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불매의 악몽’꾸는 기업들

2009.06.16 09:52:07 호수 0호

폭풍 머금은 칼바람… 맞으면 아프다

시민단체의 입김에 재계 전체가 얼어붙었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이 최근 보수언론에 광고를 쏟아 부은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인다고 엄포를 놓자 해당 업체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폭풍에 된서리를 맞을 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 재계에 불어 닥친 불매운동과는 상대가 안 될 정도의 메가톤급 파급력을 머금은 ‘살생부’에 오르내리고 있는 기업들은 어디일까. 불매운동 다음 타깃을 짚어봤다.

언소주, 보수언론 광고 집중게재 업체 불매운동
“다음 타깃은?” 리스트 거론 기업들 ‘좌불안석’

K제약사는 지난 8일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언소주가 이날 보수언론에 집중적인 광고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자사의 상품 불매운동을 선언한 탓이다. 언소주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해당 기업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서명운동과 함께 소비자품질평가, 불만사항 접수 등 전방위적인 불매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미 분석 끝났다”

당초 보수언론에 광고를 싣는 기업에 전화로 항의하는 방식에서 더욱 강력한 제재를 위해 직접 불매운동에 뛰어드는 방식으로 급선회한 것. 당연히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600여 개 시민·언론단체들이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점도 기업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불매운동 1호 기업으로 꼽힌 K제약사는 ‘광고 균등 배정’을 약속하면서 바로 꼬리를 내렸고 언소주는 불매운동을 전면 철회했다. 언소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지만 K제약사로선 상당히 곤혹스런 날이 아닐 수 없었다. 언소주 측의 불매운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언소주는 지난 11일 2호 불매운동 기업으로 S그룹 계열사들을 선정해 보수언론 집중 광고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이 단체는 경제단체와 보수언론, 기업의 반발에도 예정대로 순차적으로 3·4차 타깃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매운동을 놓고 ‘불법이다, 합법이다’ 말도 많지만 언소주의 입장은 단호하다. 검찰의 “처벌할 수 있다”는 수사 으름장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움직임이다.

언소주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두 차례의 이벤트성 불매운동이 아닌 지속적인 국민운동으로 끌고 나갈 것”이라며 “각 업계별로 보수언론 과중광고 분석 작업을 마친 상태로 최종 검증을 거친 기업을 한 군데씩 지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3∼4개 업체를 도마에 올려놓고 중점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한 업체의 불매운동이 끝나면 다른 업체를 발표하는 식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언소주의 다음 타깃은 어디일까. 언소주는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보수언론에 편향된 광고 현황 자료를 공개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광고 수주를 분석해 업종별 상위 기업을 선정한 이 리스트에 오른 곳은 400여 곳 정도다. 이를 토대로 불매운동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는 게 언소주 관계자의 전언.

이번엔 K제약사처럼 쉽게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말도 귀띔했다. ‘살생부’로 불리는 이 명단에 오르내리는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폭풍을 머금은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면서도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사전 위기관리 차원에서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분주하다. 극비리에 사고전담 처리반(?)을 가동,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문제가 될 만한 싹을 자르는 데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
리스트에 오른 J사는 자체 집계를 통해 다시 편향 정도를 가늠한 결과 불매운동에 포함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비밀리에 언소주 측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혈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마냥 앉아서 당할 수 없지 않느냐”며 “꼭 막겠다는 게 아니라 포함 여부만 알아보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같은 D사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판단, 그동안 보수언론에 광고한 만큼 다른 언론에도 광고를 발주하기로 했다. “불매운동 대상기업이 보수언론에 광고를 철회하거나 특정 신문에 같은 횟수와 금액으로 광고를 게재하면 불매운동을 중단하겠다”고 언소주가 제시한 조건에 맞추기 위해서다.

대비책 강구 초긴장

D사 직원은 “안 그래도 불황이 짙게 깔린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불매운동이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불매운동만은 막아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밤잠을 설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발만 동동 구르는 기업도 있다. 손쓸 만한 돈도 없고 조직도 없어 그저 사태가 잠잠해지기만 기다리는 경우다.

N사 관계자는 “명단에 올라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광고도 간신히 어쩌다 한 번 게재한 터라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검찰 등 다른 기관에서 발표를 막아주거나 동참 여론이 진정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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