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최은영 체제' 한진해운 7년 천하 풀스토리

2014.02.11 11:34:45 호수 0호

‘허무한 결말’ 여선장의 일장춘몽

[일요시사=경제1팀]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해운업계의 여선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결국 경영에서 손을 뗀다. 심각한 자금난에 몰렸던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품으로 들어간다. 7년간 남편을 대신해 조타실 키를 잡아오던 최 회장의 CEO 변신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을 맺었다. 동시에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계열분리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한다. 한진해운 경영권은 결국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어갈 전망이다.

금융권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6월까지 한진해운의 소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를 분할해 신설 법인을 설립해 한진해운의 자산을 넘긴 뒤 조 회장과 상호 간 지분을 맞바꾸는 형식으로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겨줄 예정이다.


시숙 품으로


신설 법인에는 기존 한진해운의 자산과 관계사로부터 받은 한진 상표권 사용 수익 등이 이전된다. 이 법인은 조 회장이 인수하며 기존 한진해운과 합병될 예정이다.

합병 이후에는 기존에 예고된 대로 대한항공이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돼 한진그룹의 계열사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분할 이후 존속되는 기존 법인(한진해운홀딩스)에는 싸이버로지텍과 한진SM, 3자 물류사업 회사 등 일부 계열사와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사옥만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홀딩스 지분만 보유하게 되는 최 회장은 회사의 핵심인 해운 사업을 조 회장에게 떼어주는 대신 3자 물류사업과 선사 운영 시스템 사업, 선박 관리 사업만 맡게 된다. 이 사업의 매출은 약 5000억원 안팎이다.

세부적인 지분 인수 계획은 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해 연말 대한항공이 두 차례에 걸쳐 한진해운에 2500억여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최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권을 포기할 것이라는 예견은 이어져왔다. 당시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했다.


줄곧 계열분리 작업에 공 들였지만
심각한 자금난에 결국 경영권 포기
‘3자 물류사업’아직 희망은 있다?


재계에서는 이를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진해운이 빌려간 15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면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보다 지분 5%가 부족한 한진해운의 ‘2대주주’로 올라서고,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최 회장의 최측근인 김영민 전 한진해운 사장이 사표를 제출했고, 그 자리에 조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가 임명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조 회장의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으로, 지난 2006년 11월 남편이 암으로 작고한 이후 전업주부에서 회장으로 변신했다. 한진해운은 공정거래법상 한진그룹에 속해 있지만, 오래 전부터 최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독립경영을 해왔다.

완벽한 독립을 꿈꾸던 최 회장은 2007년 3월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경영일선에 나선 이후 한진해운의 계열분리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2008년 1월부터 회장으로서 회사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 회장의 경영권은 남편 타계 이후 계속 위태로웠다. 남편이 숨진 뒤 한진가의 장남인 조 회장과 최 회장 사이에 경영권을 둘러싼 긴장관계가 유지됐다. 당시 한진해운의 지분율은 조 회장 쪽과 최 회장 쪽이 9%대로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 회장 쪽이 꺼내든 카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었다. 2009년 한진해운을 인적 분할해 한진해운홀딩스를 정점으로 한진해운과 다른 계열사를 수직으로 연결시켰다. 당시 최 회장은 조 회장에게 사업회사인 한진해운의 지분을 택하라고 요구하면서 직접적인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최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최 회장이 기존에 보유한 대한항공 등의 지분은 모두 정리했다.

지난 2011년에는 대한항공 주식 4만3355주를 매각하고 최 회장의 두 딸 조유경·유홍씨도 각각 대한항공 주식 1만8320주, 1만9160주를 처분했다. 2012년에는 정석기업 주식 4만4180주를 정리하는 등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최 회장이 그룹 핵심인 재무 전문가와 함께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을 놓고도 경영권 다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독립 꿈’접어


속도를 올리던 계열분리 작업과 달리 한진해운은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해운업 불황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최악의 상황을 지냈다. 재무 상황도 급격히 악화돼 지난해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775.34%에 달했다.

자본금 규모는 1조2911억원 수준이지만 부채 규모는 10조원이 넘었다. 최 회장이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추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영업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갚아야 할 돈은 산더미처럼 쌓였다.

결국 유동성 위기는 최 회장의 독립경영의 꿈을 무산시켰다. 남편 작고 후 경영일선에 나선지 7년. 한진해운은 다시 한진그룹 경영 지배 안에 놓이게 됐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