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OCI 파문’ 의문 <7>

2009.07.21 09:09:50 호수 0호

사주일가는 예고편…‘본게임 따로 있다!’

금감원, OCI일가 주식 불공정거래 검찰에 수사 통보
대규모 투자사업 교묘히 맞물려 집중매수 정황 포착


OCI그룹 사주 일가가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이수영 회장의 아들 등이 회사의 대규모 사업을 앞두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정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수사통보했다. 하지만 검찰이 움직이기 전부터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압설, 축소설, 로비설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것.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인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문과 의혹들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의문1>
[OCI는 어떤 회사?]



OCI는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됐다. 완전한 ‘그룹’형태를 띠고 있다는 얘기다. OCI는 1959년 동양화학공업으로 설립, 2001년 5월 제철화학을 인수·합병(M&A)하면서 동양제철화학으로 사명을 변경한 데 이어 지난 3월 다시 OCI로 사명을 교체했다.
회사 측은 “철강회사란 기존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화학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차원에서 사명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현재 불스원, 유니드, 유니온 등 18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무기화학, 석유·석탄화학, 정밀화학 분야를 비롯해 최근엔 태양광 발전산업의 핵심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을 미래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과탄산소다 생산량 세계 2위, 핏치·소다회 생산량 각각 세계 3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1197억원, 직원은 2200여 명이다.

OCI의 최대주주는 2004년부터 경제 5단체 중 하나인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수영 회장이다. 이 회장의 지분율은 12.46%이며, 이 회장 동생인 이복영 삼광유리공업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각각 6.33%, 6.43%를 보유하는 등 친인척 지분율이 모두 30%가 넘는다.

<의문2>
[수사 대상과 혐의?]

이 회장 일가가 받고 있는 혐의는 주식 불공정거래다. 이 회장의 아들 등이 회사의 대규모 사업을 앞두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정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수사통보’했다.

우선 이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OCI 총괄사업 부사장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2005년 OCI에 입사해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이 부사장은 2006∼2008년 태양광전지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수출 관련 공급계약을 발표하기 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 거액의 단기 시세차익을 챙긴(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2006년까지 주당 3∼4만원대에 머물던 OCI의 주가는 2007년 폴리실리콘 계약 시점부터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해 5월 44만원대로 10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수천억∼수조원대의 대규모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이 잇달아 체결되면서 주가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 것. 현재 OCI의 주가는 21만원대다.
이 부사장을 비롯해 이 회장의 자녀와 동생 등 일부 친인척들도 이 부사장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역시 폴리실리콘 사업 시기와 교묘히 맞물려 주식을 매수한 정황이 포착된 상황이다.

<의문3>
[집중 매입 시점?]

이 부사장의 주식 매집이 시작된 것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수차례에 걸쳐 계약 전후 집중 매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6월28일 OCI가 폴리실리콘 사업에 2500억원 투자 결정을 하기 두 달 전인 4월3일 이 부사장은 2790주를 장내매수했다. OCI는 예정대로 7월11일 2368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부사장은 또 2006년 12월27일∼28일 7000주를 사들였는데 2007년 2월1일 1146억원, 4월18일 1933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이 이뤄졌다. 이어 이 부사장은 2007년 4월23일 1195주를 장내매수한 데 이어 그해 11월13일∼21일까지 총 4105주를 사들였다.
이 회장의 아들 우정씨와 지현씨도 11월16일 각각 3515주, 1266주를 매수했다. OCI는 그로부터 보름 정도 지난 11월30일 3761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우정씨는 지난해 6월17일에도 280주를 장내매수했는데, OCI는 같은 달 24일 1조1400억원 상당의 폴리실리콘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곧바로 7월4일 2650억원, 7월8일 8332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7월10일 6713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 체결 공시가 나오기 하루 전인 9일과 당일(10일) 이틀에 걸쳐 3493주를 장내매수하기도 했다.

이씨는 잇단 주식 취득으로 지분율이 2005년 초 0.92%에서 현재 1.03%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회사 정보에 접근이 쉬운 특수관계인들이 호재성 소스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만 이들이 주식을 매도한 적이 없어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정황은 불분명하다. 여기에 OCI의 계약이 어느 한 시점에 몰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는 점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 판단도 쉽지 않다.

<의문4>
[이수영 회장 연루?]

일부 언론은 이 회장도 수사통보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마찬가지로 미공개 정보로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금감원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이 회장이 주식 불공정거래로 검찰 수사통보 대상에 포함됐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OCI그룹도 강력 부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14일 해명자료를 내고 “이 회장이 OCI 주식을 불공정 거래한 혐의로 금감원이 검찰에 수사통보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OCI는 “이 회장은 OCI 주식 거래와 관련해 금감원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고, 검찰에 수사 통보된 바도 없다”며 “부당한 음해에 대해 법적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다만 OCI 측은 이 부사장의 혐의에 대해선 “현재 확인 중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외압설, 축소설, 로비설…’
각종 의혹 정치권 비화 조짐


실제 2006∼2008년 이 회장 본인 명의의 주식거래가 거의 없을 뿐더러 의심을 살 만한 주식거래 내역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선 비록 이 회장이 직접 불공정 거래를 하진 않았어도 아들 등 친인척이 주식을 사들인 사실을 모를 리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 회장이 이번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도 사건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문5>
[또 다른 연루자?]

금감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 회장 일가와 함께 5∼6명에서 많게는 10여 명 안팎의 인사들을 검찰에 수사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역시 혐의는 불공정거래다. 그 대상엔 중앙 유력언론사 대표 김모씨, 김모 OCI 전 감사 등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씨는 2008년 1월25일 OCI의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 OCI의 주가는 20여 만원에 불과했다. OCI는 1주일 뒤인 1월31일 2306억원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4월 말까지 독일·일본·중국·대만·스페인의 11개 업체에 2조8884억원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이런 호재로 2008년 5월 중순 OCI의 주식은 40여 만원으로 급등했다. 4개월 만에 주가가 2배 이상 뛴 셈이다. 김씨는 일정기간이 지난 뒤 주식을 되팔아 수십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감사는 김씨에게 정보를 건넨 ‘브로커’ 역할을 한 인물로 추정된다. 그는 김씨와 먼 친인척 관계로 지난해 3월 OCI 감사에서 퇴임했다. 증권가에선 MB정부 핵심 인사의 자녀도 불공정거래에 연루됐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와 금감원 등은 이와 관련 일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의문6>
[외압·로비설 실체?]

OCI 주식 불공정거래 사건을 두고 금융권에선 여러 가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검찰에 수사통보했다. 금감원은 연초부터 주식 불공정거래 조사를 담당하는 자본시장 조사2국을 중심으로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OCI 불공정거래 의혹을 집중 조사해 왔다.
하지만 금감원은 당초 ‘검찰고발’로 분류해 안건을 올렸으나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수사통보로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통보는 검찰고발보다 한 단계 낮은 조치로, 정상참작 여지가 있거나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하고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을 때 내리는 결정이다.

금감원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과정에서 그 수위가 낮아진 배경에 ‘뭔가 있다’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외압으로 인한 축소 의혹과 구명 로비 의혹 등이 불거진 것.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정치권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여권 실세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불공정거래 조사를 담당한 금감원 간부 등을 상대로 외압설과 로비설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사건뿐만 아니라 각종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며 “검찰 고발에서 통보로 바뀐 과정에 특정인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작용했다면 구명 로비가 있었는지 등을 캐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2001년부터 OCI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어 외압·로비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민주당은 천 회장과 주변인들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다.

<의문7>
[검찰 수사 나설까?]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OCI 주식 불공정거래 사건에 각종 의혹이 따라붙은 만큼 수사 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으로부터 사건 파일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금융조세조사1부에 배당했다. 금융조세조사1부는 8월 초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국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중대 범죄로 규정해 엄격하게 단속·처벌하고 있다. 혐의가 입증되면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먼저 내사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 검찰고발은 검찰이 반드시 수사에 착수해야 하지만 수사통보는 검찰이 일단 내사를 진행한 후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수사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수사통보의 경우 내사 뒤 사건이 종결되는 사례가 많다. 금감원이 그동안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수사통보한 사건이 무혐의 처리된 적도 적지 않다. 더욱이 시세차익 혐의는 분명한 물증이 없으면 입증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낙마 여파로 검찰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점 또한 수사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결국 범죄 사실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증거와 검찰의 수사 의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 OCI그룹 사주 일가와 연루자들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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