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미니홈피에 여자친구와 군부대 상사 등 5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남기고 탈영해 공개 수배됐던 육군 모 부대 상근예비역 황모(21) 일병이 검거됐다. 탈영 10일 만의 일이었다.
지난달 26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오전 2시40분쯤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의 한 빌딩 지하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공개 수배 중이던 황 일병을 검거해 53사단 헌병대에 신병을 인계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황 일병은 지난달 16일 오전 12시5분쯤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한 모텔에서 여자친구 A(21)씨를 흉기로 찔렀다.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행히 A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탈영한 황 일병은 지난달 19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무시무시한 살인예고 글을 올렸다. 그는 “살인계획은 보안이 생명이기에 말할 수 없지만 명단은 공개하겠다”며 여자친구와 군부대 선임병 등 5명의 이름과 살해 이유, 향후 계획 등을 공개했다.
황 일병은 또 미니홈피 게시판의 ‘국군수도통합병원 정신병동에서의 3일’이란 글에서 “난 여기서 내 안에 살고 있는 거대한 괴물을 보게 되었다. 괴물을 깨운 책임은 피로 받아내겠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황 일병의 소재 파악에 나선 군당국과 경찰은 지난달 25일 황 일병의 공개전단을 뿌리고 공개수배에 나섰다. 군 헌병대와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일산경찰서는 합동수사본부를 편성해 또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300만원의 보상금도 걸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황 일병이 광주광역시에서 군입대 동기를 만난 사실을 확인하고 위치추적을 통해 황 일병을 쫓았다. 이 결과 공개수배를 나선지 만 하루 만에 부산 해운대에서 황 일병을 검거했다. 검거 당시 황 일병은 흉기 4개와 살해 계획이 적힌 수첩, 가족명의 통장 5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프로 권투선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8월 입대한 황 일병은 선임병에게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이달 중순 국군수도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등 수차례 치료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상사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하면 연쇄살인사건 등 끔찍한 범행이 일어날 수도 있었던 것에 많은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황 일병을 인계 받은 군 당국은 황 일병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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