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녹십자 회장 ‘두문불출’진짜이유

2009.09.22 09:20:40 호수 0호

회장님은 지금 부재중…왜?

허영섭 녹십자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 이유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벌써 1년째다. 사실상 칩거 중이다. 대내외 행사는 물론 회사에도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 허 회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그의 행방을 캐봤다.

1년째 공개석상 모습 드러내지 않아 배경 관심
대외 직함도 잇따라 물러나…갖가지 추측 난무



신종플루 수혜주이자 구세주로 떠오른 녹십자가 요즘 비상이다. 제약업계에서 유일하게 신종플루 백신 개발에 매달려 임상시험 등 막바지 작업으로 분주하다.

지난해 말부터 칩거

우리나라는 녹십자가 백신 개발을 하지 않았다면 전량 해외 공급에 의존할 판이었다. 정부는 2004년 백신사업자를 공모하면서 외국계 회사와 녹십자의 합작 형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허영섭 회장은 “백신 자급이 핵심인데 외국계 자본이 주가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녹십자 측은 “만약 외국회사와 합작했다면 지금처럼 백신을 전량 국제 시세의 절반 가격에 국내에 공급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한창 주목을 받아야 할 허 회장이 보이지 않는다. 허 회장은 1년 가까이 공식석상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업계에 퍼지고 있는 ‘중병설’ ‘은퇴설’ 등의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이유다. 그의 빈자리는 동생 허일섭 부회장과 전문경영인(CEO) 허재회 사장이 채우고 있다. 허 회장의 세 아들 허성수 부사장, 허은철 전무, 허용준 상무 등도 중책을 맡고 있다.

허 회장은 사실 ‘은둔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지내는 등 지난해까지만 해도 왕성한 대내외 활동을 펼쳤다. 전경련 회장이 교체될 때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기자간담회나 각종 언론의 인터뷰에도 자주 응해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연말부터 바깥출입을 자제하더니 올해 들어 전혀 움직임이 없다.

허 회장이 마지막으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것은 지난해 10월 초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인촌상’ 시상식에서다. 허 회장은 B형 백신 등 국민 건강을 위한 공익 개념의 제약 개발에 힘쓴 공로로 제22회 인촌상을 수상했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내외 산업현장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한국이 이만큼 발전했다”며 “오늘 받은 상은 기술인들에게 더 정진하라는 격려로 여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 더 정확히는 녹십자가 태반주사제 불법유통 의혹 등 악재로 곤욕을 치른 직후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중순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정감사에 태반주사제 불법유통 문제와 관련 허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출석 여부에 시선이 쏠렸지만 허 회장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응하지 않았다. 대신 녹십자 임원들이 참석했다. 당시 녹십자 측은 “허 회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을 떠났다”고 해명했다.

올해 68세인 허 회장의 중병설 등 건강이상 얘기가 나돈 시점이 이때부터다. 일각에선 단지 국감을 피하기 위한 일시 도피성 외유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외부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 신변에 문제가 생긴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또 허 회장이 동생이나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고 은퇴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허 회장은 지난 4월 제42회 과학의 날 훈·포장 수여식, 지난 5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목암생명공학연구소 창립25주년 기념식, 지난 7월 재계 총수들이 대거 모인 전경련 제주하계포럼 등 꼭 참석해야 할 대내외 행사에 불참했다. 그동안 공들여 꿰찼던 대외 직함도 하나둘 떼 내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해 12월 국제백신연구소(IVI)한국후원회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2005년 7월 선임된 점을 감안하면 4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셈이다. 지난 2월엔 2003년부터 5년 넘게 갖고 있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자리에서 갑자기 사임했다. 허 회장은 산기협 새 수장을 선출하는 이사회에 지병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같은 달 신한지주 사외이사직에서도 떠나며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난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허 회장이 수개월째 병석에 누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쉬쉬’ 보안 유지에 힘쓰고 있는 회사 내부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으론 반론도 있다. 허 회장의 신변에 문제가 있다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전혀 그런 낌새나 조짐이 없는 까닭이다. 허 회장은 지난 3월 지주회사격인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로 재선임되는 등 현재 녹십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건강에 문제 있나

지분도 거의 변동이 없다. 허 회장은 녹십자 개인 최대주주로 지분 2.92%를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 지분 50.81%를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홀딩스도 12.37%를 갖고 있어 역시 최대주주다. 녹십자 측은 허 회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언급 자체를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 다만 부재 사실만 인정했다.

회사 한 관계자는 “요새 경기 용인 본사 집무실에 출근을 안 하는 것은 맞지만 건강 문제 때문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회장님 개인적인 사안은 회사에서 체크를 하지 않아 전혀 알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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