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선출 여야 원내대표 '궁합' 엿보기

2013.05.20 15:08:29 호수 0호

여야 모두 강성 "벼랑 끝 대결은 운명?"

[일요시사=정치팀] 공교롭게도 여야의 새 원내사령탑이 같은 날 동시에 선출됐다. 현재 여야 원내대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다가오는 6월 임시국회에는 경제민주화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각종 법안이 산적해 있고, 하반기에는 박근혜정부의 집권 1년차 첫 국정감사가 실시된다. 교체된 여야 새 원내사령탑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여야 새 원내대표들의 궁합은 어떨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3선·경북 경산청도)과 전병헌 민주당 의원(3선·서울 동작갑)이 지난 15일 동시에 열린 여야 원내대표 선거에서 각각 승리했다. 두 사람은 당초 대세론을 형성하며 손쉬운 당선이 예상됐지만 선거과정은 의외로 치열했다.

강한 여당 최경환

새누리당의 최 원내대표는 상대후보였던 이주영 의원을 불과 8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당초 최 원내대표가 무난하게 압승할 것이란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가 이날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겉으로는 다들 '최경환'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당내에는 당청관계가 청와대로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많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 원내대표는 '원조 친박'으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후보의 비서실장에 임명됐으나, 친박 총퇴진론이 불거지자 자진사퇴하며 충정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의 전 원내대표는 우윤근 의원과 결선투표까지 가는 혈전 끝에 역전승했다. 1차 투표에서는 우 의원이 1위를 차지했지만 결선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던 김동철 의원의 표가 대거 전 원내대표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결선투표에서 전 원내대표는 68표, 우 의원은 56표를 얻었다.


전 원내대표는 당초 친(親)정세균계로서 범주류로 분류되지만 지난 5·4전당대회에서 김한길 대표를 지원하면서 비주류와 가까워졌다. 전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친노진영과 함께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둔 인사들이 모두 물러서고 계파색채가 옅은 수도권 의원들이 당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일단 여야는 상대편의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축하하면서도 내심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여야 모두 피하고 싶던 상대가 원내사령탑을 장악한 까닭이다.

우선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최 원내대표 선출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최 원내대표가 상대적으로 대야관계보다는 당정청관계를 중시할 거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 최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맡았던 '원조 친박' 최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이 되면서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더욱 끌려 다니게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게다가 최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자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임시국회 때 여당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약했고 법사위에서 관련 법안들이 대거 발목 잡혔는데 이 과정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원내대표와 같은 성향으로 분류되는 최경환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상황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력과 소통을 내세우면서도 "무작정 발목잡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이 또한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친박 실세' 최경환 VS 당료 출신 '정책통' 전병헌
치열한 정국 주도권 다툼 예고 '최후승자는 누구?'

새누리당에서도 민주당의 전 원내대표 선출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원내대표 후보들 가운데 중도온건파인 우윤근 후보의 당선을 내심 기대했었다. 반대로 전 원내대표의 경우는 후보군들 가운데 가장 강경한 성향을 보여 꺼리는 상대였다. 실제로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 "싸울 때는 단호하게 협상할 때는 치열하게 할 것"이라며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당선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전 원내대표는 "야당의 존재이유는 여당과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집권여당으로서 박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지원사격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 원내대표의 선출과 향후 민주당의 거센 반발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강 대 강' 성향의 원내대표들이 입성한 만큼 향후 여의도 정치는 더욱 치열한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정치 일정상으로도 6월 임시국회와 정기국회, 박근혜정부에서의 첫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는데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까지 양당이 강 대 강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권에선 향후 정치일정에서 누가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힘 있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정국 주도권이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당은 두 신임 원내대표 모두 정책과 정무에 밝은 베테랑들인 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비록 임기는 1년에 불과하지만 여야 원내대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독자세력화 추진의사를 밝힌 만큼 야권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초반부터 대여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각 당 원내대표들의 과제는 뚜렷하다. 새누리당 최 원내대표의 경우는 당의 구심적 역할을 하면서 강한 정책드라이브를 걸어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민심 수습과 향후 보완책 마련 등 난제가 쌓여 있다.

당내 화합과 관련해서는 윤창중 사태와 정부 출범 초 고위공직자들의 연이은 낙마 사태 등을 보면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 시작한 의원들을 보듬는 것도 최 원내대표의 중요한 숙제다.

선명 야당 전병헌

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제1야당임에도 무기력증에 빠진 민주당의 존재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6월 임시국회에서 성과를 보여야만 한다. 이와 함께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파문과 청와대 인사 문제 등에서는 정부와 각을 세우는 동시에 경제민주화 입법화에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또 민주당이 대선패배 이후 몰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인 당내 해묵은 계파정치 구도를 타파하는 것도 전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례적인 여야 원내대표의 동시선출로 정치권의 권력지형이 크게 변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각각 주어진 과제들을 잘 수행해낼 수 있을까? 여야 원내대표들이 앞으로 보여줄 '지도력'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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