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25탄]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2009.10.27 09:11:29 호수 0호

한국기업일까 일본기업일까 ‘헷갈리네’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 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롯데리아가 지난달 25일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사람 나이로 치면 ‘이립’이다. 롯데리아는 1979년 10월25일 서울 소공동에 1호점을 최초로 열었다. 한국 패스트푸드의 원조이자 프랜차이즈 산업의 시초다. 롯데리아의 역사가 곧 국내 패스트푸드·프랜차이즈의 역사인 것이다.



롯데리아는 현재 전국에 78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국내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점유율 45% 이상을 차지하며 업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베스트셀러 불고기버거
한국인 입맛 사로잡다

재무상태도 양호하다. 롯데리아는 2000년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2006년 2200억원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2007년 2400억원에 이어 지난해 다시 3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2006년 58억원, 2007년 92억원, 지난해 145억원을 기록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채는 지난해 1300억원으로 총자산(3600억원)의 30%대를 넘지 않고 있다. 보유현금은 2007년(15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39억원 정도다.

롯데리아의 성공 비결은 까다로운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은데 있다. 변화무쌍한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신 메뉴들을 선보인 것.


롯데리아는 1980년 ‘새우버거’에 이어 ▲불고기버거(1992년) ▲라이스버거(1999년) ▲크랩버거(2002년) ▲한우불고기버거(2004년) ▲텐더그릴치킨버거(2007년) ▲아보카도통새우버거(2008년) ▲한우스테이크버거(2008년) ▲불새버거(2009년) 등을 출시했다.

이중 롯데리아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는 ‘불고기버거’다. 1992년 첫 선을 보인 불고기버거는 18년째 평균 18%의 매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두 4억개 이상이 판매됐다. 이를 한 줄로 늘어놓으면 서울과 부산을 무려 45회 왕복할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양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제대로 공략한 불고기버거는 ‘한국형 햄버거’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인 불고기를 서구식 햄버거에 접목시켰다. 쇠고기 패티에 불고기 소스로 맛을 낸 것. 불고기버거는 소비자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라이스버거, 한우불고기버거, 한우스테이크버거 등 다양한 한국형 버거 개발의 신호탄이 됐다.

롯데리아 측은 “쇠고기뿐 아니라 해산물, 치킨 등 육해공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햄버거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기존 패스트푸드 아이템과 차별화된 디저트와 계절 메뉴들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앞을 내다본 안목도 빼놓을 수 없는 롯데리아의 성공 비결이다. 롯데그룹은 19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과 맞물려 국내에서 머지않아 외식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롯데리아를 구상했다. 당시 이미 카페형 매장을 염두에 두고 롯데그룹의 ‘롯데’에 카페테리아의 ‘리아’를 결합한 ‘롯데리아’란 이름을 지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맥도날드, KFC, 버거킹 제치고 점유율 45%로 선두
지분구조, 한국계 80% 일본계 20% 
최대주주, 일본기업 장악 호텔롯데

실제 롯데리아는 2000년대 들어 웰빙 열풍에 맞춰 메뉴를 비롯해 ‘딱딱한’ 점포를 ‘부드러운’카페형 매장으로 바꾸고 있다. 현재 780여 개 매장 가운데 70% 이상이 고급 카페형 매장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일찌감치 추진한 해외진출 또한 롯데리아의 안목이다. 롯데리아는 2004년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에 앞서 아시아 핵심지역에 ‘깃발’을 꽂았다. 베트남과 중국이 거점이다.

1998년 베트남에 첫 진출한 롯데리아는 호치민과 하노이 등에 6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베트남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지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불고기버거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중국에선 지난해 8월 베이징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현재까지 16개 점포가 성업 중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롯데리아가 성공한 것은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친절한 종업원 양성, 현지인 입맛에 맞는 메뉴 출시, 신선한 재료 관리 등에 남다른 노력을 들였기 때문”이라며 “특히 베트남에선 롯데리아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고급 레스토랑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0년간 위기도 적지 않았다.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도 많았다. 그때마다 롯데리아는 뛰어난 위기 대처로 ‘수렁’에서 벗어났다.

맥도날드가 1988년 3월 1호점을 서울 압구정동에 오픈한 이후 KFC, 버거킹, 파파이스 등 외국 브랜드들이 속속 국내에 상륙해 롯데리아 아성에 도전했지만 점포수가 롯데리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아직까지 한수 아래로 평가받는다.

전국 780개 매장 운영
아시아 요지에 ‘깃발’

외국 브랜드들은 한국인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 롯데리아 상품과 비슷한 불고기버거를 내놓았으나 원조를 추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정국 땐 롯데리아 햄버거에 미국산 쇠고기가 사용된다는 소문이 확산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롯데마트 등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졌지만 롯데리아는 “100% 한우와 호주산만 사용하고 있다. 향후에도 미국산 쇠고기의 사용 계획은 없다. 국민들에게 엄선된 최고의 먹거리만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롯데리아가 올해부터 ‘안전먹거리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2년엔 다른 업체들과 담합을 통해 음료 리필을 중단한 사실이 드러났다. 롯데리아 등은 공정위가 담합 조사에 착수하자 곧바로 리필 서비스를 재개해 빈축을 샀다. 롯데리아 측은 “앞으로 리필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리아는 한때 업계 선두란 명성과 달리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좋은 세상 만들기’, ‘사랑 나눔 릴레이’등 각종 불우이웃 돕기 프로그램과 사회활동 캠페인을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펼쳐 논란을 잠재웠다.

최근엔 기존의 햄버거사업과 커피사업 ‘엔제리너스커피’외에 패밀리레스토랑 사업 ‘T.G.I.프라이데이스’, 도넛사업 ‘크리스피크림도넛’등 그룹에서 운영하던 ‘골칫덩어리’사업들을 잇달아 인수해 ‘부실사 떠안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롯데리아는 “그룹 내 외식사업을 아우르는 핵심 계열사로 나아가 국내 외식업계를 선도하는 종합외식업체로 거듭날 것”이라며 오히려 제2의 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

특히 롯데리아는 외국 자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이다. ‘롯데리아가 한국기업일까, 일본기업일까’란 질문이다. 소비자들이 한번쯤 떠올릴 만한 해묵은 의문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롯데리아 측은 ‘순수 토종브랜드’라고 강조한다. 업계 관행상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연매출의 1%에서 많게는 6%까지 로열티로 외국 본사에 지불하고 있다. 반면 롯데리아는 로열티를 전혀 지불하지 않아 한국 고유의 브랜드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리아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기업’ 인식이 퍼지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각 점포에 태극기를 갖다놓고 태극마크를 넣은 포스터와 포장지를 사용하는 대대적인 ‘태극기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일본으로 이익이 들어간다는 상대 업체들의 음해와 소비자들의 오해가 있지만 롯데리아는 외국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단 한 푼도 없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력과 서비스의 질이 높다”며 “똑같은 ‘롯데리아’ 상호를 사용하는 한국롯데리아와 일본롯데리아가 있지만 각각 전혀 다른 별도의 회사”라고 강조했다.

롯데리아가 일본기업이란 주장도 그럴 만 하다. 우선 지분 구조가 그렇다. 외국인(일본)투자기업으로 등록돼 있는 롯데리아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계 79.92%, 일본계 20.08%로 나눠진다. 최대주주는 사실상 일본기업인 호텔롯데로 20.2%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롯데(19.21%), 일본롯데물류(15.75%), 일본롯데데이터센터(10.48%), 일본롯데애드(9.47%), 롯데전자공업(8.66%), 일본광윤사(5.49%) 등으로 대부분 일본롯데 계열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외국 지불 로열티 없다”
‘태극기 마케팅’ 동원도

호텔롯데는 롯데리아 외에 롯데쇼핑(9.29%), 롯데제과(3.21%), 롯데캐피탈(27.33%), 롯데산업(36.82%), 롯데물산(29.62%), 롯데건설(47.5%), 롯데상사(30.5%), 롯데리아(20.2%), 롯데기공(17.38%), 호남석유화학(13.64%) 등 한국롯데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롯데리아의 국내 사업도 일본롯데리아를 도입한 것이 배경이다. 일본롯데리아는 1972년 일본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1979년 한국으로 넘어왔다. 1982년엔 합작계약을 맺고 지분을 참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롯데리아가 국내 최초 프랜차이즈는 맞지만 한국 순수 자금이 투입된 첫 토종 프랜차이즈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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