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는' 본죽 속사정

2013.04.29 17:22:23 호수 0호

안되면 말고식 문어발 경영

[일요시사=경제1팀] 김철호 본아이에프 대표가 사업 확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죽에 이어 비빔밥, 국수, 도시락에 진출하더니 이번엔 커피·차 프랜차이즈다. 물론 지속적인 운영 기반 구축을 위해서 추가브랜드 출시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기존 브랜드가 탄탄히 받쳐줘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린다. 본아이에프의 경우 그렇지 않다.


'형 만한 아우없다'는 속담이 있다. 모든 일에 있어 아우가 형만 못하는 말로 쓰인다. 프랜차이즈 시장도 마찬가지다.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최초 브랜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업종의 종류나 기업 전통과는 상관없이 제2, 제3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최초 브랜드를 통해 쌓은 이미지와 유명세로 대중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국수대청 어디로?

그러나 제2, 제3 브랜드의 성공은 어렵다. 물론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기존 인프라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실적은 올리고 있지만 대부분은 매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다. 심하면 아예 사업을 철수하기도 한다. 최초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시키는데 실패하거나 준비 부족, 경영능력의 한계 등이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수익구조 다각화를 위한 추가브랜드 생성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 커피·차 프랜차이즈 시장에 진출한 본아이에프가 그러하다. 본아이에프는 2002년 대학로 본죽 1호점을 시작으로 2006년 7월에는 제2 브랜드인 '본비빔밥'을 출시했고 2008년에는 국수 브랜드인 '본국수대청'을 추가 출시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본도시락' 가맹사업에 나섰다.

최근에는 한국식 디저트 카페 '차오름'을 선보이고 있는 차오름에프앤비와 가족회사가 됐다. 양 사의 협력은 본아이에프가 차오름에프앤비에 지분을 일부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향후 마케팅·R&D 등에 대해 상호 업무 협력하게 된다. 매장 운영은 이성형 차오름 대표가, 신규 가맹점 모집과 물류는 본아이에프가 맡은 것으로 예상된다.

차오름은 본아이에프의 제5 브랜드다. 지난 2011년 처음 문을 연 카페 차오름은 지금까지 서울 여의도와 강남, 인사동 등에 10개 매장을 둔 중견 프랜차이즈 업체다. 추가로 서울 종각점, 강남 삼성점, 순천 연향점이 5월 중 오픈예정이다. 생강차와 한방차 등 전통차 외에 커피도 판매하고 있으며 떡, 쌀 토스트 등 디저트까지 갖춘 전통차 카페다.


그런데 급격한 성장을 이뤄오던 본아이에프가 최근 주춤하는 모양새다. 본아이에프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지 7년 만인 2009년 1000개 매장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했지만 지난해부터 신규 가맹점을 받지 않고 양도양수 업무만 진행 중이다.

실적도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본아이에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132억원으로 전년 1130억원, 2010년 909억원에 비하면 상승세다. 그러나 2007년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던 영업이익은 2010년 71억원을 기록했지만 2011년 53억원, 지난해 21억원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업 확장 혈안…기존 브랜드 한계?
국수 접고 커피 "묘수인가 악수인가"
'이거 아니면 저거, 저거 아니면 그거…'

업계에서는 본아이에프의 이 같은 하락세에 대해 지난 2011년 '재활용죽' 사태에 따른 후유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본아이에프의 본죽은 가맹점에서 식재료를 재탕하는 모습과 허위 원산지 표기 등이 방송돼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방송 이후 본죽에서 '쓰레기죽'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본아이에프는 방송에 나온 해당 가맹점 5곳을 폐점하며 시정에 나섰지만 김철호 본아이에프 대표의 이미지에 큰 흠집이 났다. 게다가 방송 이후 아기 이유식 죽에서 벌레 추정 이물질이 발견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본아이에프의 커피·차 시장 진출은 주춤한 성장세를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추가 브랜드의 성공여부다. 본아이에프는 이미 추가 브랜드로 인해 실패의 쓴 맛을 본 경험이 있다. 바로 본국수대청이다. 본아이에프는 지난 2008년 국수 브랜드 본국수대청으로 국수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했다. '저렴한 음식'이라는 기존 국수에 대한 이미지를 탈피, 고급 국수 시장을 겨냥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지 못했고 언제부터인가 매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업에서 철수 한 것. 본국수대청은 5년 만인 지난 2월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국수대청은 매장 확대에 실패했다"며 "고객들이 스파게티는 2만원 주고도 먹는데 우리 국수를 7000∼8000원 내고 먹는 데는 거부감이 있었다.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본국수대청은 경기도 안산, 화성, 서울 종로 등 4∼5개의 직영점 혹은 가맹점은 대부분 폐점하고 현재는 화성향남지점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문을 닫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책임은 지지만…

물론 본아이에프는 본국수대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양새다. 화성향남지점장은 "현재 본사와 매장 운영에 대해 협의 중이다. 본사에서 로열티를 받지 않고 다른 가맹점 인수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면서도 "큰 맘 먹고 시작한 가맹사업을 다른 이유도 아니고 본사 사정에 의해 하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책임은 본사가 지지만 그로 인한 여파가 기존 브랜드 가맹점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이거 아니면 저거, 저거 아니면 그거 식의 프랜차이즈 사업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추가브랜드 실패로 인한 손실을 또 다른 브랜드로 메꾸는 식의 회사 운영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차오름 측에서 한식의 세계화에 관심이 있어 본아이에프에 먼저 의견을 타진해 투자가 이뤄지게 된 것"이라며 "'국수가 잘 안 되니 커피, 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의혹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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