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들의 여름휴가 엿보기

2009.07.14 11:25:41 호수 0호

나만의 방식대로 경영구상 몰두한다



“내 사전에 휴가란 없다”…김승연 조양호 박용현
휴가는 가족과 함께 보내야…허창수 강덕수 최태원

대기업 총수들은 과연 어떤 여름휴가를 보낼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림 같은 해외휴양지에서의 한가로운 여름밤을 보내지는 않을까.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각 그룹들이 휴가시즌을 맞이하자 자연스레 수장들의 여름휴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룹의 1인자인 만큼 뭔가 특별한 계획이 있을 것이란 동경에서다. 돈 걱정도 없고 시간 걱정도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올여름 피서 계획은 어떤지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본격적인 휴가시즌을 앞두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그룹 내 고위 임원부터 신입들까지 전 직원들이 휴가 계획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자연스레 지난 1년간 수장으로서 회사를 이끌어 온 그룹 총수들의 휴가 계획도 궁금해진다. 특별한 사람인 만큼 특별한 휴가를 보낼 것이란 기대감 탓이다.

하지만 정작 총수들에게 멋진 휴양지에서 보내는 특별한 휴가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예 휴가 갈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행여 짬이 생기더라도 출장을 휴가 대용으로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할 일이 태산인데
피서는 무슨…

실제 상당수의 재벌 총수들이 올여름 휴가계획을 ‘별도로’ 세워 놓지 않고 않다. 대부분 휴가를 포기하고 하반기 경영구상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미국발 국제금융위기의 여파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까닭이다.

수년째 휴가와 담을 쌓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도 별다른 휴가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올여름 휴가를 반납하는 대신 대우조선해양 이행보증금 소송에 매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한화석유화학 등 한화컨소시엄이 산업은행과 캠코를 상대로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해 관련 사항을 점검하는 데 ‘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휴가를 가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7~8월에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여름 성수기를 맞아 특별수송체제에 들어가는 관계로 경영에 빈틈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역시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국내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에 대해 생각을 가다듬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매년 휴가 때마다 모친이 있는 전남 광주를 찾았지만 올해 계획은 불투명한 상태다. 그룹 유동성 확보를 위한 시한이 7월말까지 1개월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유동성 확보 방안 마련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총수들 중에서 가장 바쁜 여름을 보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휴가계획이 없는 것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지금까지 특별히 휴가를 내어 쉬어 본 기억이 없다.

올여름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과거처럼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구상에 매진하다 신입사원 연수에 참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현대·기아차 신입사원 하계수련회에 참석해 ‘현장경영자’로서의 위상을 뽐냈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움직임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삼성 내 그의 입지는 여전히 굳건하다는 평가다. 이 전 회장은 사퇴하고 맞는 첫해지만 아직 별다른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직시절에도 이 전 회장에게 있어 휴가란 평소 스타일대로 집에서 보내는 게 고작이다.

현장경영을 통한 해외출장길로 대신하기도 했지만 별도로 계획을 세워 즐기진 않는다. 자신의 사생활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탓이다. 삼성 본관에 위치한 사무실에 출근한 적이 거의 없는 것도 이 같은 까닭이다.

가족과 휴식하며
하반기 도약 구상

따라서 이 전 회장은 집에서 휴식을 통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역시 아직 특별한 휴가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대기업 총수들이 휴가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7월말~8월초 국내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하반기 경영 구상을 할 계획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예년처럼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고 휴가 기간 일부는 출장에 사용하면서 해외 사업장을 챙길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영환경이 급변한 점을 고려해 가족과 함께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위기극복과 하반기 경영 구상에 초점을 두고 여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대개 주말과 휴일을 포함해 1주일 정도의 휴식과 재충전 기간을 가져왔다.



“별장 부럽지 않은 내 집이 최고”…‘방콕파’ 구본무
틈틈이 찾는 ‘아지트’ 있다…정몽구 신격호 김준기


별장 못지않은 자택을 자신의 ‘아지트’로 삼아 휴가를 보내는 총수도 있다. 소위 ‘방콕파’로 불리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다.

구 회장은 매년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휴가를 보냈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5~7일간 쉬면서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LG그룹 계열사들이 실적 면에서 선방했지만 하반기 경제 상황이 불투명한 만큼 느긋하게 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휴가기간 중 구상한 내용은 8월 혹은 9월쯤 경영지침 발표를 통해 실천에 옮겨지는 게 그간의 관행이다.

대부분의 총수들이 매년 휴가를 떠날 엄두도 못내는 게 현실이다 보니 틈틈이 자신만의 ‘아지트’를 찾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이들도 있다.

여름휴가를 따로 챙기지 않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대신 여유 있을 때마다 경기도 광주의 퇴촌 별장을 찾는다. 별장이라곤 하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깨끗한 농가 수준이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전언이다.

휴가 대신 틈틈이
‘비밀아지트’ 찾기도

퇴촌 별장엔 소나무가 많고 꽃과 새를 키울 수 있는 온실도 있다. 정 회장은 출장이 없는 주말이면 퇴촌으로 가 혼자서 몇 시간이고 산책을 하며 경영 구상을 한다. 정 회장은 비자금 사건 이후 부쩍 이곳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주로 찾는 아지트는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롯데별장’이다. 신 회장은 롯데별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연말연시와 명절 때 항상 이 별장에서 고향 인사들과 만나 담소를 나눈다. 매년 이곳에서 ‘귀향 잔치’를 베푸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별장 인근엔 신 회장의 생가도 잘 보존돼 있다. 그 주변엔 문수산이 있어 풍경이 일품이며 별장 옆 넓은 잔디와 호수는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정도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한가할 때면 고향인 강원도 동해시를 찾아 사업구상을 하곤 한다. 김 회장은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에 있는 어머니 고 김숙자씨의 묘소 옆에도 별장을 지어놓고 수시로 다녀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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