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재보선 여야 ‘두뇌싸움’ 전모

2009.08.18 10:05:23 호수 0호



박근혜, 공천 앞두고 강릉 방문 친박계 지원 ‘어게인 경주’
민주당 재보선 ‘이명박 심판론’, 친노 후보 출마 공들이기


10월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두뇌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크게는 이번 재보선을 통해 ‘이명박 심판론’을 펴려는 야당과 ‘민생선거’로 가려는 여당의 선거전에서 작게는 당 내부의 계파갈등이 그것이다. 최근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일찌감치 재선거가 펼쳐질 강릉을 찾아 친박계 후보를 격려하는 것으로 파장의 강도를 조절했고 민주당은 친노 인사 영입을 위한 물밑교섭이 한창이다.

10월 재보선은 박근혜 전 대표가 선점했다. 한나라당 시도당위원장 선거를 통해 각 지역에 ‘내 사람’을 둔 것으로 모자라 재보선 지원사격을 통해 공고한 터 고르기에 들어갔다.

재보선이 확정된 곳은 강원도 강릉, 경남 양산, 경기도 안산 상록을 세 곳이다. 이중 양산과 강릉은 한나라당 우세지역이며 안산 상록을은 민주당의 우세지역으로 분류된다.

박 전 대표는 두 지역 중 강릉을 택했다. 한 번의 행보로 둘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양산보다는 강릉 방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양산과 강릉에 친박계 후보들이 도전장을 낸 상황이지만 두 지역에서의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친박을 잡아라!


양산은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큰 곳이다. 주변 시도당위원장이 친박계 의원이며 경남 시도당위원장도 친박 중립의 이주영 의원이다. 그러나 강릉은 친이계 허천 의원이 도당위원장으로 있는 곳이다.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박심’이 크게 작용할 지역구와 ‘박풍’이 불어야 하는 지역구가 확연히 나뉜 셈.

박 전 대표는 “의리”를 앞세워 강릉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친박계 심재엽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그는 “심 전 의원은 저를 많이 도와준 분인데, 의리를 지키지 않으면 사람이라 할 수 없다”며 ‘의리론’으로 선거 개입 논란을 일축했다.

그의 강릉 방문에는 양산 재선거에 출마 의지를 밝힌 박희태 대표에 대한 고민도 녹아있다. 박 대표는 양산 출마뿐 아니라 후반기 국회의장직까지 염두에 두고 친박계와의 화합을 위해 여러모로 공을 들였다. 박 대표에 대한 선거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은 박 전 대표지만 양산에 출사표를 던진 친박 후보의 선거사무실에 참석해 ‘박심’이 친박에 있다고 쐐기는 박는 것은 후일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박 전 대표는 박 대표의 양산 재선거 출마와 관련, “선거와 관련해서는 제가 여태까지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재보선을 앞두고 박 대표도 향후 행보를 계산하느라 복잡하다. 박 대표가 고민하는 것은 양산 출마뿐 아니라 대표직의 유지 혹은 사퇴에 대한 부분이다.

친박계가 바라는 것은 박 대표가 9월, 10월까지는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이다. 조기전당대회 개최로 당 지도부가 물갈이 되고 이재오 전 의원이 복귀할 수 있을 만한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로서도 낙선하게 되면 돌아올 수 있을 만한 최후의 보루는 가지고 간다는 점에서 나쁘지만은 않은 구상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친이계는 반대하고 있다. 박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재보선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 여당의 수장이 직접 나선다는 것은 현 정권의 중간평가 효과를 내기에 부족함이 없게 되고 결국 박 대표뿐 아니라 정부 여당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만류하고 있다.

박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날 경우 정몽준 최고위원의 승계가 확실시 되고 있다. 전당대회 차점자인 정 최고위원은 당헌당규에 따라 박 대표가 물러날 경우 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당 지도부 전체가 책임을 지고 연달아 물러날 경우 정 최고위원의 위치도 흔들릴 수 있지만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거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박 대표는 당내 문제뿐 아니라 자신의 재선거 출마에 관한 긴장감도 늦출 수 없는 처지다. 경남 양산 재선거에 출마하는 쪽으로 방향으로 정했고 청와대에도 보고했지만 쉬운 승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양산에 연고가 없는데다 박 전 대표의 힘이 강한 지역이라 친박계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난 총선 당시 친박계 무소속 후보로 나와 2위를 했던 유재명 전 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이번에도 친박계 무소속으로 출마할 계획이라 더 그렇다. 게다가 친박연대 엄호성 정책위의장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자칫하면 지난 4월 경주 재선거 때처럼 친박계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는 이변을 가지고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대비해 박 대표는 친박계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과 당협위원장 임명 등에 있어 친박계 손을 들어주는 등 친박계와의 화합을 공고히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공들이기’는 지난 13일 경남 창원으로 떠난 정책 탐사에서 친박계 의원을 대거 동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의원 21명 가운데 정책위원회 소속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은 김무성 허태열 유기준 이진복 현기환 김세연 등 친박 의원으로 박 대표가 친박계의 ‘암묵적 지원’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재보선은 지난 4월 재보선보다 더 의미가 크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인 동시에 내년 6월2일 지방선거 전에 민심의 풍향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당도 이번 재보선을 놓칠 수 없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정세균 대표는 장외투쟁을 통해 강해진 야성과 하나로 뭉친 당력을 10월 재보선에서 보이려 하고 있다. 현재 재보선 선거구에 민주당 우세지역이 한 곳뿐이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명박 심판론’에 대한 기대도 크다.

문제는 출전 선수다. 재보선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손학규 전 대표, 김근태 고문 등 당 거물급 인사들이나 친노 인사를 내세우는 방안이 당 곳곳에서 거론되고 있다. 재보선이 확정된 3개 선거구에 친노 인사 카드를 내밀자는 말도 있다. 안산 상록을에는 안희정 최고위원, 양산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강릉에는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정도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송인배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등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뙤약볕에 독 오른 야당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대표적인 이가 문 전 실장이다. 민주당이 강세지역이 아닌 양산이지만 이미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문 전 실장이 출마를 하면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문 전 실장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문 전 실장은 “청와대에서 나온 뒤 세상과 거리를 두고 조용히 살려고 부산에서 양산으로 갔는데 하필 재보선 지역이 됐다”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선 당 핵심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손 전 대표 측 김재목 지역위원장과 안산에서 영향력이 큰 천정배 의원이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안으로도 밖으로도 특별한 승부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정 대표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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