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의 ‘공간’을 빌려드립니다”

2009.07.28 09:53:11 호수 0호

공간 대여형 창업아이템 인기
‘먹거리’서 ‘만남’ 중심으로

직장인 M(25세·여)씨는 친구들이 커피전문점을 가자고 말할 때가 가장 밉다. 유명 커피전문점은 겉보기엔 화려해도 대화를 나누기엔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작은 테이블은 커피쟁반 두 개를 놓기에도 벅차고, 의자를 너무 붙여서 배치하다 보니 옆자리의 대화가 고스란히 들린다. 연애 얘기라도 할라치면 흥분한 친구들은 고함을 지르기 일쑤다. 그럼에도 커피전문점을 제외하면 친구들과 갈 곳이 마땅치 않는 게 고민이다.

소비자들에게 그들만의 공간을 대여해주는 사업이 늘고 있다. 룸형 창업아이템인 이들은 복잡하고 사람 많은 도심에서 조용히 쉴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
공간 대여업은 기존의 카페, 커피전문점 등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였다. 소비자들은 커피나 음료수를 마시는 목적보다 만남의 장소로 카페, 커피전문점 등을 찾았던 것. 하지만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먹거리 메뉴를 늘리는 데만 급급할 뿐 소비자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는 소홀했다. 멀티방, 커뮤니티카페, 룸 카페 등은 서비스보다 공간에 주력해 최근 주목을 끄는 아이템들이다.



스포츠 관람문화
공간소비 부추겨

삼보컴퓨터의 계열 브랜드인 ‘TG e-space’는 인터넷, 게임, 노래, DVD 감상 등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복합장비로 각각의 서비스를 PC방, 노래방, DVD방에 못지않은 최상급으로 제공하는 기술력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처럼 기술력이 필요한 서비스 제공은 가맹점 영업에서 1순위라기보다는 부수적인 요소다.

TG e-space에서는 다양한 기능을 접목한 데 대해 소비자들이 한 공간에 머물면서 다양한 오락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TG e-space 관계자는 “2002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문화 중 하나는 스포츠 등을 지인들과 함께 즐기는 관람문화”라며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독립된 공간을 찾는 이가 많아 사업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따라서 복합문화공간, 멀티방 등의 창업 아이템의 경우 기술적인 부분에 집착하기보다 쾌적하고 밝은 분위기로 쉴 수 있는 인테리어, 편의시설 등의 비중이 예전보다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임전용공간 ‘토즈’에서는 신세대뿐만 아니라 기업, 직장인 등 사회적인 모임의 경우에도 공간대여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모임의 집중도를 높이고 짧은 시간에 원하는 목적을 이루려는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토즈를 찾는다. 이곳에서는 직장인 소비자들을 위해 샌드위치, 커피 등의 간단한 식사부터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노트북 및 빔프로젝터, 인터넷 등의 장비도 지원하고 있다.

토즈 박형수 팀장은 “기업에도 분명 회의실이 있지만 잦은 업무전화, 상사의 호출 등으로 회의가 끊어지기 일쑤여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 외에도 대학생들의 동아리 모임, 스터디 그룹, 세미나, 교육행사 등을 찾는 이들이 토즈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회활동 모임의 경우 가장 큰 장점은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일정 기간 반복해서 창업자를 찾는 점이다. 또 단체고객 단위로 영업이 이뤄지고, 보통 사전예약을 받으므로 영업형태가 비슷한 카페, 커피전문점에 비해 업무량도 적고, 그만큼 접객에 필요한 직원 수도 적다.

기업ㆍ커뮤니티ㆍ대학 동아리
“모일 곳이 없다!”

토즈에 따르면 실제로 수에서 20%를 차지하는 기업, 교육, 사업설명회 고객은 매출에서는 40%를 책임지는 알짜배기들이다. 그 외 대학생 및 연인, 친구 등의 고객수는 30%에 매출도 30%를, 소모임 등의 커뮤니티 고객수는 50%를 차지하며 매출에서는 30%를 내고 있다.
이처럼 독립된 공간을 선호하는 신세대들에 대해 방 문화를 즐기는 한국인의 특징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18세에서 25세까지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룸형 카페, ‘카페루미’에서는 2~3인용과 4~5인용 방을 만들고 이곳에서 단순히 차, 디저트 등의 먹을거리만을 파는 것이 아닌 흥미진진한 이벤트를 제공해 여성 소비자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업체 측은 파티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는 데 반해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한 점에 착안해 브랜드를 출시했다고 한다.

카페루미에서는 1시간에 7000원 정액요금제를 시행하고 음료수는 소비자가 셀프로 이용하는 무한리필 방식이다. 기존 커피전문점은 소비자들이 2000원 안팎의 커피 한 잔을 시키고 몇 시간이고 시간을 보내 매장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어려움이었다. 또 아르바이트 인건비 부담도 컸지만 룸 카페에서는 음료수를 더 제공하는 대신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 셈이다.

이벤트 기획력
소비자 만족도 높인다

카페루미 황지영 과장은 “민들레영토에서 시작된 공간대여형 카페는 시간이 갈수록 그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시설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는 기획력을 갖춘 문화공간 여부가 브랜드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립된 공간을 대여하는 사업은 기존 카페, 커피전문점의 주 고객인 여성의 소비성향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여성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공간을 찾고 있는 것.
 
하지만 공간 대여업의 경우 단란주점 등의 유흥시설과 분위기와 시설에서 얼마나 차별화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여성 소비자들에게 폐쇄적인 것이 아닌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운영이 중요해 창업자들의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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