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혈족 전쟁’ 사례

2009.08.04 09:24:54 호수 0호

<총수일가>‘골육상쟁’은 통과의례?

가족 불화로 쑥대밭
세대교체 전후 빈번



금호아시아나그룹 외에도 재벌가의 경영 다툼은 빈번했다. 재벌가의 ‘골육상쟁’은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기에 일어났다. 그동안 벌어진 총수일가의 재산 다툼을 정리해봤다.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하면 가장 먼저 시선이 쏠리는 곳은 단연 현대그룹이다. 현대그룹은 ‘왕회장’ 고 정주영 창업주가 타계하자마자 혈족간 분란에 휩싸였다. 현대가는 이른바 ‘왕자의 난’과 ‘숙부의 난’등 두 차례의 분란을 겪은 뒤 뿔뿔이 흩어졌다.
‘왕자의 난’은 2000년 3월 당시 현대그룹의 후계 다툼을 벌이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동생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측근인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촉발됐다. 이 싸움은 정 창업주와 형제의 동반 퇴진 등 그룹 분할로 끝났다.
이어 2003년 8월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벌인 분쟁이 바로 ‘숙부의 난’이다.
2004년 3월 현 회장 측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승리해 막을 내렸다. 현 회장은 2006년 현대상선 경영권을 놓고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와 신경전을 벌인 ‘시동생의 난’을 겪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현대건설 인수로 다시 맞서고 있다.

<두산그룹> 두산그룹은 100년 넘게 이어온 ‘형제경영’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두산일가는 2005년 7월 가족회의를 열어 그룹 회장을 차남 박용오 전 회장에서 3남 박용성 전 회장으로 교체하는 등 박용오 전 회장을 철저히 배제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박용오 전 회장은 박용성·용만 형제가 20년간 총 17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사조직 관리, 노조탄압에 사용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두산가는 박용오 전 회장이 검찰에 진정서를 내자 두산 회장직을 박탈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으로 2006년 7월 박용오-용성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씩을 각각 선고받았다. 또 5남 박용만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을 선고받았다.

<한화그룹> 한화그룹은 1981년 고 김종희 창업주 타계후 승연-호연 형제의 경영구도에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1992년 분가 과정에서 경영권 다툼은 시작됐다. 김 창업주가 두 아들의 지분 분할에 대한 유언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형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상대로 재산권 분할 소송을 제기했고 형제는 소송이 시작된 지 3년6개월 만에 극적으로 화해의 모습을 취하며 분쟁을 종결했다.

<한진그룹> 한진가의 ‘형제의 난’은 현재진행형이다. 고 조중훈 창업주가 세상을 뜨자 유산배분 절차를 밟던 한진그룹 2세들이 재산 싸움을 벌였다. 주인공은 조 창업주의 장남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3남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4남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다.
이들은 장남과 3남, 차남과 4남이 각각 편을 나눠 갈등을 겪었고, 급기야 법정다툼으로 비화됐다. 차남-4남에 비해 장남-3남이 비교적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것이 발단이란 분석이다.
먼저 싸움을 건 쪽은 차남-4남이다.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정석기업의 주식 일부를 넘기고 3억40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
한진가 형제들은 법원의 강제조정에 따라 주식을 나눠가졌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싸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한진가 형제들은 유언장 진위, 면세점 납품권, 선친 기념관 건립, 김포공항 주유소 등을 두고 소송과 항소를 거듭하고 있다.


<롯데그룹> 롯데그룹도 형제간 불화로 쑥대밭이 된 적이 있다. 1996년 서울 양평동 소재 롯데제과 부지 소유권을 놓고 신격호 회장과 그의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한바탕 싸움을 벌인 것.
신격호 회장이 신준호 회장에게 이 땅을 명의 신탁했는데 나중에 신준호 회장이 부지 소유권을 주장한 게 갈등의 발단이다. 결국 형제가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4개월 만에 분쟁은 끝났지만 이후 신격호 회장은 신준호 회장의 그룹 내 지위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형제 불화> 외도가 아닌 합법적인 재혼을 통해 이복 자녀를 얻었지만 집안의 분란을 불러온 사례도 허다하다. 대림그룹, 파라다이스그룹, 대한전선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대림그룹은 배다른 삼촌과 조카 사이인 이재우 대림통상 회장과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이 대림통상 경영권을 놓고 ‘숙질간 전쟁’을 벌였다.
파라다이스그룹도 생모가 다른 자녀간 법정 싸움을 벌였다. 고 전락원 창업주의 아들 전필립 회장과 그의 배다른 여동생인 지혜씨가 상속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했다.
대한전선그룹은 고 설경동 창업주의 후처의 자녀 고 설원량 회장이 그룹의 적통을 이어받자 이복형제들이 반발하면서 가족간 갈등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왕래를 끊은 상태다.
동아제약은 강신호 회장이 본처와 오랜 별거 끝에 2006년 7월 합의 이혼하면서 부자간 갈등이 증폭되는 계기가 됐다. 강 회장이 본처의 소생인 장·차남을 배제하고 부처의 자식인 3·4남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후계구도 정비에 나서자 장남 강문석 수석무역 회장이 강 회장에 반기를 들었다. 강신호-강문석 부자간 경영권 분쟁은 2004년부터 5년간 이어지며 진흙탕 싸움의 진수를 보여줬다.

<기타 기업들> 이외에도 재벌가의 경영 다툼은 많다. 종근당 일가는 1993년 별세한 고 이종근 창업주의 차명주식을 놓고 분쟁에 휘말렸다. 이 창업주의 가족들이 장남 이장한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이 창업주의 부인과 자녀들은 “이 창업주 사망 후 장남인 이장한 회장이 가족을 완전히 배제하고 종근당 등 관련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단독으로 경영권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맛살 명가’ 오양수산 일가도 고 김성수 회장이 2007년 타계한 뒤 상속지분 처분을 놓고 갈등이 시작됐다. 어머니와 가족들이 김 회장 소유 오양수산 지분을 경쟁사인 사조산업에 넘긴 데 장남 김명환 전 오양수산 부회장이 반발하면서 다툼이 벌어졌다.
대성그룹 일가인 고 김수근 창업주의 장남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과 차남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3남 김영훈 대구도시가스 회장 등도 김 창업주가 작고한 2001년 지분 다툼 이후 등을 돌려 아직까지 발길을 끊고 있다.
한라그룹 일가도 고 정인영 명예회장의 장·차남인 정몽국-몽원씨간 재산분쟁으로 벽을 쌓고 지내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