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 떨리는 ‘진상손님’<열전>

2009.09.22 09:53:08 호수 0호

‘박박’ 우기고 ‘심술’부리면 ‘싫다 싫어’

‘손님은 왕’이란 말을 굳게 믿고 왕 노릇을 하는 손님들이 있다. 막무가내로 각종 서비스를 요구하며 종업원을 괴롭히는 ‘진상손님’이 그들이다. 백화점, 유흥업소, 호텔 등 어떤 업소를 불문하고 진상을 부리는 손님은 있기 마련이다. 특히 값을 많이 지불하는 고급 업소일수록 진상 짓은 더욱 노골적이란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각종 업소의 종업원들에게 진상 손님의 유형을 들어봤다.

막무가내 무리한 서비스 요구 손님들 때문에 난감한 종업원들
백화점, 호텔 등 비싼 값 지불하는 곳일수록 막가파 손님 득실


온갖 진상 손님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 중 하나는 백화점.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이 높을수록 더 많은 서비스를 바라는 손님들도 많다. ‘백화점에선 말만 하면 뭐든 들어준다’는 인식을 가진 일부 고객들이 막무가내로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지배인 불러와!”



백화점 진상 손님 중 하나는 구입한 물건을 오랫동안 쓴 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이다.
서울의 한 백화점 잡화매장에서 근무하는 A(25·여)씨는 “지난해 여름에 사 간 썬글라스를 1년이 지난 올해 여름에 가져와서 환불을 해달라는 손님도 있었다”며 “제품을 보니 이미 몇 번이나 쓴 티가 역력했지만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우기는 통에 어쩔 수 없이 환불을 해줬다”고 말했다.

세일기간도 아닌데 물건 값을 깎아달라는 손님도 적지 않다. 재래시장에서나 일어나는 가격흥정이 정가가 매겨진 백화점에서도 종종 일어난다는 것.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근무하는 B(27·여)씨는 “다른 백화점에서는 같은 제품이 더 싼데 왜 여긴 이렇게 비싸냐며 값을 깎아달라고 하거나 곧 있으면 세일기간이니 미리 깎아달라고 하는 등 억지를 부리는 손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손님들 앞에서 싫은 내색을 할 수도 없는 일. B씨는 “수십 번 옷을 갈아입으며 타박만 늘어놓는 손님들을 보면 부아가 치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생글생글 웃을 수밖에 없다”며 “고객에게 불평이 들어오면 매니저 등 상사에게 깨지고 평가점수만 떨어질 뿐”이라고 토로했다.
명품매장에서도 진상손님은 있기 마련이다. 비싼 물건을 사주는 만큼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요구하는 손님들이다. 가만히 앉아서 ‘신상’을 가져오라고 종업원들을 부려먹는 손님은 양반에 속한다. 진짜 진상은 짝퉁 제품을 가져와 수리를 해달라거나 진짜 제품으로 교환하는 등의 비양심적인 손님들이라고 한다.

호텔도 진상손님이 적지 않은 곳 중 하나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근무하는 C(30·여)씨는 3년 동안 호텔에서 일하면서 별별 손님들을 다 만났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돈을 못 내겠다는 손님. 온갖 서비스를 이용해 놓고 직원의 말투나 표정, 행동이 거슬려 돈을 못 내겠다고 우기는 방식이다.

일부 손님들은 “왜 나한테 특별 서비스를 안 해주느냐”고 진상을 부리기도 한단다. 이런 손님들의 레파토리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내가 입만 뻥긋하면 호텔 문 닫게 할 수도 있다. 총지배인 불러와라”라는 것. 이 말에 겁을 먹는 종업원은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없는 서비스라도 만들어서 해 줘야 조용히 마무리가 된다고 한다.

객실 안에 있는 술이나 생수를 마시고 수돗물 등을 채워놓거나 안 먹었다고 우기는 손님도 호텔에서 자주 발견되는 진상 손님이다. 또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며 수영장이나 헬스, 사우나 등의 이용권을 요구하는 막무가내 손님도 적지 않다고 한다.
C씨는 “비싼 요금을 낸 만큼 최상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상식에 맞지 않는 지나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을 보면 화가 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대형마트에서 진상을 부리는 손님의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대형마트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것을 이용해 “들어주지 않으면 아고라에 올릴 것”이란 등의 협박을 일삼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직원이 말한 에피소드 중 하나는 20kg짜리 쌀을 사갔다가 3분의 1 정도를 남겨와 환불해달라고 한 손님의 이야기다. 환불 이유는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는 것. 말이 안 되는 요구란 걸 알지만 하는 수 없이 쌀 한 포대를 더 줘야 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한우를 사갔다가 힘줄 부분만 남겨오면서 “질겨서 먹을 수가 없다”며 연한 고기로 바꿔달라고 하거나 입던 속옷을 가져와 반품하겠다고 하는 등 비상식적인 요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술집도 진상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는 업소다. 그중 하나는 술집에서 일하는 여종업원을 모두 접대부로 여기는 손님들이다.

방학 동안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여대생 이모(22·여)씨는 두 달간 일을 하면서 진상 손님들 때문에 몇 번이고 그만두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마치 룸살롱에 온 듯 “옆에 앉아봐라” “2차 한번 하자” “이런데서 힘들게 일하지 말고 나랑 애인 해주면 용돈을 주겠다”는 등의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손님들 때문이다.

술집종업원은 접대부?

이씨는 “들어올 때만 해도 점잖기만 하던 손님들이 술만 취하면 돌변해 이상한 행동을 했다”며 “몇 번이고 따지고 싶었지만 힘들게 구한 아르바이트를 잘릴까 봐 수없이 참았다”고 말했다.

영업시간이 끝났는데도 나가지 않고 계속해서 술을 주문하는 손님도 종업원들에겐 진상 손님일 수밖에 없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한 병만 더 달라”는 말로 문 닫을 시간을 몇 시간이나 연장시키는 손님이 예쁠 리 없다.

만취해 종업원이나 옆 테이블 손님에게 시비를 걸거나 남자 종업원이 자신의 몸을 만졌다고 우기는 여자 손님, 술 마실 땐 안주는 안 먹는다며 술만 시킨 뒤 기본 안주를 수없이 리필하는 손님 등이 술집 종업원들이 꼽는 진상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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