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⑮신명수의 신동방그룹

2013.05.29 10:37:38 호수 0호

"회장님 입 열면 여럿 다친다"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재헌씨와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딸 정화씨의 이혼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신동방그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동방은 지난 1966년 6월 동방유량주식회사로 출발해 '해표'라는 상표 하나로 국내 볼모지였던 대두가공산업을 이끌었던 그룹이다. 식용유업계 최초로 생산실명제를 실시하면서 식용유 하면 해표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1억 때문에 굴욕

신동방은 신덕균 명예회장이 66년부터 89년까지 고려산업 회장과 ㈜동방유량 회장을 겸임하다가 장남인 신 전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줬다. 이후 신 전 회장이 89년 3월부터 ㈜동방유량 회장을 맡아 그룹을 이끌었다.

90년 재헌씨와 정화씨의 결혼으로 신동방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관리 창구로 불리며 위세를 과시했다. 하지만 95년 비자금 수사 시작으로 역풍을 맞았다. 홍역을 치른 신동방은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특히 97년 대농그룹의 미도파 인수를 시도하면서 동방페레그린증권과 성원건설 등을 동원, 적대적 M&A에 나섰지만 전경련의 지원을 받은 대농의 방어로 실패하면서 급격한 자금난을 겪어야 했다.

당시 신동방이 미도파와 대농 주식을 매집하는 데 쏟아부은 자금의 규모는 알려진 것만도 1000억원대. 우호세력까지 합하면 2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결국 신동방은 99년 워크아웃기업으로 전락했다. 이후 2002년 ㈜신동방 경영 정상화 작업을 자율 추진으로 전환했고 2004년 CJ컨소시엄과 매각 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CJ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사조해표는 신동방이 사조&CJ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신동방의 식품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설립됐고 현재 최대주주는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다.


신 전 회장은 99년 말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재산국외도피 및 업무상 배임, 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한때 구속 수감됐다. 현재는 노 전 대통령의 추가 비자금 424억원 의혹에 얽혀 또 다시 검찰의 수사물망에 오른 상태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에 근거하면 신 전 회장은 상당히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지난해 7월 예금보험공사의 경매청구(청구액 1억원)에 의해 경매에 나온 신 전 회장의 성북동 초호화 저택이 48억6200만원에 낙찰됐던 것이 대표적이다. 때마침 신 전 회장의 부인 송길자씨가 1억1000만원을 법원에 공탁한 뒤 집행정지를 신청,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기를 넘겼지만 '회장님'이 단 돈 '1억원'이 없어 굴욕을 당한 것.

부인 다단계 회사 하이리빙 최대주주
과거 계열사 동남산업 아직도 가족소유

하지만 속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신 전 회장 일가는 여전히 '끗발'을 세우고 있다.

먼저 신 전 회장은 과거 신동방그룹의 계열사 동남산업의 지분 79.14%를 보유,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78년 신 전 회장 일가가 100% 출자해 세워진 이 회사는 농수산물 매매업, 냉동냉장 창고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다가 2008년 12월 코산아이엔티를 흡수합병하면서 안테나 제조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동남산업은 2011년 매출액 126억여원에 영업이익 13억여원을 올렸으며 지난해에는 매출액 135억여원에 영업이익 11억여원을 올렸다. 또한 동남산업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와이즈소프트'의 지분 90.90%를 보유했으며 신 전 회장의 장남 상철씨와 차남 기준씨는 각각 0.59%·0.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가족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준씨는 종자회사 '이그린글로벌'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2009년 기준씨가 설립한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중국 최대 감자 전분업체인 '충텐'과 함게 '이농서업'을 설립하고 씨감자 생산에 나섰으며 지난해 6월에는 중국 하얼빈에 애기 씨감자를 생산하는 식물공장도 만들었다.

공탁금 1억1000만원으로 신 전 회장을 구해낸(?) 송씨는 가정용 생활용품 및 건강식품 등의 네트워크 마케팅을 목적으로 96년 진로그룹과 신동방그룹이 상호 출자해 설립된 '하이리빙'의 지분 12.9%를 보유하고 있다. 출범 이후 하이리빙은 줄곧 직접판매 업계 선두권 자리를 지켜왔으며 특히 2007년에는 암웨이와 뉴스킨, 허벌라이프라는 미국계 빅3 기업이 국내 직접판매 시장의 매출 60%를 장악하고 있던 아성을 깨뜨리고 암웨이와 뉴스킨에 이어 매출랭킹 3위(국내기업 1위)를 차지할 정도의 알짜회사다.

비자금 어디로?

지난 3월 신임 대표에 오른 안태환씨는 신동방 출신 인물이다. 안씨는 신동방 신상품개발본부 이사, 신동방 푸드서비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송씨는 하이리빙의 기술개발과 생산을 총괄하는 지배회사 에이치엘엠씨의 지분 32.20%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에이치엘엠씨는 하이리빙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의 일부를 사돈인 신 전 회장에게 맡겼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지난해 6월 검찰에 제출, 현재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에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진정서를 통해 신 전 회장이 비자금으로 사들인 빌딩 등을 담보로 대출금을 받아 개인 빚을 갚는 데 썼다며 자신의 동의 없이 임의로 처분한 비자금 420억여원을 돌려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신 전 회장은 주가조작 등 혐의로 법원에 심판을 받던 99년 노 전 대통령이 맡긴 비자금 230여억원을 국가에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신동방그룹은?>

▲1966년 동방유량주식회사 출범
▲1983년 한국카킬사료 인수
▲1986년 기술연구소 설립, 동방사료 흡수·합병
▲1995년 미농 흡수·합병
▲1996년 에스-유 설립, 신동방으로 사명 변경
▲1999년 워크아웃 신청, 해표·에스디비푸드서비스·유진산업 흡수·합병
▲2002년 신동방 경영 정상화 작업 자율 추진으로 전환
▲2004년 CJ컨소시엄과 매각 본계약 체결, CJ그룹 계열사로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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