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뭘 했기에?" 강창희 국회의장 비밀행보 진실

2013.05.28 09:21:55 호수 0호

"국회의장이 뭘 하든 국민들은 알거 없어?"

[일요시사=정치팀] 해외에서 혈세를 펑펑 써도 전혀 감시를 받지 않는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공직자 중엔 거의 유일무이하다. 바로 강창희 국회의장 이야기다. 지난 3월 열린 국회 정보공개심의위에서는 의장단의 해외순방에 관한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익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해외순방에 관한 모든 정보에 대해 비공개 처리하기로 결정됐다. 과연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고위공직자들의 해외연수를 둘러싼 예산낭비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들의 해외연수는 기자들의 손쉬운 먹잇감이기도 하다. 대부분 워낙 주먹구구식이여서 조금만 취재해보면 기사거리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주먹구구식 해외일정

하지만 올해의 경우는 특히 더 논란이 심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대선기간 외쳤던 '새정치'가 정치권의 화두가 된데다 지난 1월 이른바 '쪽지예산' '호텔방예산'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국회 예결위원들이 예산안 심사가 끝나자마자 대거 외유성 해외출장을 떠나 외유성 해외출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이미 한 차례 폭발했던 까닭이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외유가 아닌 꼭 필요한 외교활동이라며 항변하고 있지만 작년의 경우 국회사무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원외교활동보고서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국회 정보공개심의위에서는 의장단의 해외순방에 관한 정보를 모두 비공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의장단의 해외순방일정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국익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논리다.


과거 의장들의 경우는 해외일정과 사용 예산 내역들을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해왔다. 심지어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할 경우엔 현지에서 사용한 예산에 대한 영수증까지도 모두 제출했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지난 2012년 7월 취임했다. 취임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강 의장은 벌써 4차례나 해외일정을 소화했다. 이전 의장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해외일정이다.

새정부 출범에 따라 처리할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강 의장이 해외출장을 이유로 자주 자리를 비우자 일부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강 의장의 해외일정 은 G20 국회의장회의 등 꼭 필요한 일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중 일부 일정은 현지 한인 간담회, 의장단 친선교류 등의 시급성이 떨어지는 일정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강 의장의 해외일정과 관련해서는 브라질에서 개최된 한인간담회에서 무려 국고 8만불을 탕진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그동안의 관례에서는 한인간담회는 주로 한인이 운영하는 큰 식당 같은 곳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번 행사는 강 의장이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굳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호텔에서 치러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국회는 전혀 대응하지 않다가 <일요시사>가 추가취재를 실시하자 뒤늦게 "전혀 사실무근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국회가 강 의장이 해외일정에서 사용한 예산내역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는 이상 의혹은 계속 의혹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취임 1년도 안됐는데 벌써 네 차례 해외순방
브라질서 만찬비로 수천만원 사용한 의혹도

게다가 국회는 의장단의 해외일정 및 사용예산의 비공개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도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이처럼 중대한 결정이 내려지고 나면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에 알리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사실은 강 의장이 해외일정을 떠났음에도 예전과 다르게 일정이 홈페이지에 공지가 되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기자들의 문의에 의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이를 두고 사실상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몰래 처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국회가 지난 3월 의장단의 해외순방일정을 비공개 처리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의장단의 해외일정 및 예산이 공개될 경우 국가적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요시사>가 그동안 의장단의 일정이 공개돼 실제로 불이익이 발생한 사례가 무엇이냐고 문의하자 국회관계자는 "그런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일정 비공개의 명분이 처음부터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불이익 사례가 없었지만 앞으로 그런 사례가 발생할 개연성은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에서는 대통령도 일정을 공개하는 마당에 국회의장이 일정을 공개한다고 해도 국가적 불이익이 발생할 개연성은 적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만약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정이 있다면 그 부분만 비공개 처리하면 그만이다. 의장단의 전체 일정을 무조건 비공개 처리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비상식적인 결정이었다는 지적이다. 도대체 강 의장은 그동안 해외에서 무엇을 하고 얼마나 예산을 쓴 것일까? 의문은 점점 커져갔다.

<일요시사>는 강 의장의 해외일정을 알아보기 위해 정보공개요청까지 했으나 국회는 역시 국가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결정통지문을 보내왔다. 강 의장의 해외일정을 둘러싼 의혹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번 의장단 해외일정 비공개 결정은 강 의장 취임 후 추진돼 성사됐다.

반면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더욱 열불이 터진다. 대표적으로 미국 하원은 의원들의 지출내역을 매 분기마다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용에서부터 출장비용, 심지어 주차비와 탁아비용까지 영수증과 함께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이 같은 투명한 재정운영은 해외출장 시 더욱 엄격해진다.

물론 국회는 의장단의 해외일정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더라도 자체 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철저히 감사받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전진한)'의 강언주 간사는 이에 대해 "그동안은 의장단의 해외일정에 대해 모두 투명하게 공개했고 문제가 있으면 직접 찾아가 영수증을 하나하나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살펴보면 너무 과다하게 예산을 사용한 부분들이 많았다"며 "국익에 반하기 때문에 비공개 결정을 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해외일정과 예산에 대해 시민단체와 언론들에서 자꾸 딴지를 거니까 이를 피하기 위해 비공개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답답한 국민

정치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고위공직자들이 해외로 가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예산낭비가 두려워 해외일정을 가지 말라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지 말라는 것과 같다. 해외일정 비용을 아끼는 것보다 해외선진사례를 견학하고 국내에 도입해 국민들을 행복하게 한다면 그게 더 큰 이익"이라며 "다만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를 사용해 떠나는 해외일정인 만큼 해외일정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떠나고 또 돌아와서는 무엇을 얻었는지 국민들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덧붙여 현지에서 사용한 혈세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사용한 것인지 감시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뿐이다. 자신들은 당당하다면서 겨우 이 세 가지를 지키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한심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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