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내부 비판 직원 파면 무슨 일이

2009.06.23 09:29:03 호수 0호

“제 얼굴에 침 뱉다니…”

국세청을 향한 여론의 시선이 따갑다. 최근 국세청이 내부통신망을 통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한 한 직원을 파면한 탓이다. 파면 결정이 알려지자 여론은 일제히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징계라며 비난했다.

시민단체들도 광주지방국세청과 국세청을 찾아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반대의사를 전했다. 이들은 “내부의 용기 있는 비판에 대해 파면이라는 사형선고를 내린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도 국세청은 “해당 직원에 대한 처분은 정당했다”는 뜻을 거듭 밝히는 등 뚝심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부 게시판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 비판 글 올린 후 파면
국세청, 부당징계 논란에도 “허위사실 유포했다” 고소까지

광주지방국세청은 지난 12일 나주세무서 소속 김동일(47) 계장을 파면했다. 김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무원행동강령인 ‘공무원 품위유지’조항 등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국민 다 아는 허위사실?

광주지방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8일과 2일 국세청 내부게시판 ‘나의 의견’란에 ‘나는 지난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 ‘근조 국세청 표현의 자유’ 등 2개의 글을 올렸다.
김씨는 글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을 벼랑 끝에 서게 한 원인 제공자가 우리의 수장(한상률 전 청장)”이라며 “국세청 수뇌부가 경남 김해시에 소재한 태광실업을 관할청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 세무조사를 시행하고, 대통령에게 직보 후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그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글이 공개되자 광주지방국세청은 즉시 사실 확인에 들어갔고 지난 8일 작성자 김씨를 직위해제시켰다.
연이어 12일에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씨가 전직 청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국세청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파면 결정을 내렸다. 파면은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고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김씨는 이번 파면 결정으로 공직을 떠나는 건 물론이고 더 이상 연금도 받을 수 없게 됐다.

국세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김씨는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국민적인 의혹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로 생활의 터전을 빼앗는다는 것은 너무 부당한 처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실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표적 수사라는 논란은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가 됐던 내용이다.

그동안 언론은 국세청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관계를 파헤치기 위해 서울조사과 직원 60여 명이 5개월 동안이나 공을 들였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또한 태광실업 수사를 앞에서 이끌었던 사람이 바로 한 전 국세청장이었다.
결국 언론 보도에 근거한 내부 직원의 비판을 허위사실이라며 파면한 것은 국세청이 한 전 청장을 보호하고 나아가 현 정부에 대해 지나친 충성을 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광주지방청의 입장은 분명하다.

한 전 청장에 대한 비판은 확인된 사실이라 할 수 없는 허위사실이고, 한 전 청장의 강연과 사회공헌 활동을 ‘쇼’라고 표현한 것은 국세청 직원을 모독하고 국세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번 파면조치는 전직 수장을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에 비유하고 국세청의 사회공헌활동을 ‘쇼’라고 규정하는 등 허위사실로 전체 직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 등이 고려된 결과”라고 거듭 밝혔다.

국세청의 이 같은 파면 조치에 대해 인터넷을 통한 시민들의 비판의 글도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특히 광주지방국세청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는 국세청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작성자 김모씨는 “어떻게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 부하 직원의 충견을 묵살하고 파면조치라니…. 현 정부가 민주화의 성지까지 장악했다는 생각에 서글픔이 밀려 온다”고 전했다. 황모씨도 “홈페이지 앞에 있는 국민을 섬기는 국세청이 되겠다는 말이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비판했다.

한 전 국세청장에 대한 맹렬한 비난도 이어졌다. 작성자 이모씨는 “본래 애미는 새끼를 지킬 줄 알고 장군은 부하를 지킬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부하직원을 내동댕이치다 못해 밟고 있는 것이냐. 정신 차려라”며 쏘아붙였다.

우모씨도 글을 통해 “국세청장이 오히려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어 우리나라의 수치”라며 “국민을 위한 국세청인가, 아니면 권력을 위한 국세청인가, 파면해야 할 공무원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진짜 세상이 거꾸로 가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또 하나의 자화상, 민주주의 후퇴, 국민을 농락하는 국세청” 등 국세청 관련 게시판에는 이번 사건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민들의 비난에도 국세청은 이번 파면 조치에 대한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모습이다.

시민들 비난 잇따라

이를 반영하듯 국세청은 지난 16일 광주지검에 김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김씨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국세청 직원들의 명예가 훼손되었기에 고소장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난 여론에 따른 징계철회 여부에 대해서는 “언론에 알려진 것이 전부며 지금은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번 내부 직원 파문 논란이 검찰 조사로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국세청을 향한 비판 여론은 더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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