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률 잡은’ 알앤엘바이오 실체

2013.08.19 13:15:32 호수 0호

더러운 돈 때문에…덫에 걸려 황천길

[일요시사=경제1팀] 김종률 전 민주당 의원의 투신자살로 줄기세포 기업 ‘알앤엘바이오’가 도마에 올랐다. 올해 5월 상장폐지에 이른 알앤엘바이오는 그간 라정찬 회장의 온갖 비리와 성추문 등으로 일찌감치 문제기업으로 낙인찍혀온 곳이다. 라 회장과 김 전 의원은 30년 지기 ‘절친’이다.





김종률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1년 1월 알앤엘바이오 측이 부실회계 무마를 위한 로비용으로 조성한 5억원을 중간에 가로챈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김 전 의원은 금품전달 역할을 맡았지만, 이를 금융감독원 간부에게 전달하지 않고 배달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조사를 받은 이튿날. 김 전 의원은 한강에 몸을 던졌고 지난 13일 오후께 시신이 발견됐다.

‘비리집합소’

김 전 의원 투신사건 배후에는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개발업체인 ‘알앤엘바이오’가 있다. 2011년 당시 김 전 의원은 이 회사 고문으로 일했다.

지난 2001년 설립돼 줄기세포 치료 분야의 새 장을 열었던 것으로 평가받아온 알앤엘바이오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메디포스트, 차바이오앤과 함께 줄기세포 분야의 3대기업으로 꼽혀왔다. 2009년 코스피 시장에서 주가가 1000% 이상 급등했는가 하면, 우량주들로 구성된 코스피 200지수에 포함된 종목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그러나 줄기세포 치료제의 불법 해외 원정시술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매달 500명에 이르는 한국인들이 아직 안전성이 밝혀지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을 일본에서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앤엘바이오는 국내에서 약사법에 의해 허가를 아직 받지 못한 것은 안전성 때문이 아니라 유효성에 대한 확증시험도 해야 되는 규정 때문이라고 일축했으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안전성과 관련해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커졌다.

알앤엘바이오는 당시 160억원대 줄기세포를 해외로 밀반출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과 세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미국에 설립한 협력업체와 위장거래를 통해 거액의 ‘매출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알앤엘바이오는 2008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860회에 걸쳐 모두 155억원 상당의 줄기세포 및 기초세포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중국과 일본 병원에 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앤엘바이오는 이 세포들을 직원들이 직접 휴대하거나 환자명의 기탁화물로 위장해 해외로 반출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사실 확인 후 법적 검토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올 1월 알앤엘바이오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또 3월에는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알앤엘삼미와 합병공시를 발표한 뒤 무려 20차례가 넘도록 합병연기 정정공시를 거듭하다 결국 합병을 취소한 이유다.

이후 ‘자본금의 100분의 50이상 잠식’(66.7%) 사실이 공시되면서 거래소로부터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라 회장은 꾸준히 증자와 자사주 매각을 실시하며 주식을 현금화해 개인주주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결국 지난 4월 알앤엘바이오의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상장폐지 사유는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5억 배달 혐의…조사 받고 한강서 투신
먹튀·성희롱 ‘낙인’오너와 30년 절친

삼일회계법인은 감사이유 거절의 이유로 ▲회사의 중요한 자금거래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를 수행하지 못했고 ▲관계기업과 종속기업에 대한 투자의 적정성을 확보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주된 영업활동인 줄기세포의 추출·배양 등 행위가 적법한지 중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은 지난 6월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서영민 부장검사)는 이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팔아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라 회장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라 회장은 지난 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미공개 회사 정보를 이용해 주식 약 473만주를 팔아 50억여원을 현금화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라 회장은 또 2008년 3월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회사 자금 60억원을 영업자금 대여 명목으로 이체했다. 라 회장은 이 돈을 외국인이 거래하는 것처럼 꾸며 알앤엘바이오 주식을 사들이고 나서 주가가 오르자 이런 차명 보유 주식을 처분해 5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혐의도 받았다.

라 회장은 또 처조카를 성추행해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2010년 4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처조카 A씨를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라 회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한때 ‘신화’로 추앙받던 라 회장은 사면초가에 빠졌고, 그의 30년지기 ‘절친’인 김 전 의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무리했다. 

김 전 의원은 라 회장의 충북 청주 신흥고등학교 1년 선배로, 두 사람은 오랜 기간 동안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라 회장이 서울대 수의학과 김 전 의원이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문이자 대학교 동문이다.

두 사람이 활동한 지역도 비슷했다. 라 회장의 고향은 충북 청원군, 김 전 의원은 충북 음성군이다. 김 전 의원의 지역구 역시 충북 음성·진천·괴산·증평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진상조사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면서 ‘MB 저격수’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9월 단국대 이전사업과 관련해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형을 받아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전 의원은 이미 변호사 등록도 취소된 상태여서 2010년 7월 가석방 이후에도 별다른 수입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몰락한 수재들

2010년 말 라 회장이 어려운 처지의 김 전 의원에게 회사의 고문 자리를 제안했고, 김 전 의원은 지난 1월까지 알앤엘바이오 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질기고 모진 인연은 지난 2011년 1월 27일 파탄을 예고했다. 그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 ‘돈’ 문제였다. 라 회장이 알앤엘바이오 부실회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간부에게 5억 원의 뇌물을 전달할 인물로 김 전 의원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