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무명의 반란’ 노리는 기업들

2009.06.30 10:00:00 호수 0호



일반에 다소 생소 수십년 역사 ‘그룹사’ 즐비
‘한우물’파다 M&A 등으로 사세 급격히 확장

“재계에도 무명의 설움이 있어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모 ‘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재계엔 ‘그룹’을 표방하거나 상호에 ‘그룹’자가 붙었지만 다소 생소한 기업들이 즐비하다. 삼성, LG, 현대차, SK 등 소위 ‘잘나가는’ 대기업과 달리 이름만 그룹인 곳이다. 이들 기업의 최대 고민은 내실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명의 핸디캡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무명의 반란’을 꿈꾸는 기업들에 조명을 비춰봤다.



재계에 깜짝 등장한 신흥그룹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거침없이 몸집을 불린 프라임그룹, 미래에셋그룹, STX그룹, 유진그룹, S&T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흔히 그룹 하면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는 삼성그룹, LG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굴지의 대기업들을 떠올리기 마련. 하나같이 대를 이어 부를 일궜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새롭게 ‘그룹’반열에 이름을 올린 신흥그룹들은 창업 1세대에,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식구’를 늘려 서열을 끌어올린 게 공통점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사명에 ‘그룹’자가 붙여졌다.

재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샛별들은 ‘무명 그룹’들의 로망이자 키워드다. 이름엔 이미 ‘그룹’자가 붙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군소그룹들은 세상에 이름을 한 자라도 더 알리기 위한 명성 쌓기에 유독 공을 들이고 있다.

눈 깜짝할 새 성장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자산총액 기준으로 국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공기업 제외·자산 5조원 이상)은 모두 40개다. 명실공히 그룹 이름을 달고 있는 대기업들이다. 이들 그룹은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60여 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일반에 다소 생소한 기업도 이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오씨아이(OCI)그룹, 세아그룹이 주인공이다. 두 그룹은 지난 4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됐다.

오씨아이그룹은 1959년 동양화학공업으로 설립, 2001년 5월 제철화학을 인수·합병(M&A)하면서 동양제철화학으로 사명을 변경한데 이어 지난 3월 다시 오씨아이로 사명을 교체했다.

회사 측은 “철강회사란 기존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화학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차원에서 사명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불스원, 유니드, 유니온 등 18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오씨아이그룹은 무기화학, 석유·석탄화학, 정밀화학 분야를 비롯해 최근엔 태양광 발전산업의 핵심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을 미래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현재 과탄산소다 생산량 세계 2위, 핏치·소다회 생산량 각각 세계 3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2조1197억원, 직원은 2200여 명이다.

세아제강, 세대스틸, 강남도시가스, 드림라인 등 계열사 23개를 두고 있는 세아그룹은 전통적인 재벌그룹 형태를 띠고 있다. 고 이종덕 창업주가 1960년 설립한 부산철관공업이 모태로 50년 가까이 철강사업 ‘한 우물’을 파고 있다. 1996년 주력사인 세아제강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2001년 그룹 지주사격인 세아홀딩스를 세우면서 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이 창업주가 2002년 별세 뒤 장남 이운영 회장과 차남 이순형 부회장의 ‘형제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세아홀딩스를 통해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세아제강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7906억원이며, 직원은 90여 명이다. 배관용, 유정용, 송유용, 기계구조용 강관에서 첨단 소재의 티타늄 튜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같이 재계엔 ‘그룹’을 표방하거나 상호에 ‘그룹’자가 붙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 적지 않다. 실제 한국거래소의 매출 랭킹을 보면 사실상 ‘무명’의 그룹들이 수두룩하다.

식품업계의 ‘다크호스’ 에스피시(SPC)그룹은 옛 영광을 되살리고 있다. 고 허창성 창업자는 1945년 설립한 삼립식품과 샤니를 각각 장·차남에게 맡겼는데 차남 허영인 회장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립식품을 2002년 인수하면서 오늘의 그룹 모습을 갖췄다.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국내 3600여 개의 점포와 샤니, 삼립식품, SPL(물류회사)등 6개의 계열사가 있다. 200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올해 2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주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주그룹은 문규영 회장의 부친 문태식 창업주가 1961년 세운 레미콘회사 아주산업으로 출발했다. 2005년 인수한 대우캐피탈과 2007년 설립한 아주프론티어 등 15개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오토금융, 관광레저, 부동산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레미콘을 기반으로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유진그룹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대부분 재벌 형태

이외에 ▲제지업에서 여신금융업으로 보폭을 옮기고 있는 무림그룹(계열사 14개) ▲골프장 명가에서 건설, 금융, 철강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신안그룹(계열사 17개) ▲반도체·자동차부품회사에서 에너지종합기업으로 재탄생한 후성그룹(계열사 8개) ▲로케트 배터리로 유명한 세방전지가 주력인 세방그룹(계열사 12개) ▲물류, 섬유, 철강, 소프트웨어 등이 기반인 동방그룹(계열사 5개) 등도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그룹다운 모습을 보이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1990년대 말 IMF 때와 같이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대형 M&A 등 조만간 재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며 “대기업 순위권 밖에서 맴도는 그룹들로선 지금과 같은 불황기만 한 투자 시점이 없다는 ‘위기는 곧 기회’란 신념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사 현황
계열사를 가장 많이 거느린 대기업은 어디일까.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자산총액 기준으로 국내 48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공기업 포함·자산 5조원 이상)의 계열사는 모두 1145개다.
이 중 SK그룹이 77개의 계열사를 보유해 1위에 올랐다. 이어 삼성그룹과 GS그룹이 각각 64개, CJ그룹이 60개, 롯데그룹이 54개, LG그룹이 53개 등의 순이었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 48개, 한화그룹 44개, 현대차그룹 42개, 한진그룹 35개, 효성그룹 41개, 코오롱그룹 38개, 포스코 37개, LS그룹 33개, 동부그룹 32개, 대한전선그룹 32개, KT 30개, 웅진그룹 28개, 두산그룹 27개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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