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 <코오롱 '미국 도련님'>

2014.02.11 11:30:19 호수 0호

며느리도 모르는 기막힌 과거사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14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코오롱의 '미국 도련님'이다.






코오롱 '이씨' 가문은 아들이 귀한 집안이다. 고 이원만 창업주는 2남4녀를, 이동찬 명예회장은 1남5녀를, 이웅열 회장은 1남2녀를 뒀다. 그렇다 보니 그룹 경영은 당연히 장남 몫일 수밖에 없었다. 딸·사위들은 철저히 배제했다. 다른 그룹들의 족벌경영과 비교된다.

1957년 한국나일론(현 코오롱)을 설립한 이 창업주는 1977년 이 명예회장에게 회사를 물려줬고, 이 명예회장은 1996년 이 회장에게 경영권을 쥐어줬다. 집안에서 이들 외 유일한 아들이었던 이 창업주의 차남 이동보씨는 1988년 제 갈 길을 찾아 그룹에서 독립했다.


기생을 첩으로


그런데 '이원만-이동찬-이웅열'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 경영세습에 큰 문제가 생길 뻔한 적이 있다. 갑자기 '배다른 형제'가 나타나서다. 바로 이 창업주의 혼외 아들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초대 참의원과 6·7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정치가로도 유명했던 이 창업주는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멋쟁이였다"며 "시원시원한 그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아했다"고 말했다.


사실 재벌그룹을 일군 창업주 치고 이른바 '세컨드'를 곁에 두지 않은 사례는 드물다. 본부인을 두고 해외에 '현지처'를 거느리는가 하면 요정문화의 산물인 '애첩'을 두기도 했다. 아슬아슬한 '양다리'를 걸친 경우는 대부분 창업 1세대에 집중돼 있다. 지휘봉을 물려받은 후세 경영인으로선 집안의 치부로 숨기고 싶은 비밀이 아닐 수 없다. 회사 측도 하나같이 오너일가의 개인사란 이유로 '쉬쉬'하며 언급 자체를 극도로 꺼린다. 대표적으로 코오롱이 그렇다.

1994년 작고한 이 창업주는 2남 외에 아들이 한 명 더 있다. 내연녀와 사이에서 태어난 동구(미국명 피터 로치)씨다. 이 명예회장의 동생이자 이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셈이다.

미국에 홀로 떨어져 있던 동구씨는 2004년 친자확인 및 상속권을 주장, 배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500만 달러(당시 약 50억원)의 상속재산을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내면서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동구씨는 언론 등을 통해 이 창업주와의 관계를 폭로했다. 동구씨의 출생과 성장 과정은 여느 재벌가 서자 사연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창업주는 1977년 서울의 한 요정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던 이미연씨를 만나 이듬해 동구씨를 낳았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이 창업주는 72세. 이씨는 18세였다. 이 창업주는 이씨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매달 생활비와 양육비를 보냈다고 한다.


남자 귀한 집안에 창업주 혼외아들 '불쑥' 
"무시하고 멸시"한 맺힌 세월 폭로해 파문


그러던 중 동구씨가 4세 되던 해, 이씨는 아들을 이 창업주 측에 맡겼다. 동구씨가 좋은 환경에서 자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동구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창업주 집안의 일꾼들과 함께 생활했고 사탕을 훔치다 계모에게 들켜 매를 맞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급기야 동구씨는 이 창업주가 뇌출혈로 쓰러지자 고아원에 보내졌고, 홀트아동복지회를 거쳐 미국 해병대 출신인 마틴 로치 부부에게 입양돼 캘리포니아주 란초 쿠카몽가에서 자랐다. 이 부부는 이 창업주가 사망하자 코오롱 측으로부터 동구씨의 양육·교육비 명목으로 10만달러를 받았다. 대신 향후 상속과 관련해 어떤 권리도 주장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했다.




동구씨는 나중에 각서의 존재를 알게 됐고, 자신이 이 창업주의 친자임을 확신했다. 이후 수차례 이 창업주 가족과 접촉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는 생모와도 헤어졌다가 소송을 계기로 재회했다. 22년 만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사는 어머니 이씨와 상봉했는데, 이씨는 동구씨의 사정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코오롱 일가 측은 변호사를 통해 동구씨의 존재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강제로 미국에 보내지 않았다"고만 했다. 또 "상속 시효가 끝났기 때문에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회사 측은 "업무와 무관한 오너 개인일로 전혀 모르는 사안"이라고 둘러댔다.

이후 상황은 알려진 바 없다. 동구씨는 소송 직후 언론들과 접촉하다 소식을 끊은 상태다. 동구씨가 소송에서 이겨 적지 않은 상속재산을 받았다는 설과 패소했다는 설, 코오롱 일가와 적당한 선에서 합의했다는 설이 교차한다.



출생비밀 공개


코오롱 일가의 '배다른 자녀'소동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이 창업주의 '혼외 딸'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코오롱 일가와 얽힌 사연과 이를 증명하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자녀들의 출생 비밀까지 폭로해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다음호에 '코오롱 일가 출생의 비밀'편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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