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더 나드리‘헤르본’의 상술

2009.06.23 09:19:32 호수 0호

‘악명’ 높은 ‘강매’… 아직도 여전해?

더 나드리의 방문판매 브랜드 ‘헤르본’을 향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헤르본’의 화장품 판매 상술이 도를 넘어섰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헤르본’은 그동안 방문판매 브랜드 중 소비자 민원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질 만큼 소비자들의 비난이 컸던 곳으로 꼽힌다. 

때문에 업계와 언론을 통해서도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며 비판이 이어져 왔다. 더 나드리는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해 ‘헤르본’의 매장 내 판매 규제를 강화하는 등 자정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피해사례가 속속 소개되면서 ‘헤르본’의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헤르본’ 매장을 직접 찾아가 실태를 살펴봤다.


무료서비스로 사탕발림… 매장에서는 강매 이어져
본사 자정적 노력한다지만 소비자 피해 변함없어

지난 6월7일 한가로운 점심시간. 기자는 직접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헤르본’ 매장을 찾았다. 이 매장은 그동안 제품 강매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가장 많이 거론됐던 곳. 헤르본 로고가 크게 쓰여진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약번호를 확인한 담당상담원이 친절히 자리로 안내했다. 상담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설문지 작성부터 권했다.



‘카드 소유 확인부터’

설문지에는 개인의 연락처와 주소, 피부관리 경험 유무 이외에도 한 달 기준 화장품 구입에 사용하는 비용, 얼마정도의 추가 지출이 가능한지의 여부까지 꼼꼼하게 기록하도록 되어 있었다.
설문지 작성이 끝나자 무료 케어 서비스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상담사는 고객의 피부타입에 맞게 1:1맞춤 케어 및 본사만의 첨단 기술 장비를 이용한 현재 피부상태 진단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사는 이어 석고팩과 쿨링팩을 이용한 보습강화와 어깨와 얼굴 등의 경락까지 풀코스로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게 무료로 진행되는 게 맞냐는 거듭된 기자의 확인에 상담사는 “네, 모두 무료로 진행되는 체험서비스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연이어 “단…”이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단, 고가의 앰플 케어 서비스가 있는데 이 또한 고객님이 사용하시는 카드가 저희와 제휴한 카드사일 경우 본 엠플 비용을 카드사가 대신 지불하게 됩니다. 이 서비스를 받으시기 위해서는 고객님 카드가 본인 것이 맞는 지 영문 성함 스펠링을 확인해야 하니까 카드를 한번 보여주세요.”
고객이 신용카드를 소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이는 이미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거짓 상술이라며 비난을 받아왔던 부분이었다.

엠플의 가격을 각 카드사가 제공한다는 것은 ‘헤르본’의 일방적인 거짓발언인 게 탄로 났던 것. 당시 해당 카드사들은 그런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단지 고가의 제품 판매를 위해 현금보다는 카드 결제가 손쉬운 데서 나오는 ‘헤르본’의 판매 상술인 것이다. 거짓이라고 밝혀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성행되고 있었다.

카드를 확인한 이후에도 개인의 금전적 능력을 확인하는 질문은 계속됐다. 상담사는 어떤 일을 하느냐, 현재 거주하는 집은 전세냐 월세냐, 화장품 제품 구입은 백화점 등 주로 어디에서 하느냐 등 끝없는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1차 심문조사(?)가 끝나자 곧바로 피부관리 서비스가 이어졌다. 개인 피부 맞춤 서비스라던 처음의 말과는 다르게 피부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일률적인 관리가 시작됐다. 총 관리 시간도 2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던 처음의 안내와 달리 한 시간 반이 지나자 서비스는 끝이 났다.

“현재 고객님의 피부 상태가 너무 안 좋으신 상태예요. 관리사분도 걱정을 할 정도였다니까요. 특히 수분이 너무 부족한 상태라 모공도 넓고 각질층도 두껍게 쌓인 상태예요. 나이에 비해 주름도 심각하고 벌써부터 눈가 기미도 보이네요.”
상담석 자리에 앉기 무섭게 들려온 상담사의 발언이었다. 무엇 하나 괜찮은 게 없다는 뜻. 상담사는 그동안 너무 관리에 소홀했다며 지금부터라도 꾸준한 관리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담사는 숨쉴 틈도 없이 관리 프로그램 설명을 이어갔다. 피부상태 개선을 위한 최소 관리 기간은 1년으로 본사 화장품만 구입하면 팩, 경락, 고주파 관리까지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또한 이 모든 무료 케어서비스는 당일 결제 고객에 한해 제공되는 특별 서비스임을 거듭 강조했다.
결국 상담사가 제시한 가격은 총 180만원. 한 달 15만원이면 ‘헤르본’에서 1년 동안 무료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상담사는 여타 피부관리샵 이용 시 한 달 수백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임을 강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무료 서비스라는 설명에 들른 것이라 큰 금액을 결정하는 게 갑작스럽다며 거부하자 “이곳에 오는 10명 중 8명이 이렇게 갑작스레 결정한다. 그만큼 서비스 받아 본 후 만족감이 컸기 때문”이라는 말로 안심시켰다.
카드 한도가 부족하다며 다시 거부하자 이번에는 “지금 한도가 어느 정도 있느냐. 오늘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인 만큼 가능 금액만큼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집에 가서 다른 카드 정보를 불러주면 간접승인이 가능하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거듭해서 거부하자 이번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호칭도 어느 순간 고객님에서 언니로 변해있었다.
“언니, 나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되네. 지금 같은 기회가 어디 있다고. 요새 관리 한 번 받으려면 어딜 가도 수백만원 들잖아. 그리고 언니 능력 안 되는 거 아니잖아?”

모든 혜택은 당일만!

개인의 금전적인 능력까지 거론하며 구매를 종용하는 세태인 것이다. 상담사는 특별히 신경써 줄테니 아까운 기회 놓치지 말라며 일단 카드부터 꺼내 결제할 것을 계속해서 강요했다.

결국 끈질긴 설득에도 좀 더 생각해 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번에는 이렇게 나가면 자신이 곤란해진다는 말로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당장 윗선에 보고가 들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가면 눈치를 봐야 하고 자신도 해를 입는다는 설명이었다.

무료체험 하러 왔다가 괜히 다른 사람 난처한 입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것이 왜 상담사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저 분위기가 그렇다며 얼버무릴 뿐이었다.

결국 마지막 문을 나서는 순간에도 상담사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 나와 “이왕 할 마음이라면 소액이라도 카드를 긁고 가라”고 설득했다.
회유에, 설득에, 마지막에는 상담사의 한숨 섞인 눈빛까지 장작 한 시간의 사투였다. 상담 시간 동안 상담사의 입에서 정작 화장품에 대한 설명은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전부 당일 결제에 따른 갖가지 혜택만 쏟아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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