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재벌그룹 ‘숨은 실세’ 7인방 실체

2009.07.07 09:27:23 호수 0호

황태자 그림자 속 잠룡들 “용틀임 시작했다”



경영승계 임박·마무리 수순…‘젊은 피’ 대거 수혈
미래 총수와 손발 맞출 ‘뉴에이스 뉴페이스’ 관심

재벌그룹마다 후계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황태자’들을 보좌할 ‘新실세’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1세대 총수들과 그룹 간판인 ‘왕의 남자’들이 속속 퇴진한 상황. 그만큼 경영승계 과정에서 ‘숨은 그림자’들의 역할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경영 능력은 물론 전진 배치를 앞둔 후계자들과 앞으로 손발을 맞출 ‘뉴 에이스, 뉴 페이스’들은 누구일까. 멀지 않은 미래, 재계를 쥐락펴락할 재벌그룹의 ‘숨은 실세’들을 꼽아봤다.



‘이학수(삼성), 김쌍수(LG), 김동진(현대차), 손길승(SK), 김연배(한화)….’

재벌그룹 총수들의 ‘가신’들이다. 불과 얼마 전까진 그랬다.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내외 악재와 급변하는 경제 환경 등이 맞물리면서 그룹 전면에 나섰던 재계의 ‘별’들이 대거 퇴진한 상태다.

세대교체 분위기는 지난해 말에서 올 초까지 이어진 각 그룹의 인사에서 두드러졌다. 노장이 물러난 자리에 ‘젊은 피’들이 수혈된 것. 전체적인 인사 화두가 ‘변화’일 만큼 물갈이가 거셌다.

특히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수순이거나 임박한 그룹일수록 ‘선수 교체’의 폭이 더욱 도드라졌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지분 정리 등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사전정지 작업이 한창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그룹에서 ‘뉴 페이스’들이 등용됐다는 얘기다.

1세대 별들 퇴진
대부분 세대교체


재계 한 관계자는 “큰 기업을 끌고 나가려면 소위 ‘그림자’로 불리며 충성심이 강한 심복이 한두 명쯤은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들은 때론 ‘총알받이’로 여론의 뭇매에서 오너를 보호해야 하지만 평상시엔 경영전반을 쥐락펴락하는 등 그룹 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4월 ‘특검 파고’에 걸려 이건희 전 회장과 함께 20년 이상 삼성일가의 절대적 신임을 받아온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 부회장(현 고문) 등 핵심 라인들이 그룹 컨트롤타워에서 내려왔다. 이어 세대교체론이 강하게 불어 닥치면서 윤종용, 이기태 전 부회장과 김인주, 황창규 전 사장 등 간판 인사들이 줄줄이 올 초 인사 태풍 때 휩쓸렸다.

삼성그룹은 새 사령탑으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내세웠지만 ‘포스트 이건희’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룹으로선 멀지 않은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 10여 년간 지속돼 온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이 마침표를 찍었고 이 전무도 서서히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전진 배치를 앞둔 이 전무와 손발이 맞는 인사가 조만간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자연스레 이 전무와 궁합이 맞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진다. 일단 외면상으론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 배호원 삼성정밀화학 사장,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 이인용 삼성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 등이 ‘이재용 사람들’로 꼽힌다.

이 중 최지성 사장이 이 전무와 관계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이 전무의 ‘과외선생님’으로 불리며 후견인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최근엔 이 전무와 해외 출장길에 자주 동행하는 등 간격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재용 승계 프로젝트’에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은 따로 있다. 바로 최주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이다. 최 사장도 이 전무의 측근 중 측근으로 분류되지만 무엇보다 그가 맡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이 전무가 ‘삼성 옥새’를 물려받기 위해선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 장악이 필수란 결론이다.

지난 1월 삼성에버랜드 사장으로 발탁된 최 사장은 전략기획실 감사팀장 출신으로 자금, 경영관리, 경영진단 등 업무를 두루 거친 ‘재무·전략통’이다. 최 사장이 삼성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긴 배경도 그룹 전체의 살림을 챙기면서 이 전 회장의 신뢰를 받은 결과로 관측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옆에 늘 이학수가 존재하듯 이재용 전무 곁에도 후견인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들이 있다”며 “이 전무가 경영권을 승계할 때까지 당분간 과도기체제로 운영되다가 ‘왕의 귀환’에 맞춰 새로운 실세의 출현도 점쳐진다”고 전망했다.

삼성그룹에 삼성에버랜드가 있다면 현대·기아차그룹엔 글로비스가 있다. 정몽구 회장과 그의 외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2001년 100% 지분을 출자해 만든 글로비스도 편법상속 논란이 불거져 2006년 정 회장이 구속되는 등 고초를 치렀지만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중요한 위치는 변함이 없다.


현대·기아차그룹은 ‘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를 띠고 있다. 정 사장은 글로비스 지분 31.8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으며 정 회장이 24.36%로 2대주주다.

현대차 지분이 없는 정 사장으로선 글로비스 장악이 경영권 승계의 기반인 셈이다. 2007년 정 회장 부자는 글로비스 주식 전량을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인사가 만사다”
승진 속도에 정답

이런 와중에 최근 현대·기아차그룹의 인사이동은 눈 여볼 만하다. 현대가의 ‘가신’ 김경배 전무가 글로비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 김 부사장은 이달 중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글로비스 대표이사에 오를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현대정공에 입사한 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고 정주영 창업주의 수행비서를 맡았다.

이후 현대정공 미국 현지법인 차장, 글로비스 북미법인 최고재무담당자(CFO), 현대모비스 경영지원담당 이사 등을 거쳐 2007년 8월 정 회장의 비서실장(상무)에 임명돼 현대가 오너 2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그림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4월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이번에 부사장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됐다.

올해 45세인 김 부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경우 주요 그룹 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최연소로 기록된다. 재계에선 그의 글로비스행이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부사장이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대물림을 위한 모종의 임무를 맡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더욱이 정 회장이 수시로 단행한 ‘럭비공 인사’로 1세대 경영진들이 대부분 물러난 상황에서 김 부사장이 교통정리만 잘 끝내주면 ‘주전은 따 놓은 당상’이란 섣부른 전망도 있다. 그룹 측은 이번 인사와 경영권 승계의 연관성에 대해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경영권 승계는 아직 시기가 아니다”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LG그룹은 승계 신호탄을 쏠 준비로 분주하다. 구본무 회장이 2004년 양자로 들인 구광모 LG전자 과장(구 회장의 첫째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 주인공이다.


구 과장은 오는 8월 미국 스탠퍼드대학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으로 본격적인 ‘내공 쌓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 과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LG 지분 4.67%를 확보해 구 회장(10.60%), 구본준 LG상사 부회장(구 회장의 셋째 동생·7.58%), 구본능 회장(5.01%)에 이어 4대주주에 올라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상태다.

그러나 올해 31세인 구 과장이 매출 100조원의 LG그룹을 이끌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10∼20년 이상 경영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누가 구 과장의 ‘경영 스승’을 맡느냐가 관건이다. 현재로선 그룹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LG 2인자’ 강유식 ㈜LG 부회장이 유력하지만 ‘일정 부분’에 그치거나 ‘당분간’일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신 지난해 말 인사에서 ㈜LG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파격 선임된 조준호 ㈜LG 부사장이 ‘구광모 체제’의 적임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룹 최초로 40대에 대표이사 타이틀을 거머쥔 조 부사장은 강유식, 남용 부회장 등 LG그룹 실세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경영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 부사장은 1986년 LG전자에 입사해 회장실, 구조조정본부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LG에 둥지를 튼 뒤부터 구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다.

‘전략·기획통’인 조 부사장의 깜짝 등용은 LG그룹의 세대교체와 맞물려 구 과장의 조력자로 두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로도 풀이된 부사장은 ㈜LG를 비롯해 LG이노텍, LG CNS, LG생명과학 등 총수 일가의 ‘돈줄’인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직도 맡고 있다.

LG그룹 형제기업인 GS그룹의 ‘황태자’는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 허윤홍 GS건설 과장이다. 구 과장과 동갑내기인 허 과장 역시 2007년부터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어 조만간 GS건설에 복귀한 뒤 그룹 내 자회사와 계열사를 두루 돌며 실무를 익힐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허 회장이 최대주주(12.15%)로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윤홍씨는 0.14%의 개인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GS건설도 마찬가지로 세대교체에 고삐를 당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허 회장의 최측근인 김갑렬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빈자리는 국내영업본부장인 이휘성 부사장이 새로 채웠다. 이 부사장은 1978년 GS건설에 입사해 국내외 토목사업의 설계, 시공, 영업 등의 토목 분야에서 30년 넘게 잔뼈가 굵은 토목전문가로 건설업 환경변화 예측이나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유지했던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과감히 접고 GS일가 ‘허씨’들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다른 그룹들이 투명경영 차원에서 CEO 체제를 고수하거나 서둘러 도입하는 추세와 정반대의 양상이다.

실제 GS그룹은 허 회장의 첫째 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사장을 비롯해 ▲둘째 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사장 ▲셋째 동생인 허명수 GS건설 사장 ▲넷째 동생 허태수 GS홈쇼핑 사장 등 동생 4명이 모두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를 차지하고 있다. 허 과장은 물론 허씨 일가 3∼5세들이 각 계열사 핵심 요직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점과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확정지은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업계 ‘빅3’들은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 구학서 신세계그룹 부회장, 경청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등 각 그룹을 총괄하는 막강 실세들이 건재하다.

하지만 후계자 입장에선 어디까지나 이들이 선대에서 결실을 맺은 ‘윗분’에 더 가깝다. 앞으로 등장할 후계자들의 ‘수족’이 관심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의 ‘가신’으론 황각규 정책본부 부사장이 오르내린다. 롯데그룹은 비서실이 없지만 ‘신동빈 비서실장’으로 불리며 ‘그림자 수행’을 전담하고 있다.

황 부사장은 호남석유화학 재직시절 신 부회장에 의해 중용돼 1995년 정책본부 국제실로 이동하면서 신 부회장과 인연을 맺은 이후 15년 가까이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2005년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전무로 또 다시 지난해 부사장에 오르는 ‘고속승진’으로 신 부회장의 여전한 신임을 대변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외아들 정용진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인물은 ‘리틀 구학서’로 불리는 허인철 경영지원실 부사장이다. 허 부사장은 삼성물산 출신으로 1996년 신세계에 합류했다. 경영지원실 경리팀장과 관리 담당을 거쳐 2006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내 권력서열
서서히 지진 감지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최근 이동호 기획조정본부 전무가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30개 계열사 중 현대A&I, 호텔현대금강, 한무쇼핑, 현대H&S, 현대B&P, 현대쇼핑 등 무려 20여 개사의 등기임원으로 잇달아 등재되면서다. 이 전무는 2007년 정몽근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장남 정지선 회장이 오너로 취임하면서 ‘뜨기’시작했다.

이밖에 후계구도가 아직까지 미정이거나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SK그룹, 한화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CJ그룹, 효성그룹, 두산그룹, STX그룹, 현대그룹, 동부그룹, 코오롱그룹 등은 ‘포스트 실세’자리를 놓고 한 지붕 아래에서 치열한 경쟁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누구도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지만 벌써부터 그룹 내 서열 지각변동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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