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직캠’ 거래 실태

2013.10.21 14:04:24 호수 0호

“얼마면 되니?” 돈에 멍드는 ‘팬심’

[일요시사=사회팀샤이니의 팬 A씨는 사진 속 웃고 있는 샤이니 민호가 좋아 그의 얼굴이 그려진 교통카드 케이스를 만들어 매일 갖고 다닌다. 그런데 A씨는 혼자 갖기 아쉬워 다른 팬들에게도 케이스를 팔았는데, ‘불법’이란다.






‘직접 찍은 사진’의 줄임말인 ‘직찍’은 주로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촬영해 올린 사진을 의미한다. 휴대폰과 카메라 등 스마트기기가 보급화되며 최근에는 직찍 전문 사이트도 생겨났다. 직찍과 직캠(직접 찍은 동영상)의 발전은 직찍러, 직캠러이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키며 연예인과의 새로운 소통의 창을 만들었다.

‘노출’영상도

고화질의 수준급 카메라 실력을 갖춘 직찍러들은 직찍 전문 사이트에서 공식적으로 모집하기도 한다. 하루 방문자 수가 6000명이 넘는 한 직찍 전문 사이트의 경우 9명 이상의 직찍러들이 활동중이다. 직찍러들은 각자 할당된 연예인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며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업로드한다.

그러나 ‘직찍’은 엄연한 ‘불법’이다. 개인 소장 등 사적 이용을 위한 경우는 합법이지만 이를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 불법행위에 속한다. 

이런 직찍과 직캠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10대 청소년의 우상인 아이돌 연예인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연예인들의 직찍으로 제작된 액정클리너, 부채, 포스트 잇, 스티커, 교통카드 케이스 등은 대부분 팬 카페 등지에서 판매 중이다. 품목이 다양한 만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직캠의 경우는 CD로 제작되어 대개 3만∼5만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직찍 사진·동영상 전문사이트서 유통
가격 천차만별…CD 한장에 3만∼5만원
개인 소장 몰라도 거래는 엄연한 불법

이와 같이 연예인의 얼굴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와 저작권 위반에 해당하나 문제는 이를 해결할 법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특정한 제재가 없다보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연예인의 포토집이나 직캠 CD의 경우 일부는 여자 아이돌의 특정 신체 부위만을 촬영한 영상도 있다. 한 파일공유 사이트에는 ‘직캠’이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 하루에도 수십 개가 넘는 걸그룹의 직캠이 공개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한 웹하드 업체 관계자는 “다운로더가 700MB 파일을 내려 받는데 500원을 내면 이 중 25%인 125원이 업로더에게 지급된다”며 “직캠의 경우 최근 다운로드 수가 급증해 헤비 업로더(웹하드, P2P등 온라인을 통해 영리적 목적으로 불법저작물을 다량으로 전송해 이득을 챙기는 사람)의 경우 연간 수백만에서 1000여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상품을 거래하는 대부분의 팬들은 이와 같은 행위가 불법임을 알고 있다. 한 아이돌 가수의 팬은 “불법이긴 하지만 남들이 다 하니까 해도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팬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게 아니라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나누어 갖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연예인의 얼굴을 무단으로 도용한 불법 상품들이 많아지자 일부 소속사들은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반응이다. 남자 아이돌 그룹 A의 소속사는 팬 사이트에서 해당 가수의 포토북, 슬로건 등의 물품이 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중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중지하겠다”는 답과 달리 지속적으로 상품이 제작, 판매되자 소속사는 해당 팬 사이트를 법적 조치할 방침이라 밝혔다. 유명 아이돌이 많은 B엔터테인먼트는 홈페이지 내 ‘저작권 침해 신고’ 메뉴를 통해 불법 상품에 대한 팬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소속사 강경 대응

정재곤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정이용진흥국장은 “연예인을 이용한 불법상품은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초상권) 침해로 해석된다”며 국내 법적 제재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얼굴 도용’판결은?
이랬다 저랬다 ‘재판부 맘대로’


1953년 미국 제2연방항소법원의 제롬 프랭크 판사가 처음으로 사용한 ‘퍼블리시티권’은 유명인이 자신의 이름이나 얼굴 등의 상업적인 이용을 허락하는 권리다.

일부 기업이나 병원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유명 연예인들의 사진을 도용하면서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송이 늘고 있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재판부의 엇갈리는 판결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가수 백지영은 지방흡입 수술을 홍보하는 글에 자신의 사진을 무단 도용한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퍼블리시티권도 인정될 필요가 있고 미국이나 일본 등 다수 국가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며 “'백지영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와 배우 수애는 블로그에 설측교정을 소개하면서 자신들의 치아교정 전후 사진을 사용한 한 치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했지만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 외에도 한 치과를 상대로 배우 송혜교, 장동건과 슈퍼주니어 등이 참여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인정되지만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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