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제분 미스터리

2014.01.02 11:19:25 호수 0호

병상 회장님이? ‘숨은 손’있나

[일요시사=경제1팀] <한국일보> 인수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화제분. 인천에서 제분업을 시작해 반세기동안 제분업 외길만 걸어온 이곳이 300억원대 규모의 언론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 이를 두고 일각에선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일보>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중소기업인 삼화제분과 이종승 <뉴시스> 회장이 함께 꾸린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양측의 지분은 각각 50대 50.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한국일보 지분의 절반은 삼화제분이 갖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300억대 제시

서울중앙지법 파산2부(재판장 이종석)는 지난 17일 <한국일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삼화제분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9월부터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온 <한국일보>는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 입찰을 공고, 본입찰에 참여한 3개 업체를 평가했는데 여기서 삼화제분 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화제분 컨소시엄은 편집권 독립 등 언론의 공공성 보장, 향후 투자 계획, 사원 복지 증진 등의 평가 지표에서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금액도 가장 높게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규모는 약 300억원대다.

삼화제분은 장재구 전 한국일보 회장이 회장직에 있을 때부터 <한국일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장 전 회장 재임 시절 당시 MOU까지 맺었다가 장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철수한 바 있다.


삼화제분이 마침내 뜻을 이룬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규모로만 놓고 보면 고양이들 싸움에 쥐가 뛰어든 꼴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를 갖게 될 삼화제분은 이름부터 생소한 업체인 데다가 자본금 87억여원에 직원 수도 수십 명에 불과한 제분업체다. 그동안 눈에 띌만한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킨 이력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일보>라는 거대 언론사의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삼화제분 창업주인 박만송 회장은 업계에서 유명한 ‘부동산 부자’로 알려져 있다. 2013년 국감에서 서울에 무려 277채의 집을 소유한 ‘최고 집부자’가 공개되자 박 회장이 그 주인공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은 큰 회사를 운영한 적은 없지만, 이미 재계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놀라운 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현재 회사는 아들에게 물려주고 집을 통해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미 몇 달 전부터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고령인데다가 건강이 좋지 않아 입원을 반복하고 있다”며 “그는 임대업을 통한 부동산 전문가일 뿐 언론계 인수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간지 인수 유력…배경 두고 설왕설래
서청원 의원과 사돈관계 ‘의견 나눴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점을 들며, <한국일보>를 노리는 삼화제분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박 회장은 정계를 아우르는 ‘빵빵한 인물’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박 회장의 아들로 현재 삼화제분의 경영을 맡고 있는 박원석 대표이사는 10월 재선거로 정계에 복귀한 ‘친박 실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사위다.

이 때문에 삼화제분 인수전에 실질적으로 배후에서 조직하고 지휘하고 한 사람이 서 의원이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삼화제분이 선정된 배경에도 ‘서청원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실제 서 의원과 박 대표의 관계는 단순한 사위-장인 관계를 넘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모 그룹 회장에게 국민주택채권 1000만원 짜리 100장(1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2004년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 조사에서 해당 자금을 불법정치자금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추궁에 서 의원은 “자신의 사위가 우연히 사채시장에서 모 기업에서 나온 채권을 구입한 후 두 달 만에 되판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 의원과 박 대표가 ‘검은 돈’까지 함께 만질 정도로 돈독하고 친밀한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위·장인 작품?

이에 따라 언론계 안팎에서는 편집권 독립 이후 비교적 호평을 받았던 한국일보의 논조에 친박진영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삼화제분 컨소시엄이 입찰서류 제출하고 면접하는 과정에서 편집국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했다”며 “그 부분이 지켜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그러나 “삼화제분의 박원석 대표이사가 서청원 의원의 사위이기 때문에 보도의 공정성과 편집권 독립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러한 우려는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많은 국민들이 한국일보 최종인수자가 누군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한국일보가 우리사회 중도지향의 균형 잡힌 목소리를 대변해왔기 때문”이라며 “소유자가 언론사의 생명인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해칠 어떤 간섭도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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