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정권 2인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2013.08.12 10:03:05 호수 0호

저번엔 ‘왕차관’이번엔 ‘왕실장’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 대통령이 허태열 비서실장을 경질하고 공안검사 출신인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새 실장에 기용했다. 과거 ‘7인회’의 ‘올드보이’가 청와대로 귀환한 것이다. 야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평이 엇갈려 ‘불통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 인사개편을 전격 단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비서실장의 임명은 여러 비판이 나올 걸 감수하고 박 대통령이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김 비서실장은 청와대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등과의 인연을 중시하는 인사 스타일을 갖고 있다. 김 실장은 박정희정부 때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과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높이 평가하는 법조인 출신이기도 하다.

원조 친박의 귀환
내부 결속 다진다

지난 7일 교통방송에 출연한 박찬종 변호사는 김 비서실장을 두고 “아주 상관에 대해서 빈틈없이 깔끔하게 마음에 들도록 일을 대단히 잘 하는 사람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김기춘 실장을 임명해 놓으면 아마 굉장히 안심을 할 사람이다. 그러니까 김기춘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아버지와 자신에 이어서 부녀 2대로 충성하고 그렇게 일을 잘 해 줄 것이다(라고 기대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김 비서실장의 발탁 배경에는 허태열 전임 실장이 ‘비서’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반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은 정무 감각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며 “대통령의 뜻을 잘 파악하고 일머리를 잘 찾아 성과를 낼 수 있는 조건 두 가지를 모두 총족한다”며 “일을 꼼꼼히 해 주도적으로 챙기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 즉 임기 첫해 하반기 수석들을 독려하고 장악해 성과를 낼 군기반장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김 비서실장의 한 지인은 “김 실장이 실력 없는 사람, 얼렁뚱땅 넘어가는 사람을 아주 싫어해 대통령비서실이 ‘악 소리’가 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로켓으로 말하자면(박근혜 정부가) 2단계 추진이 됐는데 그만큼 안정감과 속도감을 내는 강력한 추진로켓이 돼달라”며 환영의 제스처를 취했다. 또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정치권 대선배시고, 많은 훌륭한 경륜을 갖춘 김기춘 실장님이 비서실장 된 것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이번 인선을 두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의견이 쟁쟁하다. 새누리당 이상돈 전 비상대책위원은 “썩 좋은 구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무엇보다도 비서실장이 총리 위에 군림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난 6일 한 언론은 실제로 김기춘 실장와 정홍원 총리간의 지난 수십년 관계는 철저히 ‘수직적’이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철통보안 박근혜식 ‘깜짝인사’단행
총리보다 센 청와대 실세로 자리잡나

김 실장은 검사 재직시절부터 자신보다 다섯살 아래인 정 총리와 친했다. 게다가 두사람은 경남중 동문이다. 정 총리는 경남중학교를 졸업한 뒤 가정형편이 안 좋아 진주사범학교에 진학했다. 1987년 김 실장이 법무연수원장으로 있을 때 정 총리는 법무연수원 기획과장으로 손발을 맞췄다. 이런 인연이 계기가 돼 김 실장이 정 총리를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추천했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기꺼이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에게 정 총리를 현 정부 초대 총리로 추천한 사람도 김 실장이란 소문이다.

이쯤 되면 김 비서실장은 단순한 비서직을 넘어선 ‘2인자’로 군림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 사전에 ‘2인자’란 단어는 없다”는 말로 우려를 일축했다.

철통보안 속에 이뤄진 ‘깜짝인사’에 야당은 아연실색했다. 민주당은 한 목소리로 김 비서실장을 인선한 데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김 비서실장 선임 직후 브리핑을 갖고 “과거에 많은 공작정치를 한 사람으로서 엄중한 정국 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1972년 검사 시절 유신헌법을 초안한 인물로 국회의원 시절에는 한나라당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고, 92년에는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을 조장했던 유명한 초원복집 사건도 주도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내부 효과는 뛰어나겠지만, 외부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장은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기춘 실장 기용에 대해 “총리 인사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경륜을 갖춘 분이기 때문에 내부를 단속하는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미 정계를 은퇴한 지 제법 오래인 분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또 야당에서 굉장히 껄끄럽게 생각하는 몇 가지 부분에 다 연루돼 있는 분이라 외부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촌평했다.

올드보이의 부상
실세로 떠오르나

1939년 경상남도 거제에서 태어난 김 비서실장은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해 60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광주, 부산, 서울지검 등에서 검사로 근무했으며 법무부장관까지 지냈다. 그리고 92년 12월 11일, 부산 지역 기관장들을 모아 지역감정을 조장해 여당 후보를 지원하는 내용을 의논했던 ‘초원복집 사건’으로 기소됐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92년 대선을 앞둔 12월 부산 ‘초원복집’에서 김기춘 당시 전 법무부 장관과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박일용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규삼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우명수 부산직할시 교육감, 정경식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장 등이 모여서 민주자유당 후보였던 김영삼을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 감정을 부추기고,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김대중 민주당 후보 등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키자는 등 관권 선거와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 이 내용이 정주영을 후보로 낸 통일국민당 관계자들에 의해 도청돼 언론에 폭로됐다. 이 비밀회동에서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돼”와 같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이 나왔다.

정수장학생 출신…박정희부터 대이은 인연
친박 원로그룹 ‘7인회’멤버로 당선 공신

하지만 김영삼 후보 측은 이 사건을 음모라고 규정했고, 주류 언론은 관권선거의 부도덕성보다 주거침입에 의한 도청의 비열함을 더 부각시켜 사건의 본질을 호도했다. 이 때문에 통일국민당은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김영삼 후보에 대한 영남 지지층이 결집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여세를 몰아 김영삼 후보는 1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 비서실장은 오히려 이 사건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승승장구했다. 이후 김기춘법률사무소를 개소하여 변호사로 활동했다. ‘초원복집 사건’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낙선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15대, 16대,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리 3선을 하여 12년간 국회의원직을 수행했다.

공안정치 신호탄
과거로 회귀하나

이에 앞서 김 비서실장은 72년,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실무적으로 참여해 유신헌법 해설서 집필에도 참여했다. 초안에는 비상조치권 등이 포함됐고 이는 유신헌법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한 핵심 조항인 긴급조치권으로 현실화됐다. 지난 3월 유신헌법에 기반한 긴급조치 1, 2, 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적극 관여했다는 점도 야권이 반발하는 대목이다. 김 비서실장은 2004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러한 김 비서실장의 과거 행적을 두고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초원복집 사건이라는 것은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측면도 있고 또 부적절한 논의가 오고간 것은 사실인데 아시다시피 불법도청이 됐다”며 “그런데 그게 밝혀지고 나서 실제로 뭘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그런데 그 이후로 이분이 국회의원에 세 번 당선되고 그래서 어떤 정치적인 책임은 같이 졌다고 본다”며 “그때 그런 기조를 가지고 정치나 정책을 하지 않겠냐고 보는 것은 기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과 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안검사로서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냈다. 김 비서실장은 박정희정권 말기에 청와대 비서관도 지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김 비서실장을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으로, 2007년에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캠프의 법률지원단장으로 각각 중용했다.

사실 박 대통령과 김 비서실장 사이에는 ‘정수장학회’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1962년 설립된 정수장학회에는 ‘정수 가족’으로 묶이는 두 개의 조직이 있다. 하나는 현재 장학금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임인 ‘청오회’고, 다른 하나는 졸업생들의 모임인 ‘상청회’다. 청오회 회원이 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상청회 회원이 된다. 김 비서실장은 이 상청회 회장을 지냈다. 그리고 지난 6월 중순부터는 재단법인 ‘박정희대통령 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을 맡아왔다.


지역감정 부추긴 ‘초원복집사건’당사자
야당 “공작정치 주도한 시대착오적 인사”

또한 친박 원로그룹 ‘7인회’의 멤버로 박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7인회에는 강창희 국회의장,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이 있다. 이번 김 비서실장의 등장으로 7인회는 막후 실력자에서 명실상부한 현 정부 최고의 실세로 전면에 나서게 됐다. 정치 2선으로 물러났던 7인회 멤버들이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다시 부활해 정치 전면에 재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인사개편에 몇몇 시민단체들은 “잘못된 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초원복집 사건 김기춘씨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을 취소하라’는 성명을 내고 청와대를 질타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김기춘 실장에 대해 “1974년부터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며 민주주의를 파괴한 1972년 유신헌법 초안 마련을 주도한 인물”이라며 “청산해야 할 과거의 주역을 되살리는 이번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논평을 통해 “이런 인사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번 청와대 수석비서진 부분교체는 취임 후 줄곧 지적되어 왔던 인사실패를 자인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실패가 취임 후 6개월의 국정운영 실패로 귀결되면서 박 대통령이 현재 시스템으로 국정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 이번 인사”라고 주장했다.

김 비서실장은 과거 발언으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04년 경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김 비서실장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에 대한 질의도중 “몸을 파는 여성은 생존을 위해 하고 있는 것인데도 국가가 이들을 구제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단속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허언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03년 국회의원 시절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그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노무현정부를 ‘친북·좌파 정권’으로 규정하며 노골적으로 색깔론을 펼쳤다. 김 비서실장은 “노 정권은 공산당이 합법화돼야 민주주의가 완성된다고 하고, 이적단체 한총련을 격려하고, 인공기 훼손했다고 북측에 사죄하고, 소위 인민민주주의 친북 활동한 자들을 민주 인사로 둔갑시키려고 한다. 친북적이고 좌파적인 정권”이라며 “노 대통령은 구차하게 재신임에 매달리지 말고 즉각 하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김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 혐오증’을 드러내왔다. 06년에는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노 전 대통령을 ‘사이코’로 규정했다. 노 전 대통령이 고건 전 국무총리 인사 기용 실패와 예비역 장성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시민사회도 가세해
“잘못된 인사” 비판

김 비서실장의 인권 의식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검찰총장 시절인 1989년, 김 비서실장은 당시 한 기자간담회에서 “더 많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등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권에 대해 일시적 제한·금지가 필요하며 이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과 변호사들은 검찰의 발상을 “시대착오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구속된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으로서 어떤 이유로도 이를 제한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고 항의하는 공한을 김 실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김기춘 비서실장은?

▲경남 거제(74세)

▲경남고, 서울대 법대 졸업

▲대구고검장

▲법무연수원장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15·16·17대 국회의원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

▲새누리당 상임고문

 

<기사 속 기사>

김기춘 발탁에…
100조 한일해저터널 주목 왜?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박근혜정부의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며 100조원에 달하는 한일해저터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신임 비서실장은 오래전부터 한일터널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찬성론자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의 해저터널 추진 등을 고려할 때 한일해저터널이 국책사업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부터 한일터널포럼의 한국 대표를 맡아 한일터널의 필요성을 국내외에 알려왔다. 한일터널포럼은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지지하는 한국과 일본의 인사들로 구성된 단체다. 2009년 결성 이후 양국의 경제협력과 평화를 위해 부산과 일본의 대마도, 후쿠오카를 잇는 300㎞ 규모의 해저터널을 건설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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