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00호 특집>⑤ 전 마약중독자 4인의 충격고백

2009.06.09 09:05:47 호수 0호

“유혹은 한순간, 고통은 한평생”


대한민국이 백색가루의 유혹에 빠졌다. 범죄자 등 특정인들이나 손을 대던 마약은 어느 순간 우리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사회지도층, 주부, 학생 등 평범한 이들도 환각의 늪에서 허우적댈 정도다. 마약중독자도 하루하루 늘어가는 실정이다. 금단증상과 부작용이 두려워 악마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들은 오늘도 환각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요시사>에선 700호를 맞아 마약중독에 빠져 고통 받는 이들을 만나 마약공화국의 실태를 조명했다.

예전보다 구하기도 쉽고 종류도 늘어나 중독자 양산해
우연한 기회에 접했다가 금단증상에 시달려 다시 손대
마약 끊으려다 알콜 중독에 빠져 고통받기도…또 다른 중독 양산
마약성분 함유된 줄 모르고 먹은 약 중독되어 금단증상에 ‘몸부림’


3년여 전 직장을 잃고 방황하다 우연히 필로폰에 손을 댔다는 A(42)씨는 지금도 마약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니던 직장에서 일방적으로 해고통보를 받고 난 뒤 하루하루를 술에 의지해 살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에게 이혼까지 당해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는 A씨.
그런 그에게 흰색 가루의 유혹이 찾아왔다. 우연히 중학교 동창을 만난 것이 화근이었다.

동창은 A씨에게 “고통을 잊게 해줄 것이다”라는 달콤한 말과 함께 필로폰을 건넸다. 그리고 그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넜다.
A씨는 “처음 필로폰을 하고 난 뒤엔 죄책감에 시달려 다시는 마약엔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다짐은 며칠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동창을 찾아갔고 또 한 번 마약을 하고 말았다. 그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는 A씨.

그는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마약중독자들이 가장 황홀한 순간으로 꼽는 것이 중독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마약을 할 때라고 말하는데 나 역시도 그랬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 후 A씨는 약 6개월간 마약에 빠져 살았다. 그러는 동안 가족도, 친구도 떠나고 통장잔고도 조금씩 바닥을 드러냈지만 마약을 하고 있을 당시의 쾌락과는 맞바꿀 수는 없었다고 한다.

“구름을 떠다니는 기분”
모든 것과 맞바꾼 환각



한 번 투약하는 마약량도 점차 늘었다. 처음에 느꼈던 황홀감을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양의 마약이 필요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한 가족의 가장으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던 A씨는 급격히 무너져갔다.
결국 그는 마약을 끊기로 다짐했다. 자식들까지 등을 돌리는 현실은 그를 강하게 채찍질했고 무서운 의지로 단약을 결심했다. 그리고 금단증상에 시달릴 때면 독한 술로 마약 생각을 눌렀다고 한다. 문제는 마약을 끊기 위해 택한 술이 그를 알콜중독의 길로 이끌었다는 것. 마약생각을 잊기 위해서는 예전에 마시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셔야 했다. A씨는 “그야말로 술독에 빠져 살았다. 밥 대신 술로 몇날 며칠을 보낼 때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마약을 끊은 뒤 찾아온 또 한 가지 고통은 먹고 살 길을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 약을 끊으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취직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결국 막노동일을 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길을 걸었던 A씨. 그마저도 술에 깨어있는 날만 가능했다.
세상의 시선도 차가웠다. 가족들마저도 마약을 끊었다는 A씨의 말을 쉽사리 믿어주지 않아 어느 곳에도 기댈 수 없는 외로운 신세가 되었던 것.

그는 “마약으로 인해 모든 걸 한순간에 잃고 말았는데 잃어버린 것을 찾는 건 너무나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날 위로해 준 건 술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하루, 한 달, 1년을 술에 빠져 산 A씨는 어느 날 술을 마시다 쓰러졌고 결국 알콜중독 증세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는 이따금씩 떠오르는 마약과 독한 술의 유혹을 떨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A씨는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동창을 만났던 그날로 돌아가 단호히 약을 거절하고 싶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며 “지금 마약의 유혹을 받고 있거나 시작한 사람이 있다면 절대 그 늪에 빠져들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2년 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마약을 접했다는 여대생 B(23)씨도 2년 전과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날 미국인 친구들과 레이브바에 간 B씨는 친구들의 끈질긴 권유에 못 이겨 엑스터시를 복용했다.

어학연수가 마약연수로
평생 치유할 고통으로 남아

부모님이 연수를 떠나기 전 ‘마약엔 손도 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터라 외국인 친구들과 술자리도 가지지 않았지만 그 모든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태어나 처음 느껴본 환각의 세계를 잊지 못한 B씨는 그 후에도 일주일에 2~3번씩은 클럽이나 술집 등에서 엑스터시를 복용했다.
약에서 깰 때면 어김없이 구토증상과 두통, 복통에 시달렸지만 고통이 사라지고 나면 슬금슬금 마약의 유혹이 다가왔다고 한다.

B씨가 약을 끊을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살이 찔 것이 두려워서였다. 약을 복용한 후 몰라보게 살이 빠지자 다이어트의 원인이 엑스터시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약을 끊게 되면 예전의 몸무게로 되돌아갈 것이 두려워 더욱 약을 멀리하는 것이 꺼려졌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B씨는 “나뿐만 아니라 엑스터시를 하는 여자 친구들 대부분이 살이 찔까 봐 약을 끊지 못했다”고 전했다.
어학연수에서 돌아와 다시 부모님과 살면서도 엑스터시를 끊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어학연수 시절 알게 된 친구들을 통해 엑스터시를 공수 받아 클럽 등지에서 복용을 하고 환각파티를 즐겼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B씨가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 덕분이었다고. 우연찮게 딸이 마약에 빠진 것을 알게 된 부모님은 마약중독치료센터 등을 다니며 딸의 재활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을 기울었다. 약을 끊겠다는 본인의 의지도 강하게 작용했다. 그 결과 완벽하게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단약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B씨는 “지금도 한 번씩 약을 복용했을 때의 흥분감이 떠올라 밤잠을 설치곤 한다”며 “그럴 때마다 마약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뼈저리게 느껴 몸서리를 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약이 마약이었어?”
도처에 퍼져있는 마약들

5년 전 필로폰을 접한 뒤 중독에 빠졌다는 C(34)씨는 금단증상과 부작용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고백했다.
마약을 할 당시에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기분을 느꼈지만 매일 마약 생각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금단증상이 찾아왔다고 한다. C씨는 “어느 날 방 안에 누워 있는데 몸 위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온몸을 긁었는데 그것이 금단증상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또 갑작스럽게 구토증상이 나타나고 현기증과 참을 수 없는 두통 등 각종 부작용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두 팔이 마비가 된 듯이 저려오고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는 등의 이상증세에도 시달렸다.
결국 C씨는 몸의 고통을 잊기 위해 다시 마약에 손을 댔고 서서히 깊은 중독에 빠져들었다고. 마약을 하는 순간만큼은 금단증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또 다시 금단증상을 느끼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 마약을 하는 횟수도 점차 늘어만 갔다.

결국 마약복용 혐의로 감옥살이까지 하고난 뒤에야 마약을 멀리 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C씨는 “금단증상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면 마약으로 인한 황홀감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마약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보다 부럽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마약의 유혹에 빠져든 이들은 약을 하기 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예전에 비해 마약을 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데다 마약의 종류도 크게 늘어난 현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마약중독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성분이 함유된 약품에 중독된 D(31)씨의 사례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는 것 조차 힘들다는 D씨. 그런 D씨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은 하얀 알약 한 알이었다.
회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있었던 D씨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 두려워 신경안정제를 먹고 발표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날따라 사람들 앞에 서도 두려움이 생기지 않았고 성공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마쳤다고.
그날 이후 D씨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나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

자신감이 생기는 동시에 수년간 자신을 괴롭혔던 편두통도 사라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기도 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약을 먹지 않으면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식은땀까지 났다는 것. 혹시나 해서 약을 먹으니 그런 증상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든 D씨는 그 약에 대해 알아봤다. 그런데 항우울제로만 알았던 그 약은 마약성분이 들어있는 의약품이었다. D씨는 “소심한 성격을 고치려다 마약장이가 될 뻔했다”며 “약의 성분을 일일이 알기 힘든 일반인들은 얼마든지 마약성분 약에 중독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약과 마약류 의약품에 빠진 사람들을 통해 현대인들이 얼마나 쉽게 마약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예전에는 쾌락과 황홀감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마약을 했지만 지금은 살을 빼기 위해서라거나 성관계 시 쾌감을 얻기 위해,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 등 평범한 목적을 위해 마약에 빠져드는 이들이 많다”며 “단 한 번의 마약경험이 평생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이 혹시 마약에 노출되어 있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