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이 된 장진영 ‘못다 핀 인생’<풀스토리>

2009.09.08 09:58:37 호수 0호

“아름답게 기억되고 싶어요”

위암 투병 중이었던 배우 장진영이 지난 9월1일 오후 4시3분 향년 37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9월 건강검진 과정에서 위암 선고를 받은 뒤 지난 8월 초 미국에서 치료를 받는 등 꾸준하게 치료와 요양을 했던 장진영은 한때 상태가 호전되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투병 1년 만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장진영의 죽음이 더욱 애틋한 것은 한창 피어야 할 나이에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장진영의 ‘못다 핀 인생’을 돌아보았다.

탁월한 연기력으로 팬들 사랑
<로비스트> 끝내고 위암 판정 
사망 나흘 전 K씨와 혼인신고
7월 라스베이거스서 비밀결혼식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고,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을 지녔던 배우 장진영은 1974년 5월16일 전북 전주에서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전주 중앙여고와 상명대학교 의상학과를 졸업한 장진영은 1993년 미스코리아 충남 진으로 세상에 자신의 얼굴을 알렸다.
그녀는 1999년 영화 <자귀모>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반칙왕> <싸이렌> 등에서 개성 강한 연기로 충무로 관계자들의 시선을 받기 시작했다.
2001년 윤종찬 감독의 공포영화 <소름>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여주인공을 꿰찬 그녀는 탁월한 연기력을 뿜어내며 그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제22회 판타스포르토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소름>으로 데뷔하자마자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


이듬해 이정재와 <오버 더 레인보우>로 주연배우로 거듭 난 장진영은 2003년 박해일과 호흡을 맞춘 <국화꽃 향기>를 통해 시한부 환자 역을 소화해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 같은 해 개봉한 <싱글즈>에서는 엄정화, 김주혁, 이범수 등과 함께 29세 노처녀로 분해 일과 사랑을 고민하는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소화해 내 눈길을 끌었다. 원래 전도연이 물망에 올랐던 역을 그녀가 연기하게 되는 등의 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싱글즈>는 장진영에게 또 한 번의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으로 기억된다.

2005년에는 <소름>의 윤종찬 감독, <싱글즈>에서 함께 연기한 김주혁과 함께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청연>이란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녀가 주연한 비행사 박경원이란 인물이 ‘친일 논란’에 휩싸이고 영화의 완성도 문제까지 거론되며 흥행에서는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하지만 2006년 그녀는 화려하게 기지개를 켰다. 김승우와 타이틀 롤을 맡은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통해 섹시하고 당찬 룸살롱 아가씨 연아 역을 훌륭히 연기해낸 것.
당시 평단과 관객들은 그녀의 과감하고 개성 강한 연기에 박수를 보냈고 이는 제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여우주연상, 제30회 황금촬영상 최우수인기여우상이라는 상을 그녀에게 안겼다.

장진영은 안방극장에도 모습을 비췄다. 2007년 송일국과 함께 SBS 드라마 <로비스트>에서 마리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로비스트>를 끝으로 휴식을 취해오던 장진영은 2008년 9월24일, 단순한 위궤양으로 생각해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위암 사실을 알게 됐다. 장진영의 입원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과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고 장진영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병원에서 퇴원해야만 했다.
장진영은 위암 투병 중에도 배우란 것을 잊지 않았다. 소속사와 2년 재계약을 맺은 것. 당시 장진영은 “소속사 식구들을 비롯해 많은 격려와 응원에 큰 힘을 얻고 있으며 하루빨리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5월 김건모 콘서트 관람
호전된 모습 보이기도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장진영은 지난해 11월, MBC <뉴스후>를 통해 침뜸 치료를 받으며 “평상시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고향 전라북도 전주로 내려간 장진영은 가족들과 2009년 설을 함께 보내고, 지난 5월 김건모 콘서트를 관람하며 건강이 많이 호전된 모습으로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장진영은 암 투병 소식이 아닌 열애 소식을 전했다. 지난 7월 미국의 종합병원에서 치료요양 중이란 것과 동시에 30대 후반의 사업가 K씨와 1년째 열애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 별다른 스캔들 없던 장진영이기에 투병과 함께 찾아온 사랑은 더욱 드라마틱했다.

지인의 소개로 장진영과 처음 만난 연인 K씨는 지난해 9월, 장진영 위암 선고를 받을 당시에도 함께 있었고 병실에서 곁을 지키며 극진히 간병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장진영은 위암 선고를 받고 K씨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K씨는 장진영의 위암 사실을 알게된 뒤 “오늘부터 당신의 남자가 되겠다”고 선언했고 1년 동안 장진영을 극진히 보살폈다.
K씨의 감동적인 사랑은 기적을 만들어내는 듯했다. 장진영의 병세가 호전됐고 두 사람은 여느 연인처럼 사랑을 쌓아갔다. 심지어 K씨는 자신의 사업도 뒤로한 채 장진영의 투병을 위해 함께 미국행을 택하며 큰 사랑을 보여줬다.

장진영은 소속사를 통해 연인인 K씨에 대해 “많이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었을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큰 힘이 돼주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 사람”이라며 “모든 것을 감수하고 사랑으로 보듬어 준 그 사람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복은 그리 쉽지 않았다. 지난 8월, 미국 LA에서 많이 건강해진 몸으로 귀국한 장진영은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치료에 매진했지만 병세는 점점 위독해졌다.

K씨는 장진영의 병세가 위독해진 이후 더욱 극진하게 장진영의 마지막을 보살폈다. 8월31일 오후 장진영이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한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병실을 떠나지 않고 곁을 지켰다. 대소변을 직접 받아내며 병수발을 한 것도 K씨였다.
장진영은 1일 오후 4시3분, 임종을 맞을 때 희미한 미소와 함께 편안하게 잠들 듯 세상과 작별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남편 K씨가 곁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슴 찡한 장진영 순애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결혼

K씨는 장진영의 죽음 직전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당신의 남자가 되겠다”던 1년 전 약속을 끝내 지킨 것이다. 장진영과 K씨는 미국에서 극비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K씨는 장진영 사망 나흘 전 혼인신고를 했다.
소속사 예당엔터테인먼트의 김안철 홍보팀장은 “장진영과 K씨가 7월26일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며 8월28일 성북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결혼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에 대해 김 팀장은 “가족과 소속사 대표만 알고 있었고 둘만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어 비밀로 해왔다”고 말했다. 장진영은 생일이었던 6월14일 K씨에게서 청혼을 받았다.
김 팀장은 “힘든 투병 생활에도 이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마지막 이별의 순간까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편인 K씨는 소속사를 통해 “내가 곧 그녀였고 그녀가 곧 나였다. 아프고 힘든 길을 혼자 보내기에 가슴이 아프고 슬픔을 가눌 수 없었다. 마지막 가는 길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고 가슴속에서나마 그녀의 평생지기로 남고 싶었다. 둘 다 현실에서 못 다한 사랑을, 하늘에서나마 누리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한편 장진영은 스스로 죽음을 예감한 듯 지난달 중순부터 다가올 마지막 날을 기다리며 조용히 준비를 했다. 병세가 더 악화되기 전 친한 지인들을 불러 자신의 뜻을 전했다. 그중에서는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소속사 관계자도 있었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장진영은 투병 생활 중에도 팬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미안해했다. 소속사 한 관계자는 “장진영이 ‘끝까지 응원해줘서 너무 고맙다. 하지만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고인은 끝까지 아름다운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했다. 가까운 사람의 병문안까지 사양한 것도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였다”고 밝혔다.
때문일까. 고인은 지난 9월1일 오후 4시3분, 37세의 나이로 죽는 그날까지 편안한 미소를 머금으며 배우로서의 마지막을 기록했다. 아름다운 자태 역시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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