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재벌그룹 사외이사 대해부

2013.10.15 15:37:26 호수 0호

“보험처럼 갱신” 정권 바뀌면 흑기사도 물갈이

[일요시사=경제1팀] 검찰이나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권력기관 출신 실세들. 그들이 ‘슈퍼갑’의 품에 뛰어드는 통로로 활용되는 것이 지금의 ‘사외이사 제도’다. 주요 그룹마다 거의 예외 없이 관료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라는 이름으로 갖고 있다. 재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들은 퇴직 후 기업으로 돌아가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30대 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검찰, 세무,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위 그룹으로 내려갈수록, 내수 비중이 높을수록 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이 두드러졌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 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최근 국내 30대 그룹 185개 상장계열사의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609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240명으로 전체의 39.4%에 달했다.

학계(196명 32.2%)와 재계(128명 21.0%), 법무법인 등 민간 법조(17명 2.8%), 언론(17명 2.8%), 회계(6명, 1.0%) 등 다른 분야를 압도했다. 관료 출신 중에서도 검찰·법원 등 법조계, 국세청·관세청 등 세무, 공정거래위원회·감사원 등 소위 4대 권력기관 출신이 총 153명으로 64%에 달해 주류를 이뤘다. 특히 법조 출신은 87명으로 전체 관료 출신의 36.3%를 차지했다.

퇴직 관료들의 ‘양로원’

역대정권 거물급 즐비


그룹별로는 SK와 삼성, 동국제강이 8명씩으로 가장 많은 법조관료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었으며 두산(7명)과 현대자동차(6명), 롯데(6명), CJ(6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KT와 동부, 포스코, STX, 대림, S-오일, 대우조선해양 등 7개 그룹은 법조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한 명도 두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법조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동국제강과 대우건설로 전체 사외이사 16명과 4명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15명 중 4명을 법조관료 출신으로 임명한 OCI가 26.7%로 3위, 25%를 기록한 두산이 4위였다.

뒤이어 최근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CJ 외에 영풍, 효성, 롯데, 현대중공업이 20%가 넘는 비중을 기록했다. 재벌그룹들이 영입한 법조관료 출신 인사 가운데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등 최고위 인사들이 즐비했고 이들 대부분이 현재 김앤장이나 율촌 등 초대형 로펌에 소속돼 있었다.

30대 기업 10명 중 4명 권력기관 관료 출신
이름만 대면 아는…퇴직 후 방패막이 역할

고려아연 사외이사인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은 52대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이 전 대통령이 청계재단을 세울 때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김성호 재단법인 행복세상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정원장직을 수행했다. 김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양건 감사원장 사퇴 후 유력한 감사원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GS의 이귀남 전 장관은 61대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2011년 8월 퇴임 후 오리온그룹의 고문으로 영입돼 한 차례 논란을 겪은 이력이 있다. 장관 시절 고위공무원의 기업행을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으면서 정작 본인은 개정법 시행 직전 퇴임해 오리온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 외에 법무부 차관 출신도 4명이나 재벌그룹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예스코의 사외이사인 한부환 전 차관 외에 3명은 모두 2개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었다.

김상희 전 차관은 효성과 LG전자, 문성우 전 차관은 GS와 한화생명보험, 정진호 전 차관은 한화와 호텔신라 사외이사를 겸임중이다. 특히 정진호 전 차관과 문성우 전 차관은 나란히 50대, 51대 차관을 지낸 후 한화행을 택해 눈길을 끌었다.

검찰총장 출신 사외이사도 4명이 있었다. 두산엔진의 정구영 전 검찰총장, 금호산업의 김도언 전 총장, CJ오쇼핑의 김종빈 전 총장 그리고 삼성전자와 두산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송광수 전 총장이다.

이외에도 전두환 정부시절 3대 중수부장을 지내며 역대 최장기간 재직 기록을 세웠던 한영석 전 민정수석이 SK C&C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신현수 변호사가 HMC투자증권 사외이사로 있다.

재무위기 극복 
‘도우미 이사들’

한 전 수석은 현직 시절 정부발주공사비리사건, 65만 달러 외화밀반출사건 등을 처리했고 이후 법무부차관과 민정수석, 법제처장을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우일에서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신 변호사는 대검찰청 마약과장 출신으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냈고 현재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재벌그룹들이 이처럼 법조관료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많이 영입하는 것은 이들의 인맥과 영향력을 활용해 바람막이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그룹 총수가 구속되며 법난을 겪고 있는 SK, CJ, 한화 등은 총수 구속을 전후해 유력 법조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며 ‘구속 대비’ 인사가 아니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법조계에 이어 세무 출신이 38명(15.8%)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는 33명으로 집계됐다.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가 가장 많이 포진한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석호영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으며 기아자동차가 홍현국 전 국세청 감사관, 현대비앤지스틸이 박외희 전 서울지방국세청 부이사관, 현대모비스가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또 현대위아에는 이병대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현대자동차에는 강일형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현대제철)에는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현대건설에는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사외이사로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현대제철의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현대건설 이승재 전 중부지방 국세청장은 각각 이마트와 SK씨솔믹스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삼성·SK·동국제강 법조인들로 빼곡
현대차·롯데·CJ는 국세청·공정위
신세계 가장 화려 영풍·동부도 막강

롯데그룹은 박차석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롯데제과, 서현수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롯데케미칼, 정병춘 전 국세청 차장이 롯데하이마트에서 각각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차석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CJ CGV의 사외이사도 겸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에 손영래 전 국세청장, 신세계인터내셔날에 김재천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이마트에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CJ그룹은 김재천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CJ오쇼핑, 박차석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CJ CGV, 김갑순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CJ제일제당에 사외이사로 있다. 김재천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과 CJ오쇼핑에서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SK그룹은 SK씨솔믹스에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SK텔레콤에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세무 출신 다음으로는 공정위 출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현대차그룹이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를 7명 보유해 가장 많았으며 롯데그룹이 3명, 동부그룹이 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SK와 현대중공업, CJ, 신세계 등 12개 그룹이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를 1명씩 두고 있었다.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 24명 가운데 3명은 공정거래위원장 출신이며, 부위원장 출신도 3명이었다.

이들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11∼30대 하위 그룹으로 갈수록 더 높아졌다. 10대 그룹 332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107명으로 32.2%에 불과했으나, 11∼30대 그룹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277명 중 133명으로 40.1%에 달했다.

또 포스코, LS 등 중화학 수출 주력 기업보다 롯데, CJ, 신세계 등 내수업종에서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를 더 선호했다. 신세계, 롯데, CJ는 30대 그룹 중 전체 사외이사 대비 관료 출신 비중이 높은 1, 5, 6위에 각각 올라 있다.

그룹 규모가 작을수록, 규제가 많은 내수산업일수록 힘 있는 ‘방패’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셈이다. 그룹별로는 신세계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았다.

신세계 그룹 7개 상장계열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17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총 15명으로 무려 88.2%를 차지했다. 나머지 2명은 재계 출신이었다. 관료 출신 15명 중에서도 세무(5명), 감사원(4명), 법조(2명), 공정위(1명) 등 소위 4대 권력기관 출신이 총 12명(80%)을 차지해 가장 두터운 ‘방패’를 자랑했다.

2위는 영풍그룹으로 13명중 11명(84.6%)이 관료 출신이었고, 동부그룹이 19명 중 12명(63.2%) 동국제강그룹이 16명 중 10명(62.5%)으로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5위와 6위는 내수 산업이 주력인 롯데와 CJ가 이름을 올렸다.

유통·식품기업 

‘방패이사’선호

10대 그룹 내 유일하게 관료 출신 비중이 60%를 넘는 롯데의 경우 총 29명의 사외이사 중 무려 18명(62.1%)이 관료 출신이었다. 역시 법조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세무 5명, 공정위 3명 등의 순이었다.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 조근호 전 법무연수원장, 정병춘 전 국세청 차장, 강대형 전 공정위 부위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재현 그룹 회장이 구속된 CJ는 총 26명의 사외이사 중 16명이 관료 출신으로 61.5%를 기록했다. 검찰·법원 등 법조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해 ‘법난’을 반영했다.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 김종빈 전 검찰총장, 김갑순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어 두산(53.6%), 현대자동차(51.2%), 효성(50.0%) 등도 관료 출신 비중이 50%를 넘었다.

총 59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 삼성그룹은 관료 출신이 15명으로 25.4%에 불과했다. 이중 법조 8명, 세무 1명에 불과했고, 공정위는 아예 없었다. 삼성 사외이사 중 가장 많은 비중은 학계 출신 35명으로 59.3%를 차지했다.

30대 그룹 중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재계 3위 SK로 무려 62명에 달했다. 삼성보다 3명, 현대차보다는 무려 19명이나 많았다.

반대로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에쓰오일 등 단일 기업을 제외하고 사외이사가 가장 적은 그룹은 대림으로 7명에 불과했다. 이어 현대중공업 10명, 현대 12명, 영풍 13명, 효성 14명 등이었다.

사외이사 중 2개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겸직자는 총 38명이었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삼성전자와 두산 사외이사로 겹치기 출연하고, 윤세리 전 부산지검 검사는 SK하이닉스반도체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진호 전 법무부차관도 한화와 호텔신라, 노영보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현대중공업과 LG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은 LG전자와 효성, 주종남 서울대교수는 LG전자와 두산엔진, 한민구 서울대 교수는 삼성전기와 효성에 적을 두고 있다. 이들은 사외이사 활동만으로 연간 1억2000만∼1억8000만원의 수입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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