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불량 땅' 매매 전말

2013.07.01 11:51:03 호수 0호

'썩은 토지'팔고 나 몰라 '배째라'

[일요시사=경제1팀] 건물을 짓기 위해 축대를 쌓는데 토지가 계속 무너져 내린다. 하도 이상해 토지를 파보니 폐기물이 잔뜩 묻혀 있다. 황당한 일이 '대림동산'에서 발생했다. 대림산업이 이 일대 '불량 땅'을 팔아 구설에 올랐다.



'갑의 횡포'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으면서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몸 조심에 들어간 가운데 대림산업이 애매한 토지 매매 건으로 '갑의 횡포' 구설수에 올랐다. 고의로 임목폐기물을 매설하고 개인과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사건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김모씨와 이모씨는 대림산업으로부터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450-10번지 대지 1094m²(약 300평)을 1억9600여만원에 매수했다.

무너지는 지반

당시 계약 당사자는 이용구 전 대림산업 회장.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대림산업은 현재 이해욱 대표이사 부회장이 총괄을 맡고, 김윤 대표이사 부회장이 건설부문을, 박찬조 대표이사 사장이 석유화학부문을 지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대림산업은 2005년을 전후해 마정리 일대에 대림동산을 조성한 뒤 일반인에게 분양을 하고 있다. 대림동산은 경부고속도로 안성인터체인지에서 약 4km 떨어진 마정리의 야산 주변 약 108만9000m²(약 33만평) 부지에 위치해 있다.

김씨와 이씨는 매수한 토지에 2007년부터 건물 신축을 위해 돌멩이로 축대를 쌓았다. 그런데 지반은 계속 내려앉았다. 공사를 중단한 매수인들은 올해 5월 초부터 다시 주택 건축사업에 들어갔다. 어찌된 영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매수인들은 중장비를 동원해 내려앉은 지반을 들어내고 땅 속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임목폐기물이 가득 차 있었다. 임목폐기물은 나무의 뿌리·가지·줄기 등으로 폐아스팔트콘크리트, 금속류, 폐전선 등과 함께 일반폐기물의 한 항목으로 분류되어 있다.


현행 폐기물 관리법에는 공사현장에서 임목폐기물이 5t 이상 배출되는 경우 관할행정기관에 사업장 폐기물 배출자 신고를 하고 배출자가 공사현장에서 임목폐기물 처리시설을 직접 설치·운영해 재활용할 경우에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승인(신고)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관 시에는 건설 폐기물 보관 방법에 준해 방진덮개, 가변배수로, 침사 시 등의 저감시설을 갖춘 후 90일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폐기물 불법매립은 토양오염, 매립지 인근의 지하수 등 수질오염을 유발시키는 것은 물론, 폐기물을 매립하고 그 위에 건물을 지을 시 건물 무게에 따라 지반 침하로 붕괴의 위험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폐기물 불법매립은 매립당시 적발되지 않을 경우 그 실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폐기물 처리비용을 절감하려는 일부 건설현장에서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매수인들은 대림산업 측이 고의로 임목폐기물을 매설한 뒤 토지를 매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안성 대림동산 조성한뒤 일반인에 분양
매입해 파보니 폐기물 가득…은폐 의혹

매수인 측은 "폐기물이 얼마나 묻혀 있는지는 장비를 동원해 확인하여야 한다"며 "현재까지 지급한 장비 대여 비용, 폐기물 처리 비용, 옹벽 설치 비용 등이 고스란히 매수인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폐기물 처리와 확인을 위해 지급한 비용한 1000만원 가량이고 추가로 얼마가 더 부담될지 짐작도 할 수 없다"며 "올해 6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사를 하려고 했지만 기초 공사도 들어가지 못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물론 매수인들이 대림산업 측과 체결한 토지매매계약서 상에는 '쓰레기 및 건축폐기물은 매수인 을이 책임진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관련 매수인 측은 "계약서대로라면 매수인이 폐기물을 확인하지 않고 토지 매매를 진행한 것은 불찰이다"면서 "다만 대림산업이 고의로 폐기물을 매설하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도덕적으로 분명 문제가 있는 사안이다"고 전했다. 또한 "땅에 묻혀 있는 폐기물까지 매수인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다"고 주장했다. 매수인들은 지난 5월21일 대림산업 측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대림산업 측은 토지매매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사측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계약서 상 토지에 포함되는 폐기물에 대해서는 매수인이 책임을 지는 게 맞다"며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매수인들이 묻혀 있다고 주장하는 폐목은 대림산업이 나무를 잘라내어 묻은 것이 아니라 나무를 잘라내고 남은 뿌리가 썩은 것"이라며 "토지 매입 당시 확인하지 않은 매수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림산업이 완전히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땅 속에 건설폐기물이 매립돼 있었다면 본래 소유주인 매도인이 '하자담보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있다"며 "대림산업에 유책사유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김성곤 부장판사)는 원주축협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는 폐기물 처리비 1억4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주축협은 지난 2008년 국가로부터 수의매각 형태로 원주시 학성동 잡종지 4232m²을 34억여원에 매수했다. 이후 2011년 10월 종합유통센터 신축을 위해해 터파기 공사를 하다가 1.5m 아래에서 기름에 오염된 토양과 폐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을 발견, 지난해 3월 국가를 상대로 "하자담보책임으로 폐기물 처리비 2억9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낸 바 있다.

매도인 책임 판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매매 목적물에 표시되지 않은 물건의 명도나 처리는 매수인의 책임사항이므로 반드시 현장을 확인하고 입찰에 응하라'는 입찰 유의사항은 토지를 굴착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지하 매립 폐기물에 대한 하자담보책임까지 면제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매도인에게 '토지 매수인이 건축폐기물 등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했더라도 유책사유가 타당하다는 얘기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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