘송구한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11월3일로 예정했던 대한건설협회 제9대 회장 취임식에 저를 아껴 주시고 사랑해주신 고마운 분들을 초청, 평소에 보내주신 후의에 조금이라도 보답코자 했으나 몇 가지 이유로 취임식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박 회장이 안내문에서 밝힌 취소 이유는 만만찮은 경비와 유행하는 신종플루 등을 우려해서다. 그는 “취임식을 통해 수년 사이 크게 성장한 전건협의 모습을 대외에 알리고 싶었지만 연임한 회장이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여 취임식을 연다는 것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힘들게 버티는 회원사는 물론 국민들에게 옳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또 기온이 내려가면서 신종플루가 맹위를 떨치는 것도 취임식에 오는 분들께 누가 될 것 등을 고려해 고심 끝에 취임식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적잖은 억측과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9월 초 총회에서 박 회장이 재선된 후 취임식을 알리는 초청장이 날아왔다”며 “명분상 경비 절감과 신종플루 우려로 취임식을 취소했지만 애초부터 그런 것도 아니고 일정까지 잡은 상태에서 갑자기 뒤집은 것은 분명히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건협은 최근 크고 작은 내홍을 겪고 있다. 중앙회 회장 선출과 맞물린 전국 지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곳곳에서 잡음과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

전건협 부산시회는 입후보자의 자격 논란이 불거져 차기 회장 선거가 연기되는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대전시회는 신임 회장을 선출했지만 중앙회의 인준을 받지 못해 재선거를 실시키로 했다.
충북도회와 전북도회도 이미 도회장을 뽑았으나 선거를 앞두고 빚어진 각각 후보자를 내세운 계파간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고 있다.

결국 전건협은 중앙회를 제외한 전국 지회의 새 집행부가 아직 꾸려지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조직 내부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박 회장으로선 성대한 취임식이 부담이 됐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사실 전건협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 회장도 최근 녹록치 않은 개인 사정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제9대 충청협회장 자리를 놓고 두 편으로 갈라진 상대측과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등 지루한 공방전을 지속하며 5개월째 대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14일 열기로 한 박 회장의 충청협회장 취임식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박 회장은 이때도 신종플루 감염이 우려된다는 점을 취소 이유로 들었다. 박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골프장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박 회장은 지난해 8월 설립한 원하레저㈜를 통해 강원도 홍천군 일대 153만892㎡에 1190억원을 들여 27홀 규모의 피넘브라리조트를 내년까지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환경영향평가와 주민들의 반발 등에부딪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비·신플 우려”

전건협 측은 박회장이 취임식을 취소한 것은 경비와 신종플루 외에 다른 문제는 없다고 일축했다. 전건협 관계자는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 전국 지자체 및 국제 행사가 자제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취임식을 취소한 것”이라며 “취임식 일체 비용은 협회에서 부담하는데 박 회장이 내부 논의를 거쳐 이 경비를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적으로 보람 있는 일에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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