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비리간부 복직 논란 속으로

2009.06.30 09:13:51 호수 0호

회삿 돈 빼돌려도 일자리 주는 친절한(?) 농협

농협중앙회가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전 노조간부들이 보석으로 풀려나자마자 일선에 복귀한 탓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형사처벌 이전에 회사 자체적으로 먼저 중징계를 내릴 법한 사안이지만 농협은 넓은 마음씨를 보여줬다. 덕분에 업계는 “농협이 간부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여론은 전례 없는 농협의 노조 감싸기에 당시 논란이 됐던 간부들의 비리혐의를 다시 쟁점화하고 있다. 


최근 농협이 특혜 제공의 비난까지 받으며 감싸고 있는 주인공은 전 노조위원장인 김모씨 등 3명이다. 이들은 지난 4월 노조비 수천만원을 빼돌리는 등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해당 간부들의 비리행태는 지난해 9월 노조위원장 선출 선거 때부터 이미 내부적으로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2005년 초임 당선 이후 재선을 노린 김 전 위원장과 새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집행부의 비리들이 농협 내부 통신망을 통해 속속들이 공개된 것.
 
1억 2천만원 횡령 혐의 노조간부,
보석 풀려난 뒤 회사로 복귀
“비리노조 감싸는 특혜 ” 비난… 
농협 “판례 따른 것” 반박


당시 경쟁 노조 측은 “김 위원장이 이끄는 노조 집행부가 리베이트 수수, 노조비 횡령 등의 비리를 저질렀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같은 논란은 한 언론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고 이후 본격적인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논란이 일자 검찰은 지난 3월 서울 충정로 농협 본사에 있는 노조 사무실과 노조가 운영하는 신협 매장을 압수수색하고 4월 김 전 위원장과 총무실장 허씨 등 핵심간부 3명을 전격 구속했다.

구속 당시 논란이 됐던 노조 집행부의 비리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금강산 연수비 과다 책정을 통한 공금 횡령, 렌터카 업체와의 수의 계약에 따른 부당이득 취득, 불법 인사 청탁 등이다. 이 중 대부분은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사실로 드러났다.

쟁점1금강산 연수비 횡령?



먼저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금강산 연수비용을 이용한 횡령 혐의다. 당시 농협 노조 전직 간부들은 현 집행부가 2006년부터 금강산 관광을 가면서 비용을 과다 책정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전직 노조간부는 언론을 통해 “3년간 금강산 연수를 다녀온 노사 관계자들의 수가 2000명에 달하는데 1인당 평균 60만원 정도로 측정했다”며 “당시 일반여행사들이 제시한 1인당 비용이 평균 3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차액이 상당한데 이 금액의 향방이 모연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농협 자회사인 NH여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 집행부가 임의로 외부 여행사를 선정해 계약한 점도 의혹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의혹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해결됐다. 검찰 조사결과 구속된 노조 간부들이 금강산 관광을 추진하면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여행업체와 공모, 비용을 과다 책정해 1억 2000여 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은 농협 자회사인 NH여행을 제쳐두고 외부 여행사와 별도로 수의 계약을 맺어 노조원들의 금강산 연수비용을 부풀려 책정하고 3000만원 이상의 차액을 남겼다. 또 연수 시 착용하는 노조 티셔츠를 단체로 주문하는 과정에서는 4000여 만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노조 티셔츠의 경우 당시 사측에서 이미 협찬을 받았음에도 노조에서 이중 집행했다. 구속된 노조간부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유용한 회삿돈은 총 1억2000여 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여론은 농협의 내부감사 기능이 부실하다고 비난했다. 노조 집행부가 3년 동안이나 금강산 연수비를 이용,공금을 횡령했음에도 농협이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탓이다. 농협은 이에 대해 “노조 집행부가 외부 여행사와 리베이트 형식으로 뒤에서 돈거래를 했기에 사측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항변하면서 “조사를 받은 노조 간부 중 1명은 아직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재판 전까지는 섣불리 답변할 수가 없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쟁점2 렌터카 업체와 뒷거래?

논란이 됐던 두 번째 쟁점은 렌터카 업체에게 리베이트를 받았냐는 것이다. 농협 노조는 몇 년 전부터 렌터카 업체와 계약을 맺어 직원들이 차를 장기 렌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의 복지를 위한 이 정책의 이면에도 검은돈이 오고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정 렌터카 업체와 수의 계약 과정에서 당시 노조집행부가 이권을 챙겼다는 것.

논란이 일자 당시 집행부는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회사와 계약했을 뿐”이라며 이 같은 논란은 “위원장 선거에 패한 쪽의 음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러한 일련의 의혹 역시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이 렌터카의 단체 공급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 업체에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그랜저 승용차를 싸게 임대 받아 9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다.

렌터카를 회사 명의로 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추가로 포착됐다. 현재 김 전 위원장이 렌터카 관련 혐의를 인정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농협측은 재판을 통해 확인되는 대로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적법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쟁점3노조 인사 청탁 의혹?

쟁점이 됐던 노조간부의 인사 청탁 의혹은 전 노조 측이 아닌 검찰에 의해 발목이 잡혔다.
지난 3월 검찰이 노조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인사 청탁 내용이 담긴 메모를 확보한 것.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노조와 사측 간의 인사 청탁이 오고갔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임했다.

공금횡령, 인사 청탁 등 검찰수사 진행 중
“농협, 3년간 몰랐나?” 내부감사 부실 비난


전 노조 측 관계자도 “당시 집행부가 인사 담당 부서의 장에게 쪽지를 쥐어주면서 자신과 친분관계가 있는 인사들을 발탁, 승진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덧붙여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번 검찰수사 결과 농협 측의 인사 비리 혐의도 추가로 밝혀질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은 인사청탁에 관해서는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며 “모든 인사관리는 적법한 규정에 따라 처리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농협, “노조비리 몰랐다” 빈축
복귀 인사로 특혜 논란 더해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일련의 의혹들이 채 해결되기도 전에 농협은 관련 노조간부들을 일제히 회사로 불러들였다. 농협에 따르면 전 노조위원장 김모씨 등 핵심 간부 3명은 지난달 보석으로 가석방되자마자 노조시절 이전 근무지인 IT본부 분사로 복귀됐다.
소식이 알려지자 여론은 스스로 횡령 혐의를 인정하고 보석으로 풀려난 비리노조원들에게 징계를 내리지는 못할망정 일자리까지 내어주는 것은 과도한 온정 베풀기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특혜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농협의 인사 규정상 배임 혐의는 해직하도록 명문화되어 있음에도 이번의 노조간부들은 특별 조치된 탓이다. 실제 비노조 간부 출신으로 배임과 횡령을 의심받은 지방 농협 간부들의 경우 일단 해직된 후 검찰 조사를 받았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인사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결코 특혜는 없다”고 반박했다. 인사부 관계자는 “지난 2005년 비리사건으로 직위해제 시킨 직원이 있었는데 이후 재판에서 직위해제가 근로권 제한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고 복직한 사례가 있어, 똑같은 불찰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복귀시킨 것”뿐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관계자는 이어 “조만간 재판 결과가 발표되는 대로 내부 인사규정에 따른 재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