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전두환 대반격 로드맵

2013.08.13 10:02:57 호수 0호

수세 몰리자 최후의 발악

[일요시사=사회팀] 검찰이 전두환 일가의 수상한 재산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여전히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오히려 정면승부를 거는 모양새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기록 열람을 요구했고 원래 재산이 많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공격도 시작했다. 최후의 발악인 걸까. 전 전 대통령의 반격 전략은 뭘까.



전두환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정주교 변호사는 지난 5일 과거 뇌물수수 사건의 수사기록 일체를 열람하게 해달라고 전 전 대통령 명의로 열람 신청을 냈다. 이에 앞서 정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현대·삼성 등의 총수들에게 돈을 받았지만 이를 민정당 운영비나 대선자금 등 정치 활동비로 썼고, 남은 자금은 수사를 받은 뒤 검찰에 냈다"고 주장했다.



"수사 잘못됐다"

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기간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220억원,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에게서 220억원,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게서 150억원 등 모두 2205억원의 뇌물을 받았고 재판에서 전액 추징 선고를 받았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수사 기록을 열람한 뒤 이를 분석해 '기업들에서 받았던 돈을 다 써버렸거나 추징금으로 냈고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는 주장의 근거를 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 기록을 공개하지 않으면 전 전 대통령 측에서 당시 수사가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일 전 전 대통령을 17년간 보좌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지난 6일 A4용지 7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원래 재산이 많았다"며 "불법 정치자금이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추징할 돈도 없다"고 반박했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민 전 비서관이 발표한 7장 분량의 보도자료에는 연희동 측 입장이 적극 반영되어 있다.


일단 비자금과 전두환 일가 재산을 분리시켰다. 먼저 전 전 대통령의 재산 가운데 경기도 오산의 29만여 평 땅과 성남시 하산운동의 딸, 장남 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 사옥이 들어선 서초동 땅 모두 전 전 대통령의 장인 이규동씨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땅의 재산가치는 70년대 이후 도시개발 등으로 크게 불어났지만 취득 당시에는 별 볼일 없는 땅이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최근 검찰에 의해 압수된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 명의의 연금보험은 이규동씨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며 불법 재산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또한 1983년 공직자 재산등록 때 전 전 대통령 내외가 각각 20억원과 40억원의 재산을 신고했고 이는 지금의 자산 가치로 따지면 최소 수백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이전 재산을 형성했다는 증빙서류가 첨부돼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검찰 전방위 압박에 수사기록 열람 신청
'3억 수수께끼' 박근혜 대통령 직접 겨냥

다만 전두환 일가의 재산관리인으로 지목된 처남 이창석씨와 자녀들의 재산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자금은닉 여부가 조만간 판명될 것"이라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민 전 비서관이 전두환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한 것은 검찰의 수사 전환을 의식해 전두환 일가의 재산이 불법 자금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 전 비서관은 10·26 직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된 6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전달상황도 공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10·26 직후 합동수사본부는 김계원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방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금고를 발견했는데 이 안에는 9억5000만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이 있었다.

민 전 비서관은 "권숙정 비서실장 보좌관이 '이 돈은 정부의 공금이 아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자금'이라고 진술해 합동수사본부는 일절 손대지 않고 유가족에게 전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후 박 대통령이 ‘10·26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달라’는 부탁과 함께 전두환 당시 합수본부장에게 수사비에 보태 쓰도록 3억5000만원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돈 일부를 돌려준 사실이 없다"고 밝힌 상태. 지난 2007년 7월 대선후보 검증청문회에서 "9억원을 지원받아 3억원을 돌려줬느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9억원이 아니라 6억원을 받았고 3억원을 수사 격려금으로 돌려준 게 없다"고 답변했다.

박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의 심부름을 왔다는 분이 만나자고 해 청와대 비서실로 갔다"며 "(그 분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생계비로 쓰시라'고 해 감사하게 받고 나왔다"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공과 사를 엄격히 가리는 것은 전 전 대통령이 평생을 지켜온 생활 수칙"이라고 강조하면서 "전 전 대통령은 군이나 대통령 재임 시절 부하에게 격려금을 줄 때 용처를 분명히 가려서 줬다. 공적인 용도로 마련한 정치자금을 자녀들에게 빼돌렸다는 의심은 전 전 대통령을 잘 모르고 하는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정면승부?

민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사 전환으로 맞설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은 김양수 부부장검사와 국세청 인력 등을 투입해 45명으로 늘었으며 수사 전환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측 주장만 듣고는 사실관계를 알 수 없다"며 "전두환 일가 재산에 불법 자금이 유입되지 않았는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 따져본 뒤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간간이 기억력과 집중력이 감퇴한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사리 판단은 분명하고 일상생활도 정상적"이라고 전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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