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거 아니?’ 구강세정제의 불편한 진실

2009.06.02 09:55:38 호수 0호

최근 신종인플루엔자의 유행으로 인해 구강세정제 매출액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지난달 말 유통업계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주 구강세정제 판매가 전주 대비 매출의 약 10~40%까지 증가했다.



자주 쓰면 위험천만!

구강세정제는 입속의 유해균을 살균해 충치를 예방하고 구취 제거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으로 인해 흔히 양치질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대신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구강세정제가 큰 효과가 없고 남용할 경우에는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치하기 곤란한 순간 구강세정제를 이용해 입을 헹궈내면 입냄새도 사라지고 개운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는 구강세정제에 들어 있는 알콜 성분으로 인한 순간적인 느낌으로 실제 양치를 할 때처럼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이나 치태를 제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구강세정제를 통해 유해한 균을 살균하는 효과는 있는 것일까.
구강세정제의 대표적인 성분인 클로르헥시딘(chlorhexidine)과 염화세틸피리디늄(cetylpyridinium) 성분은 한 번 양치할 경우 충치균, 치주염 등을 감소시키는 향균 작용이 강하다.

하지만 구강세정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유해균뿐 아니라 정상적인 세균도 파괴시켜 오히려 구강 내 나쁜 세균을 증가시키게 돼 균이 침입하기 쉬워진다.
서울대학교병원 치과 고홍섭 교수는 “양치 후에 구강세정제를 쓰면 알콜 성분으로 인해 점막이 자극되고 장기간 사용 시 입속에 백태가 끼는 구강캔디다 증과 같은 진균의 감염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구강세정제가 치아나 혀도 변색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1월 바레인 연구팀이 구취증상이 있는 18세 이상 293명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클로르헥시딘이나 염화세틸피리디늄 등 항균용 구강세정제가 혀 내 구취를 유발하는 세균을 없애지만 치아와 혀를 변색시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강세정제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입냄새가 심한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입냄새는 구강 내 잇몸질환 등의 염증이 있거나 혀에 설태가 끼는 경우, 혹은 위의 역류로 위산이 올라오거나 당뇨, 기관지나 폐렴의 염증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중앙대학교병원 치과 김수범 교수는 “입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구강세정제를 쓸 것보다는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며 “냄새를 없애려면 잇몸질환을 치료하거나 스케일링을 하고 건강진단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구강건조증이 있거나 입이 자주 마르는 노인들의 경우 양치 후 구강세정제를 사용하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클로르헥시딘’ 성분 부작용

구강세정제에 함유된 물질인 클로르헥시딘이 이와 같은 부작용 외에도 장기간 쓸 경우 유해한 작용을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03년 구강세정제나 치약 등에 흔히 사용되는 글루콘산 클로르헥시딘이 쇼크 증세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각 지방자치단체에 사용상 주의조치를 내렸다.
후생성은 구강 내에 상처가 있어 혈액과 접촉이 많은 경우에도 유사 사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구강세정제는 약국, 슈퍼 등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는 의약외품과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고 다수의 제품에 클로르헥시딘 성분이 들어가 있지만 유해성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식약청 관계자는 “클로르헥시딘 성분은 주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구강세정제에 함유돼 있고 의약외품에도 일부 들어가 있지만 의약품에 함유된 것보다는 농도가 낮다”며 “부작용에 대한 주의사항이 제품 뒷면에 표기돼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치료용으로 쓰는 구강세정제는 대부분 클로르헥시딘 성분이 들어가 있어 병원에서도 위험성을 인식해 단기간만 사용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의약외품은 병원에서 처방받지 않더라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클로르헥시딘 성분이 들어간 구강세정제의 경우는 장기간  쓰게 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구입할 때 주의해야 한다.

단국대학교병원 치과 김기석 교수는 “치료 목적이 아닌 이상 굳이 쓰지 않는 것이 좋지만 부득이하게 사용한다면 적정 용량과 용법을 지키고 과다한 사용을 피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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