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낭자 군단

2009.08.11 13:17:34 호수 0호

‘11승 벽 넘을 수 있나’

올해 미 LPGA 소식을 접하다 보면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로 착각하게 되는 일이 잦다. 리더보드에 한국 낭자 군단의 이름이 자주 많이 오르기 때문인데 골프팬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더욱이 상반기에만 6승을 거두는 선전을 하는 우리 선수들이기에 올 한 해 동안 몇 승이나 기록할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현재 페이스 유지만 해도 충분, 긍정적 분위기
구옥희에서 지은희까지, 골프 대중화 전도사들
상반기 6승 쾌거, 하반기에도 선전 기대해
 ‘신바람’ 타고 승수 두 자리 뛰어넘을 수도


우리 한국 낭자들의 LPGA 투어 우승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스탠더드레지스터에서부터였다. 당시 구옥희의 사상 첫 LPGA 우승 소식은 많지 않았던 당시의 국내 골프팬들에게 자그마한 기쁨을 안겨줬다. 이어 1998년에는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감동 어린 장면을 연출하며 골프를 모르던 사람들에게 ‘골프’라는 스포츠를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신예들의 활약 속
팬들 즐거움 ‘만끽’



이때 박세리를 보며 꿈을 키운 아이들을 우리는 이제 ‘세리 키드’라 부른다. 현재는 기존 실력이 입증된 선임 선수들과 일명 ‘세리 키드’로 통하는 신예들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우리에게 들려오는 LPGA 소식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 3월 신지애가 HSBC위민스챔피언스에서 우승을 거둔 이후부터 지은희의 US여자오픈까지 상반기에만 총 6승을 거뒀다. 그 때문에 지난 7월 말 상승세에 있는 우리 선수들을 보며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도 1승을 추가해 80승을 채우고 4개 대회 연승까지 겸해서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각종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한국 선수들도 2000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만큼은 우승하지 못한 징크스를 깨는 데 실패했고 웨그먼스 LPGA 대회부터 US여자오픈까지 이어온 연속 우승도 3개 대회에서 마감해야 했다.
제5의 메이저대회라 불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2007년에는 장정(29·기업은행), 2008년에는 최나연(22·SK텔레콤)과 브라질 교포 안젤라 박(21·LG전자)이 연장전까지 갔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총상금 325만 달러가 걸렸던 특급대회가 끝나면서 시즌 상금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미 LPGA 무대에서
한국 낭자군 파워 ‘강성’

이미나와 함께 공동 3위(13언더파 275타)가 된 크리스티 커(미국)가 124만8202달러를 쌓아 공동 20위(6언더파 282타)에 그친 신지애(21·미래에셋)를 2위(111만6607달러)로 밀어내고 상금 순위 1위로 올라섰다.
김인경은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100만 달러를 돌파하며 3위(103만6786달러) 자리를 지켰고 미야자토는 4위(92만1400달러)로 뛰어올랐다.

미 LPGA 무대에서 한국 낭자군의 파워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사상 최고의 결과를 낸 2006년 11승을 우리 선수들이 거둔 이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긴 했으나 그것은 외견상의 문제일 뿐이었다. 미 LPGA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나 관계자들은 우승컵을 들지 못할 뿐 상금순위를 보자면 그리 낙담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들이었다.

그러던 것이 올 상반기에만 6승을 거두며 선전을 하자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2006년도에 세운 역대 시즌 최다승의 기록을 제외하면 승수가 두 자리를 넘어가질 못했던 게 사실이지만 올해는 그 11승의 벽을 깰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일류가 세계 일류’라는 말이 통용되는 게 여자프로골프 무대다. 이것을 몸소 실천해 보인 것이 신지애다. 신지애가 제2의 박세리가 되어 시즌 동안 홀로 5승, 아니 그 이상을 하지 말란 법은 없다(2001년과 2002년도에 박세리 혼자서만 5승씩을 기록했다).

사실 이런 장담에는 떠나간 ‘구 골프여제’의 자리를 메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로레나 오초아가 주춤하는 것도 한몫한다. 태극낭자들의 전력 상향 평준화와 대항마의 부제라면 부질없는 욕심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한국 낭자군단에는 대체 무슨 특별한 점이 있기에 이런 선전을 보이는 걸까. 미 LPGA에서도 한국 낭자들이 그린을 강타하는 가운데 ‘한국이 골프에 강한 이유’를 분석하고 벤치마킹하기에 바쁘다.

한국 선수들이 강한 이유에 대해 박지은은 “연습장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연습에 열중하는 선수는 대부분 한국인이다. 실제로 땅거미가 내려앉은 오후 늦게 연습장에서 클럽과 씨름하는 한국 선수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지은은 한국 낭자들이 강한 이유를 근성과 성실함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 골프로 최초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박세리는 “한국 여자프로들의 선전은 부모들의 영향이 크다. 부모들은 항상 자식이 강해지길 원하고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지원하는 한국 부모들의 열정은 ‘성공 신화’의 또 다른 비결이라는 것이다.

미국, 한국 골퍼
벤치마킹 나서다!

박세리의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것일까. 올 초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던 한 아이의 부모는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아이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부모들도 내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한국 부모들의 뒷바라지 모습을 조금씩 따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체계적이고 과학화된 심리훈련기법 적용, 체력 트레이닝 강화, 경쟁자들과의 많은 시합 경험 등에 근성과 성실함, 심리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이 골프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LPGA 무대에서 한국 낭자군의 파워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신지애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바람을 실어 한국 낭자들의 선전을 예상했던 바이지만 직접 겪어보자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사실 신지애의 힘을 빌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정도였을 뿐이다. 여기서 하나 간과했던 부분은 ‘신지애의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는 이들이 벌떼처럼 많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신바람’과 여기에 힘을 얻은 ‘벌떼 작전’의 덕을 본 것이다.

올해 LPGA 투어에 참가하는 한국국적의 선수만 30명이 넘는다. 사실상 한국인이 미 LPGA 투어를 점령하다시피 한 것. 이쯤이면 리더보드에 한국 이름으로 도배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게 된다.
경우가 수가 커지면 우승확률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한다 해도 한국 선수들의 시즌 6승과 올해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은 그냥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신지애의 첫 승을 신호탄으로 오지영, 김인경, 이은정, 지은희 등이 우승 행렬을 이루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낭자군이 현재까지 총 15개 정규대회 중 6개를 휩쓸었고 후반기 들어 벌어진 3개 대회는 모두 코리아호의 독차지라는 것이다. 시즌 4회 우승의 미국과도 격차를 벌렸다.
워낙 신예들이 선전하는 바람에 관심에서 조금쯤 멀어진 느낌이 들긴 하지만 박세리, 박지은, 한희원, 장정 등 기존 실력파들을 무시할 사람은 없다.

이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내고 아직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 않은 또 다른 ‘세리 키드’들이 가세한다면 ‘11승의 벽’이 아닌 그 이상의 두자릿수 승리를 바라봐도 좋을 것이다.
신·구 태극자매들의 합작에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기만 한다면 LPGA 투어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울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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