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생각’에 물귀신 오기 발동

2009.11.03 09:15:40 호수 0호

A투신 ‘막장 소송’내막

펀드매니저 횡령 ‘구멍난 수백억’ 메우기 전전긍긍
투자 손실금 변제…‘책임 나눌’ 사건관련 업체 물색



A투신이 벌이고 있는 소송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A투신은 펀드매니저의 자금 횡령으로 수백억원 손실 위기에 처하자 이를 메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급기야 펀드매니저가 횡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까지 추론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사고자의 전 직장인 B사에 책임을 묻고 있는 것. 물귀신 작전을 펼치고 있는 A투신의 소송 전쟁을 들여다봤다.

A투신이 궁지에 몰린 것은 펀드매니저가 고객의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면서다. A투신은 자사의 펀드 상품을 운용하던 펀드매니저가 지난 2년간 고객 돈을 빼돌린 정황을 잡고 올해 초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접수받은 검찰은 지난 2월 펀드매니저를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부당하게 편출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펀드매니저는 최근 2년여 동안 30여 개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고객 돈을 빼내 사적으로 유용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횡령액 중 일부가 유명 공연기획사들로 흘러간 사실을 포착하기도 했다.

“공격이 곧 방어”

당시 A투신 측은 충분한 검토를 거쳐 투자자들에게 손실금액을 물어주기로 결정했다. A투신은 우선 금융사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부채로 처리한 후 유상증자를 실시해 ‘구멍난 자금’을 메운다는 방침도 세웠다. A투신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펀드매니저가 펀드를 관리하면서 일부 사모특별자산펀드에서 출금하거나 다른 펀드로 자금을 여러 차례 이체시켜 펀드 투자자들의 자산을 훼손한 의혹을 발견해 고발 조치했다”며 “부당 편출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 중 일부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A투신 사장도 “피해 고객에 깊이 사과한다”며 “해당 사모특별자산펀드에 투자한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A투신은 당초 추정한 펀드매니저의 유용 금액이 160억원에서 260억으로 늘어난 데다 막상 사모펀드의 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서자 바짝 긴장했다. 한 투자조합은 지난 4월 펀드매니저의 자금 횡령 사건으로 사모펀드에 손실이 발생했다며 A투신을 상대로 투자금 25억원과 변제일까지 연 20% 지연이자 배상을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 소송은 자칫 다른 투자자들의 줄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실제 판매사들은 펀드매니저가 구속되자 A투신에 운용경과 보고서를 요청하기도 했다. 운용경과 보고서는 펀드의 운용내역과 운용실적 등에 대해 문제점이 있는지 알아보는 일종의 사후서비스다.

A투신으로선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한 절체절명의 기로였다. 결국 A투신은 두 달간의 협상 끝에 지난 6월 투자조합에 25억원가량을 변제하기로 합의했고, 투자조합 측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취하했다. A투신과 B사간 갈등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A투신은 투자조합과 합의 직후 B사를 상대로 9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법원에 냈다.

A투신 측은 “자사의 펀드매니저 신분으로 자금을 부당하게 편출입한 것은 맞지만 이 사건은 사고자의 전 직장인 B사 측에도 책임이 있다”며 “펀드매니저가 B사에서 일으킨 금융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A투신으로 회사를 옮긴 후 돈에 손을 댔다”고 주장했다.

B사 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A투신이 ‘책임 회피용’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 B사 한 직원은 “사고가 난 상품이 A투신에서 운용하던 상품이고 사고자도 A투신 소속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사고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소송을 제기한 것은 시간을 끌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최근 펀드매니저의 혐의가 대부분 사실로 판결났다는 점이다. 법원은 지난달 22일 고객의 펀드자금 26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된 펀드매니저에 대해 징역 6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펀드매니저는 A투신에 근무하면서 특별자산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내 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임의로 인출했다”며 “투자자와 자산운용사의 신뢰를 배신하고 간접투자와 관련한 금융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줄소송 이어질 듯

A투신은 B사와의 소송을 밝히면서 펀드매니저의 사건과 관련 책임이 있는 다른 운용사를 상대로도 소송을 벌일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번 법원의 판결로 A투신이 소송 전쟁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고 있다. A투신 관계자도 “사건과 연계된 업체들의 법적 책임 여부를 가리는 등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 말해 조만간 줄소송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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